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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테비 Oct 28. 2024

새 직장

이직 3개월 정직원이 되었다.

퇴사 일기를 쓰고 더 이상 글을 쓰지 않았네. 글쓰기 책을 읽다 보면 꾸준히 글을 써오던 작가도 어느 날 갑자기 글이 써지지 않는 마음을 토로하곤 하던데, 나도 그랬다. 갑자기! 원인도 모르겠고. 패드를 키키고 키보드를 연결하는 것도 모두 귀찮아졌다. 써야 할 말도 없다는 기분도 들었고. 이상한 마음이다. 내가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하면서 하루아침에 끈을 놓듯 놓아버린 적이 있었는지 스스로 되짚어볼 만큼.

그러다 다시 키보드를 연결할 수 있게 도와준 사람이 있다. 계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새 직장 동료다. 회사는 처음이기도 했지만, 20, 30대가 대부분이라니 주눅이 들기도 했다. 친해지면 말도 많고 허점도 많아지지만, 친해지기까지 살짝 시간이 걸리는 유형이라 몇 주 동안 점심 식사 후 혼자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몇 주도 안 걸렸나? 다행히 같이 일하는 동료가 먼저 이것저것 물어줬고, 말이 트이다 못해 방언이 트일 정도로 급속하게 말이 많아졌다. 마치 새 학기 때, 조용히 지내야지 하던 마음이 일주일 만에 사라진 것처럼 말이다. 그 후로 점심 먹고 카페에 가서 보이는 동료들과 커피를 같이 마시며 시가을 보내며 회사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무슨 연유인지 모르나, 한 분이 블로그를 하겠다고 말했다. 블로그를 할 예정이니 서로 친구를 맺고 자주 방문해 달란다. 나도 블로그 했는데. 심지어 작년에 3일 빼고 다 썼는데. 블로그도 브런치와 같이 같이 방치하는 수준이던 터라 그 동료(앞으로 이 동료를 덕이 있는 친구라 부르겠다)에게 블로그 구경 가겠다고 일러뒀다. 나도 블로그 복귀 하겠다는 말까지 함께. 패드를 충전시키고 켰다. 끊어져버린 키보드 블루투스에 새 번호를 부여하고 연결했다. 얼마 되지 않은 노력만 들이면 다시 쓸 수 있었는데, 왜 망설였는지.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나니 걸리는 한 가지. 브런치 스토리. 잠깐씩 들어와 이웃 작가님의 글을 기웃하다가 발견했다. 브런치북 공모전. 브런치 스토리를 처음 시작할 때 목표는 공모전이었는데. 지금 나는 준비되지 않았고, 내 글은 재미없기 그지없어 목표를 멀리 보냈다. 내년을 기약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덕이 있는 친구와 커피 한 잔 후 집 가는 길

이직하고 사람들과 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나온 회사 품평회. 3개월 수습 기간이었다. 그동안 이 회사를 이어 다닐지 말지 나도 내내 고민했다. 어느 날은 마음에 들었다가 어느 날은 거지 같다고 욕했다가. 회사란 이런 건지. 지금껏 일을 쉬지 않았지만, 사직서를 품고 있다는 마음까진 없었는 듯하다. 막상 회사라는 조직에 들어오니 사직서를 품고 있다는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논문을 위한 일만 하다가 물성을 개발해 수익을 창출하는 직접적인 사회생활 같은 굴레에 들어왔다. 내 분야가 달라진 것처럼 다시 예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 지금 직종과 비슷한 회사가 보일까 구직 사이트도 기웃거리는 전형적인 회사원이 되어간다.

다행히 회사 사람들과 친해졌다. 다소 특이한 사람으로 인정된 나는 어제 몇몇 동료들과 안동 야외 요가를 다녀왔다. 요가하기 전에 낯선 편지 쓰는 시간을 가지러 상점에 갔다. 직장 동료끼리 왔다니 헛웃음을 지으시는 상점 주인들. 그러게, 저도 신기합니다. 우리를 끈끈하게 엮어주는 뭐가 있길래. 회사의 품평이 커져갈수록 우리는 점점 단단해지고 있을지 모른다.


음... 몇몇 생각나는 이웃 작가님들을 위해 근황을 얘기하자면, 공모전도 나갔고 가을엔 전시 2개를 동시에 진행했다.

요가와 스쿼시 독서모임도 여전하고. 차츰 소식을 올릴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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