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다. 주변 시야가 암흑빛으로 뒤덮이는 날. 어쩐지 혼자 고립된 듯하고, 어쩐지 시선들이 따갑게 꽂히고, 어쩐지 공기가 무겁게 짓누르는 것 같은 그런 날 말이다. 연락을 주고받던 가족들은 낯설게 느껴지고, 오랜만에 떠오른 친구는 카톡 답장이 없다. 집 안은 텅 비어있고, 오롯이 나 혼자, 슬픔을 껴안아야하는 그런 날.
돌이켜보면 나는 누군가에게 어깨를 쉽게 내주는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내가 쉽게 기대지는 못 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내 어깨를 쉽게 내어줬던 건, 사실 타인을 진심으로 애정한 데서 나오는 배려라기보다 내가 먼저 내어줘야 언젠가 나를 위해서도 그 어깨를 빌릴 수 있을 거란 갈망에서 아니었을까. 어찌보면 위선이고 어찌보면 결핍이다. 아무렇게나 쓰고 버릴 수 있는 일회용품처럼 난 쉽게 쓰이고 편히 버려지길 자초했는지도 모른다.
관계에 대해 생각한다. 복잡하고 어렵다. 가슴이 무거워지고 초조해진다. 관계에 있어 나는 서툴고 언제나 실패하는 쪽이다. 외롭고, 불행한 채로 그저 살아가면 마음이라도 편할 테지만 아직까지 난 어리석다. 끊어지기 직전의 가느다란 실 하나를 두 손 모아 끙끙 붙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