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피는 꽃은 있어도 피지 않는 꽃은 없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김호이의 사람들>의 발로 뛰는 CEO 김호이입니다.
여러분 혹시 로봇다리 세진이를 아시나요? MBC 다큐멘터리 ‘사랑’에 방영되어 많은 화제를 몰고온 로봇다리 세진이의 어머니 양정숙 여사의 인터뷰 인데요. 어릴적부터 ‘국모’를 꿈꾸고 가슴으로 낳은 아들 세진이를 장애인 국가대표 수영선수로 키워낸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세요!
[사진= 양정숙 여사 제공 ]
Q. 김세진 군을 언제 어디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나요?
A. 대전에 있는 한 보육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중에 만나게 됐는데 그게 1998년 1월이었어요, 지금으로부터 21년 전이죠.
Q. 김세진 군을 입양하기까지 주변에 많은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세진 군을 입양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혹시 가수 안예은의 ‘홍연’이라는 노래 아시나요? 그 노래를 들으면 “인연이라고 맺어지는 사람은 손과 손에 붉은 실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하죠. 그런 것처럼 자식은 내가 아들 낳고 싶어서 아들 낳고, 딸 낳고 싶어서 딸 낳는 게 아니거든요. 자식이란 건 선물처럼 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연이었다고 생각하고요. 우리 서로 손목에 붉은 실을 매고 왔나보죠. 그래서 찾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Q. 김세진 군의 이야기가 알려지고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사람들이 저희를 많이 알아본다는 것 정도인데, 저희가 방송을 통해 소개가 되면서 달라지기를 원했던 것은 사람들의 장애에 대한 편견 등이었는데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어요. 물론 많이 좋아졌고 앞으로도 더 좋아지겠지만, 눈에 띄게 달라진 건 아직까지 없습니다.
Q. 김세진 군의 사춘기는 어떠했나요?
A. 사춘기는 굉장히 심하게 겪었어요. 정서적인 사춘기도 있었지만, 자신의 신체에 대해서 본인은 당당하다고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봐주지 않았거든요.
거기에서 오는 사회와의 ‘갭 차이’를 받아들이고 “그냥 아무렇지 않아” 가 될 때까지 굉장히 오래 걸렸어요. 사춘기가 아니라, 혼란스러웠던 시기만 4년 정도 거쳤던 것 같아요. 그럼으로써 자기 자신을 온전하게 사랑하게 되기도 했죠. 내 자신을 온전하게 사랑할 수 있어야 남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이거든요.
사춘기는 반드시 거쳐야 돼요. 그 나이에 거쳐야 돼요. 그 나이에 안 거치면 나이가 들어서 거치게 되는 거예요. 그건 사람이 살아가면서 넘어야 하는 스무고개 같은 거예요. 그래서 세진이가 적절한 시기에 잘 넘었다고 생각해요.
Q. 양정숙 여사의 사춘기는 어땠나요?
A. 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어서 늘 정의에 불타고, 누가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걸 견디지 못 했어요. 제가 키가 굉장히 작은데도 악으로, 깡으로, 사회의 악과 맞서 보기 위해 노력했던 1인이었죠.
Q. 김세진 군이 학교폭력을 당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그때 상황을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초등학교 1학년 때 6학년 형들이 세진이를 화장실에 가두고, 과학시간에 쓰는 교구용 망치로 다리를 깼어요. 그 다리 안에는 세진이의 살도 들어 있잖아요. 왜 깼냐고 물어봤더니 사람이 아니라서, 로봇다리라서 아프지 않을 거 같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때 너무 화가 났지만 순간 “내가 지금 이 가해자 아이들을 두드려 패면 평생 이 아이가 장애인을 혐오하면서 살 수 있겠구나,
‘내가 저 새끼 때문에 맞았어’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그 아이들이 내 아이와 적이 되지 않을 수 있도록, 그 아이들에게 빵을 사주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설명해줬어요.
몰라서 그런 것 일뿐 나빠서 그런 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해주니까 아이들이 잘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 아이들은 학교 다니는 내내 세진이를 괴롭히는 일진에서, 세진이의 수호천사가 됐어요.
Q. 양정숙 여사가 세진 군 그리고 세진 군의 누나들을 키우면서 남다른 자녀 교육법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A. 기다리는 거예요. 기다리는 거 밖에 없어요. 내 마음의 속도가 빠르다고 해서 아이가 내 마음의 속도만큼 따라 오기를 바라면 안돼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부모로서의 가장 큰 역할 중에 하나는 기다림인 것 같아요.
Q. 양정숙 여사는 독하고 나쁜 엄마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렇게 독하게 키운 이유가 있었나요?
A. “세상의 나쁜 역할을 내가 해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세상에 좋은 사람들만 있지 않아요. 그리고 세상은 내 편 이 아니라 늘 남의 편이예요. 세상은 내가 원하는 말을 해주지도 않아요. 세상은 자기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할 뿐이에요.
그렇다면 내가 강해져야 되는 거죠. 내 마음이 단단해져야 되는 거고, 내 귀가 두꺼워져야 되는 거죠. 그런 모습으로 가르치려면 엄마가 모질어야 되고, 엄마가 독하고, 엄마가 나쁜 역할을 해줘야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아이가 모든 것에 자연히 면역이 생기게 된 거예요.
[사진= 양정숙 여사 제공 ]
Q. 지금의 김세진 군이 있기까지 어머니 양정숙 여사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부족한 엄마라고 말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완전할 수 없어요. 저는 강한 면을 가진 반면에 자상한 면이 부족해요. 사람이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어요. 그래서 나는 반만 가졌다고 생각하고 살아요. 그중에 나는 부족한 부분이 더 많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줘도, 줘도 더 주고 싶은 게 자식이거든요. 그런데 나는 다 주지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 줘야할 게 더 많아요. 그러니 늘 부족한 사람인 게 맞다고 생각을 해요.
“내가 너한테 얼마나 했는데 너 이거밖에 못해?“ 이런 말은 부모로서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에요. 쏟아 부어도, 쏟아 부어도 밑 빠진 독이라고 생각해야죠. 그 아이가 스스로 황소개구리가 나타날 때까지, 그 황소개구리가 깨진 독을 막아줄 때까지, 스스로 그 깨진 독을 진흙으로 발라 굳게 해서 물이 더 이상 세지 않게 될 때까지, 엄마는 물을 부어주는 사람이에요.
Q. 양정숙 여사의 사춘기 이전의 모습은 어떠했나요?
A. 저는 어릴 때부터 유별났어요. 학교를 잘 안 갔고, 공부를 왜 해야 되는지가 이해가 안됐어요. 나는 꿈이 로봇공학자가 아니란 말이에요. 나는 로봇공학자가 아닌데 왜 수학에 열을 올리면서 공부를 해야 되는지 이해를 못했어요. 그래서 나 양정숙이라는 사람은 설득이 되고, 이해가 되고, 받아들일 수 있으면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었고 그게 되지 않으면 최악의 성적을 냈어요. 일부러 답을 틀리는 굉장히 독특한 아이였죠.
또 저는 5살 때부터 자원봉사를 했으니까, 여러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 돈이 없다는 건 저런 거구나”, “배우지 못한다는 건 저런 거구나”를 느끼며 반성하고, 지금 가지고 있는 걸 얼마나 감사하면서 살아야할지 생각하며 조금씩 변화했어요. 좋은 아이는 아니었고 착한 아이는 더더욱 아니었어요. 그래서 저는 우리 아이들한테 늘 “착하게 살지 말고, 바르게 살아라!”라고 이야기해요. 착하게 살 필요는 없으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바른 사람은 되어야 된다는 것이죠.
Q. 지금의 세진 군을 보면 어떠한 생각이 드시나요?
A.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왜 말을 잘 들었겠어요? 그렇게 말 잘하는 놈이, ‘말을 잘하기 때문에’ 말대꾸를 어마어마하게 하거든요 (웃음)
말싸움 어마어마하게 했어요. 근데 그럴 때도 고마운 거예요. 살아 숨 쉬니까. 뭐하냐고 하면 문 쾅쾅 닫고 들어가고, 뭐 차려주면 밥 안 먹는다고 하고, 줘도 안쳐먹고 (웃음) 그게 감사한 거예요. 엄마니까 하지 누구한테 가서 하겠어요. 다른 사람한테 했어봐, 벌써 쫓겨났을 거예요. 그게 자식인거예요. 어제의 세진이도, 오늘의 세진이도, 내일의 세진이도 저에게는 아름다운 아이예요.
Q. 세진 군에게 가장 물려주고 싶은 재산이 있다면 무엇이고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웃음이요. 저는 항상 웃고, 감정의 기복이 없어요. 상대가 뭐라고 해도 웃어줘요. 나의 이 웃음은 상대방의 화를 가라앉힐 수 있어요. 상대방이 화가 나서 야 이X라고 덤빈다고 해서 나도 야 이X라고 덤비면 끝이 없어요. 그 사람이 화가 났을 때 내가 씨익 한 번 웃어주고 쓰윽 한 번 손 내밀어주면 되는 거예요. 저의 그런 점을 배웠으면 좋겠어요. 그건 강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거예요, 약하면 울 거예요. 자기 자신에 대한 자존감 그리고 자기 사상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에 웃을 수 있는 거예요. 웃는다는 건 여유거든요. 그런 ‘웃을 수 있는 여유’를 물려주고 싶어요.
Q.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학대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양정숙 여사께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보통 학대라고 하면 때리는 걸 먼저 생각하는데 때려서는 안 돼요. 때려서 될 놈 같으면 말해서도 들어요. 그 다음에는 언어적인 학대가 있는데, 아이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데 돌을 던지면 어떡해요? 아이가 다치잖아요. 아이 가슴이 말랑말랑한 스펀지가 되어야지, 애부터 먼저 만들어 놓고 엄마가 그런 것들을 가르쳐야 되는 거예요.
그 다음에 방임이 있어요. “알아서 하겠지”, 어떻게 알아서 해요? 아직 어리고 경험이 없는데 경험이 많은 사람이 당연히 가르쳐 줘야 하는 거죠. 그리고 또 다른 여러 가지의 학대들이 있어요. 저는 부모뿐만 아니라 형제 그리고 이 사회도 이 나라 아이들을 학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자살을 하고 싶은 게 아니에요. 우리가 타살을 시키고 있는 거지. 아이들이 죽을 수밖에 없는/죽고 싶은 환경으로 내몬 건 어른들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그것도 학대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이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해주는 시간을 줘야 되지 않나 생각을 해요. 세진이는 열다섯 살에 대학 갔어요. 행복했을까요? 행복하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과감하게 내려놔야 돼요. 그래서 저는 요즘 세진이에게 안식년을 줬어요.
“하기 싫은 건 하지 마, 뭐 하러 해, 평범한 청년 김세진으로 살아라, 그러다가 네가 진정 내면이 차올랐을 때 얼굴이나 행동으로 드러나게 되어 있을 것이다, 그랬을 때 다시 한 번 하고 싶은 걸 찾아봐라”라고 말했죠. 앞서 말했던 것과 비슷한 거예요. 기다려줄 줄 알아야 해요. 내가 급해서 자식을 끌고 가는 것도 학대예요. 아이들은 아이들마다의 속도가 있어요. 조금 늦게 피는 꽃은 있어도 피지 않는 꽃은 없어요. 꽃이 피는 시기가 되어야 피는 거지, 지나친 영양분은 뿌리를 썩게 해요.
[사진= 김호이 기자 ]
Q. 많은 부모님들이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아이들이하면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에 대해서 양정숙 여사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교집합 알죠? 동그라미와 동그라미가 중간에 포개지는 게 교집합이라고 하잖아요. 이건 나야, 이건 너고 중간에 너와 내가 겹쳐지는 부분은 아주 조금이에요. 내가 행복하다고 이 아이가 행복한 거 아니에요. 내가 행복하면 교집합 부분만큼만 행복한 거예요. 그게 전부인 것처럼 내가 행복하니까 너도 행복하지라고 강요하는 것, 그것도 학대예요. “나는 행복해, 그래서 기분이 이만큼 좋아! 너도 이만큼 행복하니? 어? 그래? 엄마가 행복한 기분이 여기까지인데 엄마의 마음속에 한번 들어 와볼래? 엄마는 이런 부분이 행복해“라고 가르쳐줘서 교집합을 넓혀나가야 하죠.
Q. 양정숙 여사께서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신가요?
A. 세상에 만나고 싶은 사람과 만나기 싫은 사람이 있다고 하면 그럼 저는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사람, 없었으면 좋겠는 사람이 있으면 저는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Q. 강남을 보면 부모님들이 사교육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교육시키기 위해서 힘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해서 엄마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그 아이가 공부를 재밌어하면 그렇게 시키는 게 맞아요. 근데 재미없어 하는데 그렇게 시키면 학대예요.
Q. 김세진 군의 경우 학교공부보다 수영 등을 더욱 많이 시켰던 걸로 알고 있는데 후회를 하시나요? 아니면 잘했다고 생각을 하시나요?
A. 후회 안 해요. 그건 자기가 하고 싶다고 해서 시켜준 거고, 자기가 하기 싫다고 해서 은퇴한 거니까요. 공부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하라고 한 거고, 공부하기 싫다고 해서 하지 말라고 한 거예요. (웃음) 이처럼 모든 선택은 본인이 하는데, 선택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라요. 그것까지 가르쳐주는 거죠. “네가 이런 선택을 하면 이런 결과들이 있을 수 있다, 어떻게 할래?”
Q. 마지막으로 이 세상에 있는 수많은 아이들 그리고 어머니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행복의 기준은 만족이에요. 내가 가지고 있는 걸로 만족을 하면 행복합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불만이 많으면 행복할 수 없어요. 내가 가지고 있는 게 작더라도 늘 만족을 하셨으면 합니다.
[사진= 김호이 기자 ]
[사진= 김호이 기자 ]
여러분 혹시 이번 양정숙 여사의 인터뷰를 보면서 어떠셨나요?
저는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감탄을 하고 큰 감동을 받았는데요.
양정숙 여사의 인터뷰가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호이의 사람들-
인터뷰: 김호이/ 최윤정
기사작성 및 수정 : 김호이/ 김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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