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리즈를 시작하기 전 기나긴 여정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어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이 시리즈는 사실 언젠가 다가올 활황 혹은 대하락장을 기다리며, 스스로 행동방침을 되새김질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누구나 기사를 찾아본다면 알 수 있는 사실들이지만, 지금의 시각으로 과거의 결정을 돌아본다면 또 새로운 재미가 있을 테니 함께 미래를 대비해 보도록 하자.
시작은 2000년대 1차 활황의 서막이 시작된 2005년이다. 사실 2005년 당시에는 그때 결정된 정책들과 대외환경이 얼마나 큰 활황으로 이어질지 아무도 몰랐지만, 대활황의 서막의 시작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이 시기에 일어난 갤러리들의 움직임과 시장의 이슈들은 이후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반복되어 일어나기에 필자는 활황장들의 과감하게 공통점이라고 단언하고자 한다.
먼저 2005년도를 기점으로 미술시장과 관련된 기사 중 시장과 작가에 관하여 유의미한 지점이 되는 사건들과 내역을 총 35개 추렸다. 시간이 없으신 분들을 위해 해당 기사들 중에서도 중요한 10가지 키워드를 뽑아봤다.
<2005 미술시장 핫 키워드>
1. 미술시장 정부예산 배정: 총 110억 원
2. 정부지원 증대: 법인세 감면, 소액미술품 경비처리, 사립미술관 지원
3. 글로벌 미술시장 활황
4. 중국현대미술의 성장
5. 아라리오 갤러리, 전속작가제 도입 및 해외진출
6. 케이옥션 설립(11월 첫 경매)
7. 이중섭, 박수근 위작사건
8. 박수근 연이은 신고가 기록 경신: 7.1억 → 9억 원
9. 젊은 작가 호황
10. 기업 및 은행들의 관심 증가
자, 그렇다면 위의 10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어떠한 일들이 있었고, 그 일에 대한 현시점의 상황을 돌이켜보도록 하자. 물론, 35개의 기사를 모두 보고 넘어가지 않고 빠른 속도로 넘어갈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시작해 보도록 하자.
1. 미술시장 정부예산 배정
먼저 연초부터 정부는 미술시장 진흥을 위한 당근책을 선사했다. 가장 먼저 공표된 것은 25억 예산으로 시작된 미술은행제 시행이다. 뒤를 이어 국립현대미술관의 작품구입 예산 55억 배정, 서울시립미술관 작품구입 예산 30억 배정이 결정되어 2005년 한 해에 약 110억 원의 공적자금이 미술계에 투입되었다.
당시도 큰 이슈가 되었던 이런 정부차원의 예산배정은 실제로 미술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이 되어 미술시장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서울경제에 따르면 2005년 국내 경매와 아트페어시장의 규모는 각각 113억, 178억으로 총 288억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정부는 경매시장에 준하는 공적자금을 미술시장에 수혈한 것이니, 당시 시장은 활기를 찾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작은 산업이기에 비중이 커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자금이 투여된 것 자체는 과감한 결정이니 어떠한 연유로 이런 결정이 되었는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00984563?sid=103
이러한 예산 집행은 현재 자리를 잡아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미술은행과 미술관들에서 구입하는 작품구입 예산을 두고 “나눠먹기식 예산배정”, 의미한 예상낭비”라는 등 비난의 여론이 상당히 있다. 하지만, 필자는 미술은행제과 더불어 미술관들의 작품구입 자체는 좋은 의도가 분명했고, 이로 인해 작가와 화랑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작품구입을 희망할 수 있는 역할을 아직까지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비난의 여론이 제기하는 문제점은 분명히 일정 부분은 합당한 내용이 있으니, 매입을 고려하는 단계에서 공정하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과정을 거친다면 더욱 좋은 방향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 같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00881026?sid=103
2. 정부지원 증대
침체된 미술시장을 살리기 위해 정부는 2005년 초부터 다양한 세제혜택과 지원책을 내세웠다. 먼저 기업의 미술품 구입을 증대하기 위한 법인세 시행령 개정을 살펴보면 미술품 구매를 진행하는 경우 업무용 자산으로 인정해 실질적인 법인세 감면혜택을 준다는 점과 1백만 원 이하의 소액 미술품의 경비처리 인정을 진행해 줘 기업들의 미술품 구매요인을 촉진시켰다. 아울러 사립미술관의 기획전 지원금을 책정해 미술관의 전시기능을 강화하는데 예산을 배정했다.
이러한 지원은 당시 기준으로 침체되었던 미술시장을 위해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진행해 줬다고 해도 무방하다. 지금 현재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전반적인 미술품 가격의 상승으로 인해서인지 몰라도 시행령 개정으로 점당 1000만 원까지 손비처리가 가능하게 상향조정 되었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 금액 역시 현실적이지 않다며 인정 금액을 3~4000만 원까지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2020년에 개정되었기에 변경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사실 침체기에는 이런 지원정책들이 생기지만 활황 이후에는 새로운 세금들이 신설되는데, 이 이야기는 양도세가 도입되는 시기에 다시 해보도록 하자.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0781117?sid=103
3. 글로벌 미술시장 활황
2005년 당시 국내와 달리 글로벌 미술시장은 지속적으로 활황을 겪고 있었으며, 경매시장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미술시장이 성장하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영국의 스타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최고가 갱신, 데이비드 스미스의 현대작가 최고가 갱신 등이 있었다. 이러한 현대미술의 폭발적인 성장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부자 수집가’들이 대폭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당시 해외 아트펀드들이 만들어지면서 월가의 돈이 미술시장으로 흘러 들어와 더욱 큰 폭의 성장이 가능했었다. 특히, 당시에는 이런 신흥 부자들이 자신과 비슷한 세대의 작품을 사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어 *yBa와 같은 작가들이 잘 팔린다고 분석했다.
이에 비해 피카소와 같은 올드마스터들의 작품은 초고가의 작품으로 상승폭이 그때 역시 낮다고 이야기한다. 이렇듯 시장의 성장에는 미술계 내부의 이슈가 아니라 외부의 자금이 미술시장으로 흘러들어오며 시작되는 것 같다. 특히, 이 시기에는 러시아 등에서 급속도로 돈을 벌어들인 부자들이 생겨나며 보다 공격적인 작품구매가 있어 해외 미술시장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렸다. 2006년, 2007년으로 가면 이런 신흥 부자들과 펀드들과 관련된 내용이 많이 등장하니 이 이야기는 후일을 기약하자.
l yBa: yBa는 “young British artists”의 약자로, 1988년부터 1998년대 초반까지 런던에서 활동한 미술가 그룹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이 그룹에는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 사라 루카스(Sarah Lucas), 그리고 마크 퀸(Marc Quinn) 등이 있다. 이들은 주로 죽음, 폭력, 섹스, 소비주의 등 다양한 현대 사회의 이슈를 가져와 주제로 삼았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00886116?sid=103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112/0000023424?sid=103
4. 중국현대미술의 성장
중국현대미술은 급격히 성장한 중국의 경제활동 덕분에 자국 내 미술소비의 증대, 전 세계에 퍼져있는 화교들의 중국미술 소비, 그리고 문호개방에 따른 중국미술에 대한 글로벌 미술시장의 관심 등이 모여 전례 없는 성장속도를 보였다. 중국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은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작가들을 선보여 중국 미술은 글로벌 미술시장의 새로운 중심지 중 하나로 급부상했다. 이 시점을 기준으로 중국미술시장은 중국현대미술과 더불어 자국 미술품 및 문화재를 중심으로 세계 2위의 미술시장으로 성장해 나갔으며,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그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당시 이렇게 빨리 성장하는 중국미술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국내에서는 아라리오 갤러리, 갤러리 현대 등이 중국에 진출함과 동시에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중국현대미술 작가들을 국내에 소개해 일시정으로 중국미술 구매의 붐이 국내 컬랙터들 사이를 휩쓸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당시 시장을 주도했던 중국현대미술작가들의 작품은 당시 수십억을 호가했지만, 현재 시장에서 매입가의 반값을 제시해도 거래가 안되어 유통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급속도로 성장하는 국가의 미술품은 일시적으로 급등할 수 있으나 그 급성장을 이끈 작가들의 작품은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지속적인 성장이 어려울 수 있다 유추해 볼 수 있다. 일례로 2020년 이후 베트남의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며 프랑스에서 활동한 베트남 작가들의 작품(Le Pho, May Thung Th 등)이 일시적으로 급등한 경우가 있는데 향후 몇 년간 그들의 작품을 트레킹 해본다면,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1/0000095446?sid=103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0/0000289771?sid=103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01170737?sid=103
5. 아라리오 전속작가제 도입
이렇게 대내외로 다양한 이슈들로 미술시장이 꿈틀거리던 시기에 혜성처럼 등장한 국내 갤러리가 있으니, 바로 아라리오 갤러리다. 아라리오 갤러리는 천안종합버스터미널과 신세계백화점 천안아산점을 개발한 김창일 회장이 1989년 충남 천안에 설립했다. 이들은 국내 최초로 전속작가제를 도입했는데, 전속 작가들에게 생활비와 작품 제작비 명목으로 연간 8600만 원을 지원했으며, 레지던시 제공 등 전폭적인 지원을 도입했다. 이는 사치갤러리의 yBa 후원과 유사한 방식으로 아마, 이를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아라리오 갤러리는 중국미술의 성장을 목격하고 공격적으로 베이징, 상해로 지점을 확장하며 중국 시장을 노렸고, 동시에 중국현대미술의 4대 천왕이라고 불리는 작가들을 한국에 소개해 글로벌 미술시장의 트렌드를 한국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1/0000070182?sid=103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0779239
아라리오 갤러리가 도입했던 파격적인 전속작가제는 아직도 국내 미술계에 정착하지 못하고 느슨한 형태의 전속작가제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2018년부터 시작된 전속작가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21년부터 현재까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원사업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다수의 중소 갤러리들은 작품의 판매가 매출의 90%를 넘는 상황에서 전속작가들에게 월급 형태의 지원을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아울러, 작가들의 경우 전시를 하고 싶지만 전속작가가 되는 경우 타 갤러리와의 협업이나 단체전 등 자신의 작품을 노출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으니, 전속작가에 대한 논의는 보다 세심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https://www.sedaily.com/NewsView/29N0W91DCT
또한, 아라리오 갤러리가 해외 확장을 했던 것처럼 국내 Top3 갤러리들이 해외진출을 감행했다. 갤러리 현대는 뉴욕, 국제갤러리는 파리, 가나아트센터는 LA. 물론 가나아트센터의 경우 아라리오 갤러리보다 이른 1995년 파리 지점, 2008년 뉴욕 지점을 운영한 바 있으나 2023년 새롭게 LA에 뷰잉룸을 개설했다. 2005년 당시 중국으로 진출한 아라리오를 비롯한 여러 갤러리들은 성장하는 중국시장을 바라보고 참여했다면, 2020년대 해외로 진출을 시작한 국내 갤러리들은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인지도를 쌓은 국내 작가들의 해외진출을 위해 해외로 진출한 것으로 그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모쪼록, 변화한 상황만큼 해외진출의 결과 역시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
사실 연도별로 1회차씩 글을 마무리하고자 했으나, 이 시리즈는 모든 연도를 상하로 나누어 작성하게 될 것 같다.
그럼 다음주에 2005년을 마무리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