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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Kim Nov 04. 2019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 캔디

 여행 친구로 가장 꺼려지는 부류가 있다. 차라리 코를 심하게 고는 친구, 본인 가고 싶은 곳만 고집하는 친구는 참을 만하다. 코 고는 거야 밤에만 참으면 되고, 고집을 부리는 친구는 그 고집을 들어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행 전체를 통으로 기운 빠지게 하는 친구들이 있다. 베트남 여행을 할 때였다. 하롱베이를 바라보며 '태종대랑 똑같네~', 쌀국수 맛집에 찾아가서 '내가 만든 거랑 똑같네~',  어딜 가나 '우리 동네랑 똑같네~', 아휴~ 어찌나 똑같은 것을 잘도 찾아내지 하루에 기본 30번씩은 똑같은 것을 찾아냈다. 그 말을 며칠째 들으니 나 역시 뭘 봐도 뭘 먹어도 한국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렇게 새로울 게 하나 없는 동네에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여행을 온 나 자신이 미워졌다.

 그런데 이 친구가 스리랑카에 온다면 무슨 말을 할까? 여전히 똑같은 것을 찾아낼 수 있을까? 아마 스리랑카라면 그 친구도 똑같네 타령을 하지 못할 거다. 스리랑카는 대한민국과 달라도 너무나 다른 나라이기 때문이다. 음식, 자연환경, 문화, 건축양식, 교통, 종교 등 그 무엇 하나 비슷한 구석이 없다. 그 가운데 가장 다른 점은 어딜 가나 만나게 되는 다양한 동물들이다. 그냥 동물이 많은 정도가 아니다. 캔디는 마치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 게임 속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드는 마을이다. 게임 속에는 장수풍뎅이처럼 수시로 나오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황금사금벌레처럼 희귀한 녀석도 있는데, 이처럼 캔디의 동물들도 만나는 빈도의 격차가 꽤 크다.

 

 우선 캔디언이라면 예외 없이 동거동락하는 동물이 있다. 바로 개코도마뱀이다. 생명을 소중히 여겨 스스로 잡지 못하는 캔디언을 대신해서 모기를 잡아주는 고마운 개코도마뱀은 집, 사무실, 공원, 시장 등 따질 것 없이 어디서든 볼 수 있다. 개코도마뱀이 너무 흔하다 보니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탓에 아쉽게도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줄 수가 없다. 도마뱀 중에서는 꽤 귀여운 축에 속한다. 자주 봐서 정이 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땡그란 눈매가 참 귀여웠다.

 얘네들과 계속 한집에서 지내다 보면 같이 살고 있다는 것을 가끔 까먹게 된다. 3~4cm 정도의 조그만 체구에 비하면 제법 큰 소리를 내고 집안 구석구석에 까맣고 단단한 똥을 잔뜩 싸 놓는데, 이상하게 존재가 자연스러워져서 한 두 달만 지나면 티브이 볼 때 옆에서 기어 다녀도 인지하지 못하게 된다.

 

 개코도마뱀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먹어치우지만 그럼에도 많고 많은 게 모기다. 스리랑카에 파견되던 그 날부터 모기에게 피를 내어주는 것은 이미 숙명으로 여기고 방어를 게을리했다. 워낙 많이 물리다 보니 더 이상 부어오르지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댕기열병(Dengue fever)에 걸리고야 만 것이다. 오지에서 홀로 외로이 죽는구나 싶었다. 병원에 가려면 4시간 거리에 있는 수도 콜롬보까지 덜컹이는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데, 그랬다가는 말 그대로 죽을 것 같았다. 그리고 들리는 소문에 댕기열병이 대유행을 하며 콜롬보 병원에도 백신이 떨어진 지 꽤 됐으며 언제 수입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했다. 당시 직장이었던 페러데니야 대학은 스트라이크로 2주 동안 문을 걸어 잠갔다. 그 황금 같은 2주 동안 나는 꼼짝없이 집에 드러누워있다가 조금 기운이 나는 듯싶으면 죽을 끓여서 먹기를 반복하다 살아났다.


 세 번째 단골손님은 일주일에 2~3번은 방문하는 원숭이들이다. 마을 사람들이 뒷산을 정글이라 불렀는데, 이 정글에 사는 원숭이들이 식량이 떨어지면 수금하러 동네를 스-윽 돈다. 날씨가 더우니 어느 집이나 창문을 열어놓기 때문에 원숭이들에게는 마을 모든 집이 프리패스다. 바나나만 가져간다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죄다 가져간다고 보면 된다. 뿐만 아니라 신기한 물건이 있으면 그것도 가져간다. 한 번은 살충제를 가져가서 지붕 위에서 이리저리 살펴보다 제 얼굴에 살충제를 뿌리고 기겁을 하고 도망간 원숭이도 있었다.

동물원 아니고, 멀리 정글에 간 것도 아니고, 집에서 3분만 걸어가면 나오는 뒷산 입구 풍경이다.

 뒷산은 온갖 동물이 살고 있기 때문에 정글이라 불리는 것이 과장이 아니다. 실제로 구글 지도에도 정글이라 표시되어 있었다. 이 곳에서 만난 동물은 멧돼지, 고라니, 사슴, 고슴도치, 박쥐, 각종새, 거머리, 대형 콩벌레, 대형 개미 등 참 많다. 일단 숲에 들어서면 언제 원숭이가 달려들어 내 물건을 훔쳐갈지 모르기 때문에 사진은 한 장도 남기지는 못했다. 반면 대형 콩벌레와 대형 개미는 신기해서 데려와 하루 동안 키운 덕분에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는데, 먹이로 뭘 줘야 할지 알 길이 없어서 다시 정글에 데려다줬다.

프링글스 뚜껑위에서 자고 있는 대형 콩벌레, 내 손톱보다 큰 개미

 비 오는 날에 정글에 가게 되면 거머리들의 댄스파티를 볼 수 있다. 수천수만 마리의 거머리들이 고개를 쳐들고 흔들흔들거리며 먹이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가 어떤 동물이든 발을 내딛는 그 순간 기어올라 피를 빨기 시작한다. 신발도 소용없다. 긴바지도 소용없다. 등산용 긴 양말로 바짓단을 다 감싸도 소용없다. 거머리는 피부가 보일 때까지 오르고 또 오른다. 드러난 피부가 목밖에 없다면 목까지 등산을 한다. 그리고 몸이 오동통통 해질 때까지 피를 빨고 또 빤다. 내 피를 빨고 있는 거머리를 발견한 순간 엄청나게 깜짝 놀라서 떼어놓으려 애쓰겠지만 이 행동이 최악의 결과를 낳는다. 거머리의 이빨이 박힌 채 몸통만 떨어져 나가서 거머리 이빨이 피부 깊숙이 파고들 수 있기 때문이다. 소금이 있다면 뿌리겠지만 없다면 다 빨고 스스로 그만둘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다.


 출근 퇴근길에도 수시로 동물들과 만난다. 나무 위에 뭐가 매달려 있어 자세히 보면 박쥐이고, 좀 걷다 보면 지들끼리 식사하고 산책도 하는 소들도 보인다. 놀랍게도 이 소들은 해 질 무렵엔 다들 집으로 찾아간다고 한다. 호수에 다다르면 또 이곳에 사는 수많은 종류의 새들과 오리들, 그리고 코모도와 만난다. 물론 호수 물속에도 동물 천지다.

시계방향으로, 지들끼리 산책하는 소와 풀뜯는 소, 코모도와 주렁주렁 열린 박쥐열매(?)

 퇴근해서 집에 오면 어떻게 들어왔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주먹만 한 전갈, 아나콘다를 닮은 뱀, 강아지만 한 두꺼비가 번갈아가며 방문하기 때문에 경계의 끈을 놓으래야 놓을 수가 없다. 이렇듯 수시로 만나는 동물들 덕분에 내가 다른 세계에 살고 있음을 한시도 잊지 못한다.


 가끔 다른 도시로 출장을 가면 또 그곳에만 사는 동물이 먼저 찾아와 인사를 한다. 그러니 스리랑카를 떠나기 전까지 장담컨대 단 한순간도 '이 동네 꼭 한국의 00같다'는 류의 말은 안 나올 거다.

고산지대로 가는 버스에 자주 출몰하는 뿔달린 노루(?)

 다양한 동물 중에서도 단연 경이로운 것은 반딧불이다. 반딧불이는 자주 출몰하는 지역이 따로 있지 않다. 인적이 드문 어두운 골목길에서 나타나는가 하면, 어떤 때에는 놀이터 옆 잔디밭에서 나타나기도 하고, 때로는 길을 잃은 반딧불이가 집안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하루는 현지인 친구 집에 초대를 받아서 저녁시간에 친구가 일러준 길을 따라 찾아가다가 길을 잘못 들어 길이 막힌 골목에 접어들었다. 너무 어두워서 길이 막힌지도 모르고 끝까지 걸어가다 길을 가로막고 있는 수풀더미를 발견하고 뒤로 돌아서려는 찰나, 반딧불이 한 마리가 부웅 떠올랐다. 연이어 수백 마리의 반딧불이가 빛을 내며 떠오르는며 어두웠던 골목을 환하게 밝혔다. 수백 개의 빛 뭉치가 천천히 그리고 우아하게 떠다니는 모습은 아름답다는 흔한 수식어로 표현될 수 없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눈물이 찔끔 날만큼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반딧불이들은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데, 가끔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는 녀석들이 있다. 이리저리 쏘다니다 길을 잃어 무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방황하다 밤이슬을 피하러 집안으로 들어오는 경우일 텐데, 반딧불이가 소리를 내는 것도 아니고, 특이하게 생긴 것도 아니라서 낮에는 잘 안 보인다. 그러다가 자려고 불을 끄고 누우면 조그마한 빛 뭉치가 동동 떠다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 작은 빛 뭉치 하나로 인해 얼마나 신비로운 공간이 되는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을 알 길이 없다. 그리고 이런 날에는 왠지 좋은 꿈을 꾸게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잡담 1

반딧불이 사진은 남기지 않았습니다. 한 마리가 동동 떠다니기에 유리병으로 잡고 불을 켰더랬죠. 그런데 잡고 보니 흔한 날벌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모르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잡담 2

거머리는 깨무는 순간 300여 개의 이빨에서 마취제를 분비합니다. 그래서 물린 통증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피가 응고되지 않고 술술 나오도록 하는 성분을 분비합니다. 때문에 거머리가 떨어져 나간 후 피가 저절로 멈추기를 기다리면 안 되고 지혈제를 도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이렇게 자세히 아는 이유는 세 번이나 물려봤기 때문입니다.


잡담 3

코끼리도 많지만 야생은 아니기에 제외했습니다. 개도 많지만 같은 이유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잡담 4

서두에서 베트남 여행기를 '한국과 똑같다'라 표현한 부분은 친구 녀석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입니다. 저는 베트남을 매우 좋아해서 그 이후로도 여러 번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1년간 근무하기도 해서 스리랑카 매거진이 마무리되면 베트남 이야기도 기록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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