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사색 공원

시들지 않는 진정한 가치

화이부실(華而不實)

by 무공 김낙범

꽃은 화려하지만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했던 지인의 아들은 1년 만에 사업을 하겠다며 사표를 던졌습니다. 정해진 월급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 그에게 창업은 매력적인 기회였습니다.

그가 개발한 아이디어 주방기구는 주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그는 벌어들인 돈을 최고급 외제차와 명품을 사고 해외여행을 다니는 데 모두 써버렸습니다.

상시 점포를 개설하기보다, 한 달 동안 팝업 스토어를 열어 바짝 돈을 벌고, 두 달은 그 돈으로 여행을 다니는 식이었습니다. 겉보기엔 누구보다 화려한 '영 앤 리치'의 삶으로 보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화이부실(華而不實), 즉 꽃은 화려하게 피었으나 맺을 열매가 없다는 말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금방 시드는 꽃

지인의 아들처럼 우리는 종종 눈앞의 화려함에 취해 미래를 갉아먹곤 합니다. 이것이 바로 화이부실이 경계하는 삶의 태도입니다.

사업이 잘 될 때 그 수익을 다음 상품 개발이나 시스템 구축(뿌리)에 쓰지 않고, 명품과 여행(꽃)에만 쓴다면 어떻게 될까?

유행이 지나거나 경기가 안 좋아지는 순간, 그 화려했던 꽃은 순식간에 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게 됩니다. 셰익스피어는 "반짝인다고 해서 모두 금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겉모습을 꾸미는 데 치중하여 내실을 다지지 않는다면, 그 성공은 사상누각(沙上樓閣, 모래 위에 지은 집)과 같습니다. 알찬 결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쌓아가는 시간에서 나옵니다.


뿌리를 단단하게 해야

화이부실의 함정에서 벗어나 알찬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보여주기 위한 소비를 멈추고 성장을 위한 투자를 시작해야 합니다.

돈이든 시간이든 마찬가지입니다. SNS에 올릴 사진을 찍기 위해 맛집을 찾아다니는 시간보다, 뿌리를 튼튼하게 만들기 위한 자신의 성찰에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지인의 아들은 명품을 사는 대신 신제품 연구에 돈을 썼어야 했습니다. 채근담에는 "물은 깊을수록 소리가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진정한 부자와 실력자는 자신을 요란하게 포장하지 않습니다. 하루하루 묵묵히 자신의 뿌리를 깊게 내리는 사람만이 가을에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열매를 키우는 지혜

인생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긴 마라톤입니다. 초반에 화려한 꽃을 피웠다고 해서 그것이 성공적인 인생을 보장해 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 일찍 핀 꽃은 열매를 맺기도 전에 떨어질 위험이 큽니다. 지인의 아들이 겪을 미래가 걱정되는 이유는 꽃을 피우는 재주는 있었으나 열매를 맺는 지혜가 부족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지금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화려한 꽃잎을 가꾸고 있습니까, 아니면 훗날을 위해 단단한 열매를 키우고 있습니까?

새해에는 겉치레를 버리고 내실을 다질 때, 비로소 우리의 삶은 시들지 않는 진정한 가치를 지니게 될 것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위기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반전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