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여행의 끝물
때는 첫 나 홀로 여행이었던 뉴욕 여행의 끝물..
하루쯤은 계획 없이 다녀보자 하고 일정 자체를 비워뒀던 날이었다.
갑자기 떠오른 것이 브루클린이었고 뉴욕과는 다른 분위기에서 하루를 보내고 싶어 이른 아침 브루클린행 지하철을 탔다.
여행 내내 계획적으로 일정을 잡아 차곡차곡 다니던 것을 뒤로하고 이날만큼은 발 닿는대로 자유롭게 다녀보자 마음을 먹었다.
일부러 정보를 찾아보지도 않았다.
내가 아는 것은 오직 유명한 포토스팟인 덤보와 노을이 질 때 브루클린 브릿지는 꼭 건너야 한다는 것!
그렇게 도착하자마자 마주한 깨진 화분.
보통 하루가 아닐 거 같다는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날것의 푸릇푸릇한 브루클린에 금세 들떠 버렸다.
그렇게 즉흥적으로 길거리에 파는 납작 봉숭아를 사서 아무 벤치에 앉아 아작아작 먹으며 수분 보충을 하며 아침을 시작했다.
그렇게 맛있다고 여기저기 소문이 많아서 기대했는데.. 나에겐 더 달고 몰캉한 우리나라 복숭아가 더 취향이다.
여행지로서의 브루클린이 아닌 진짜 브루클린을 보고 싶었기에 골목골목 들어가 보기도 하고 동네 사람들만 이용하는 식료품점에 가서 이것저것 사기도 했다.
그렇게 브루클린은 정처 없이 쏘아다니기에 완벽한 도시라고 생각을 했다.
심지어 atm 기계 하나까지 평범하지 않은 확실히 감각적인 도시였다.
그렇게 얼마나 쏘아 다녔을까 갑자기 생소한 언어가 보이기 시작한다(?)
점점 달라지는 이국적인 분위기에 발걸음을 돌릴까 백만 번 고민했지만 마음이 발을 마음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좀 더 들어가다 보니 길을 잃었다는 느낌이 왔지만 머릿속 이성이 말했다.
'구글 지도와 핸드폰 배터리가 있는 한 길을 잃는 건 있을 수가 없어'
그러다 갑자기 시대를 역행한 것 같은 동네가 나왔고 거리의 사람들은 통일된 스타일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길게 기른 수염에 검은 모자, 파마한 구레나룻을 가진 남자들, 고전적인 검은 원피스를 입고 유모차를 끄는 여자들.
다들 걸렁하고 캐주얼하게 입은 나를 신기하듯 쳐다봤고 마치 미래에서 온 사람이 된 거 같았다.
어른들은 쟤 뭐야? 하는 눈빛 그리고 아이들은 신기 + 호기심 어린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아 여긴 범접할 수 없는 유대인들의 공간인가 싶어 후다닥 그곳을 빠져나왔고
나중에 한인 택시 기사분께 여쭤보니 어쩌다 거기까지 갔냐고 하시며 그곳이 전통 유대인 마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반 의무적으로 덤보는 보고 가자- 하며
멀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는 유명한 포토스팟에서 의무적으로 사진도 찍어주고
백번 먹어도 안 질리는 쉑쉑버거를 끝으로 브루클린에서의 하루를 마무리 했다.
그리고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인 브루클린 브릿지 횡단!
맑은 노을이 지고 점점 가까워지는 맨해튼을 천천히 구경하며 걷다 보면 40분 정도는 금방 지나간다.
하루 종일 걷느라 진이 다 빠져버린 하루였지만 40분 동안은 다리가 아픈지도 모른 채 홀린 듯 다리를 건넜다.
끝에 다다를 때쯤엔 건물에 웬 성당처럼 보이는 건축물 한 채가 올라가 있길래 내 눈을 한참 의심했다.
결론
브루클린에서의 일정은 여행 중 가장 마음이 이끄는 하루였다.
현재까지 가장 기억에 뚜렷하게 남아있기도 하고 예측 불가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마음이 편했던 공간.
특유의 여유로움, 강이 보이는 푸릇푸릇한 뷰, 옛것과 힙함이 조화롭게 공존된 세련된 도시.
일정을 안 잡고 가서 브루클린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던 것이 신의 한 수였다.
하지만 나와의 약속 : 다음 뉴욕 여행을 간다면 브루클린에서 꼭 먹어야 할 것, 놓치기 아까운 명소들도 가 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