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여행을 가면 꼭 해야 하는 것이 있나요?
요즘은 스마트폰, TV 등 전자기기가 잘 되어있어도 너무 잘 되어 있다. 침대에 누워있어도 핸드폰 하나만 있으면 세계 명소들을 전부 구경할 수 있고 원하는 정보가 있으면 5분 안에 그 정보를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세상은 빠르게 발전했다.
심지어는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상품들도 조금의 배송비만 지불한다면 해외 직구를 통해 집으로까지 배송할 수 있을 정도이다. 여행을 다닐 때에도 마찬가지다.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검색으로 명소나 맛집을 조사하다 보면 여행을 떠나지도 않았는데 이미 한번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막상 여행지에 도착하면 그저 유튜브에서 봤던 장소들을 내 눈으로 확인하는 느낌만 들뿐 기대했던 설렘과 벅차오름은 느껴지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해외 음식도 한국에서 먹을 수 있고, 해외 명소들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고(물론 눈으로 보는 것만 못하겠지만), 해외에서만 파는 물건도 직구를 통해 구할 수 있는 요즘 딱 한 가지, 현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딱 한 가지가 있다.
바로 '냄새'다. '냄새'는 절대 그 땅을 밟지 않으면 느낄 수 없다.
이게 무슨 변태 같은 이야기인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냄새'만큼은 그 나라 땅을 밟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 핸드폰 화면 너머로 전해지지 않고 상상을 해봐도 도무지 알 수 없는 '냄새'
나는 여행을 떠나기 시작하면 항상 '그곳에선 어떤 냄새가 날까'하는 상상과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마침내 여행지에 도착하면 눈을 감고 온 신경을 코에 집중한 다음 크게 숨을 들이마신다. 그렇게
나의 여행은 시작된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냄새가 다른 걸까?
내가 여행을 떠났던 여수에선 바다에서 나는 특유의 약간 비릿한 냄새와 청량한 냄새가 섞여 서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시원함을 느꼈다. 최근에 떠난 LA에서는 진하고 달콤한 꽃향기 같은 냄새가 내 코를 자극했다. 작년에 다녀왔던 태국에서는 좀 더 가볍고 상큼한 라벤더향 같은 냄새가 났었던 것 같다.
정확히 어느 순간부터 냄새를 맡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어느 순간 내가 살고 있는 도시와 지금 도착한 이 지역의 냄새가 다르다는 걸 깨닫기 시작한 순간부터 이상하게 냄새에 집착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LA 여행을 하는 도중 할리우드를 걸을 때도 여행 온 걸 실감하지 못했고 인 앤 아웃 버거를 먹었을 때도 실감하지 못했던 내가 그 달콤한 꽃 냄새를 맡았을 때 그제야 여행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미 유튜브 브이로그로 너무 많이 봐왔던 할리우드 거리와 인 앤 아웃 버거였기에. 하지만, 아무도 나에게 LA에서 나는 냄새는 말해주지 않았었다.
내가 알지 못했던 것에서 오는 사소한 정보가 여행지에서 느낀 내 모든 감정들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만들어 주기에 충분했다. 어쩌면 여행지에서 느끼는 가장 큰 행복과 감격은 내가 몰랐던 곳에서 오는 새로운 경험이 아닐까?
평소 일상생활에서 모르고 있었던 정보들은 나에게 '불안함'같은 것이었다. 단순히 올리브영을 갈 때도 몇 번 버스를 타야 하는지 언제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는지 전부 조사해 놔야 마음 편하게 생활할 수 있었다. 해외여행을 갈 때면 더욱 심해졌다. 미리 알고 가지 않는다면 낭패 볼 거라는 느낌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으니까.
그렇지만, 여러 여행을 다니면서 가장 많이 배웠던 점은 바로 '몰랐던 사실'에서 오는 기쁨이 굉장히 크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LA의 냄새가 그랬고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았던 디즈니랜드가 그랬던 것처럼.
이제야 조금씩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어떤 상태일 때 행복한지 알아가기 시작한 것 같다. 이게 바로 '여행'의 순기능 아닐까? 누구보다 가장 친했어야 했던 사람과 이제야 조금씩 친해지기 시작했다.
참고로 LA에서 나는 달콤한 꽃향기 같은 냄새는 '빅토리아 시크릿'의 밤쉘 오드퍼퓸의 냄새와 굉장히 흡사한 냄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