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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May 02. 2024

해  진   人  生






여행 중 호텔 방에서

뒤꿈치 다 달아버린 양말을 신었다가 친구에게 걸렸다

"야, 너는 양말이 얼마나 한다고

목이 다 늘어지고 해진 양말을 신고 다니냐

내가 양말 한 타스만 사줄까?"


나는 말했다

"야, 집에 새 양말 많아

50 켤레는 있을걸

이 양말은 신고 버리려고 신고 온 거야"

애써 궁색한 변명을 했다


'아끼다 똥 된다'는 소릴 여태 들어오면서도 습성이란 무섭다

틈날 때마다 사놓은 새 양말들은 언제 신고 가려고  낡은 양말들을 못 버리는 건지

나도 이해가 안 간다

이게 다 궁상떠는 걸게다


돌아가신 할머니 반다지에서

딸내미, 손주들이 사다 준

겨울 내복이 잔뜩,

새 옷가지며, 목도리, 양말이 잔뜩이었다

아끼다가 못 입고 못 신고 가셨듯이

그렇게 잘 쟁여놓고 가셨듯이

나도 닮는가


건조대 빨래들 사이에

아직 버리지 못한

낡은 양말 걸려있다

왜 이렇게 궁상을 떠는지

나도 모르겠다


궁상아,

제발 헌 양말 버리고 새 양말 좀 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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