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진 자 리

by 시인 화가 김낙필





꽃 진 자리가 슬퍼

그 길을 걷지 않기로 했다

해마다 피고 지는 그 자리가

똑같이 아프고 저리다

철마다 당하고 사는지 알 수가 없다


꽃 냉이가 쇠하고

꽃 무릇이 알이차서 성하고

달래가 풀나무가 되었다

나도 어느새 쇠하여 고목이 되었다

강물은 벌써 바다로 떠나 버렸다


한 철 아름다웠던 것들이 떠나고 가지마다 녹음이다

가죽 나물을 뜯어다 초고추장에 밥을 비볐다

몸속이 향으로 가득 찼다

그렇게 꽃 진 자리가 충만해졌다


너에게 가는 길은 늘 멀다

강물 위에 떠나는 낙화처럼 외롭다

그래서 한 생이 흘러간다는 것이 숙명이라 믿었다

길은 운명과도 닮아서

그 자리마다 할미꽃이 피


그렇게 꽃들이 다 져 가버리고 나면

나만 덩그러니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