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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by 시인 화가 김낙필



비가 올라온다

장맛비다

태풍도 함께 온다

폭풍우 다


동해자락

주문진 청양댁도 생각나고

포구, 바닷새, 등대, 방파제도 생각난다


노포에서 시름 달래던 어부들도 다 사라지고

포구는 한산하다

오랜만에 오징어가 돌아와서

수평선에 오징어 배가 떴다


장맛비가 얼마나 머물다 가려나

축축하고 음습한 방

하염없이 내리는 비, 바람

떠나간 사내들이 생각나는 포구

청양댁 이슬이하고 줄담배 피우게 생겼다


남쪽에서 올라오는 비바람은

향원의 정원을 흔들어 놓고

사평역을 지나

청양댁 선술집을 내리 치겠지


방파제에서 비 맞은 고양이 꼴로

신세 한탄하고 앉았을 그녀는

장마가 엄청 싫다

장마처럼 자기를 휩쓸고 지나간 남정네들의 숫자를 세어 본다

손꼽아 봐도 셈이 잘 안 된다


비가 올라온다

태풍을 데리고 물난리를 데리고 온다

도회지 반지하 방은 비상이다

없고 외로운 사람들만 두려운 장맛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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