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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가

by 시인 화가 김낙필



네가 하루의 시작이라면 좋겠다

깨어나서 너를 생각하고

온종일 네 생각으로 살 수 있다면 좋겠다


잠들 무렵 피아노 건반을 뛰어다니며 음악처럼 잠들고

꿈속에서 너를 만나서 손을 잡고

날아다니고 싶다

그렇게 살다가 살다가 죽고 싶다


하루의 시작이 너라면 좋겠다

어느 날 너를 까맣게 잊어버린 채

마지막 잎새를 떨굴 수 있을까

캔버스엔 낙엽만 쌓이겠지

쓸쓸한 요양원 뒤뜰에 앉아서

겨울나무를 그리고

빗살무늬 햇살처럼 기울고

그 하루는 무막한 것처럼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불고

그날까지 서로 잊고 살자

네가 나의 하루였을 때

나는 행복했다

진한 커피 향처럼 향기로워서

모든 나날들이 기뻤다


지금은 빈 뜰만 적막해서 허허롭다ᆢ<2020 rewr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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