默想
허튼소리도 힘이 빠진다
말에도 힘이 있어 세월 따라 늙는다
달콤한 말들은 사라지고 거친 우박 같은 소리만 남았다
후박나무 가지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좋다
들어줄 이 없는 무대에는 바람만 분다
침묵이 아니라 묵언이다
묵언이 길면 벙어리가 된다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세계 열반의 경지가 아니다
세상이 쪼그라들어 늙어가는 소리다
그렇게 말이 세치 혀에서 녹아 사라지는 것이다
오늘도 숲에서는 쑥꾹새가 운다
오월이 가고 유월이 온다
보리가 익고 모를 심는 계절이다
견고한 계절들이 오고 가고
사람의 세상에는 바람만 분다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고 간다
그 속에 말을 잃은 나는 조개껍데기 같은 존재이다
말을 잃었다
마시멜로처럼 달콤한 말들을 잃었다
사람의 말도 잃었다
꽃의 말, 계절의 말을 잊어간다
망부석의 말처럼 바람의 말만 남았다
그래서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