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눈

by 시인 화가 김낙필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세상을 살아간다

부자들의 세상

빈곤한 사람들의 세상

홀로 된 자의 세상

아픈 자들의 세상

슬픈 사람들의 세상은 슬프고

가쁜 사람들의 세상은 아름답다


나는 이도저도 아니어서 왜 살았는지 조차 모른다

이제와 보니 그냥 바람처럼 살았다는 것

무슨 의미가 있겠거니 생각해 보니

그래도 몇몇은 나를 사랑해 줬다는 사실에 위로가 된다


내가 사랑했던 사랑들은 다 떠나고 없다

더러는 다른 사랑을 찾아 떠났고

더러는 내가 실증 나서 가버렸다

그렇게 헤어져 어디선가 늙어간다

그래도 오늘처럼 밤눈 오는 날엔

한 번쯤 날 기억해 주는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밖 숲으로 고요하게 내리는 눈을 보며 이렇게 자정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