忘恨

봄날

by 시인 화가 김낙필


忘恨




내가 사는 일에

이유가 없어진지는 오래됐다

성공이랄 것도 없는 세월 뒤엔

회한이 쓸쓸히 자리 잡고

떨어진 동백 꽃잎이나 그러모아

아이처럼 꽃집을 지을 나이라니

무슨 할 말이 남았겠는가

한 서린 마차가 덜컹거리며 길 떠나는

동구밖에는 복숭아꽃 피고

누군가 "봄이에요" 하는 속삭임에

뒤돌아보니

아지랑이가 살랑살랑 걸어오네

내가 이쯤 살아낸 것도 축복이려니

이젠

잊어가는 일이 내 소임이려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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