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 로 석 앞 에 서

by 시인 화가 김낙필



젊은것들은 늙은 것들이 밤늦도록 어딜 쳐 다니느라고 퇴근 시간에

코앞에 버티고 서서 꼬나보고 있나 하고
늙은 것들은 젊은것들이 어찌 노약자석에 떠억 버티고 앉아

노인네 앞에 두고도 일어나지도 않나 하고
전철 노약자석 앞에서 팽팽한 눈치 싸움이 장난이 아니다
지쳐 앉아있는 젊은 처자나
그 앞에서 눈치 주는 노땅이나 참으로 볼성 사나워 못 봐주겠다

차라리 노약자석 없애 버리면 좋겠다
늙은이나 젊은것이나 상관없이 아무 데나 앉을 수 있게 말이다
괜히 만들어 놓고 남녀노소 위화감만 조성한다
한쪽은 앉아서 조는 척하느라 힘들고
한쪽은 눈 뜨기만 해 봐라 벼르는 쪽도 그렇고
이게 대체 뭐하는 짓들인지 모르겠다
늙고 나이 먹은 게 무슨 벼슬이라고 이런 광경에 젊은 애들 보기가

민망할 때가 많다
앞으로는 노인네들만 사는 경로 시대인데 무슨 경로석이 필요한가
각자 알아서들 사는 거지

더 좀 살아보겠다고 약 타러 오이도를 오가는 길에
갈래 머리 딴 아이 하나가 시집을 펼쳐 들고 읽고 있다
아, 오랜만에 풍경을 보는구나

저쪽 경로석에서는 아직도 치졸한 눈치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