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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Sep 30. 2019

내 밥벌이는 내가 하고 싶은데

돈 못 버는 경단녀의 우울

돈을 못 번다는 건 때때로 많은 불편함을 초래한다. 특히 병원 같은 데를 갈 일이 생기면 더더욱. 

이틀 전부터 잇몸이 부었다. 전체적으로 부은 게 아니라 치아 한 개 근처만 부은걸 보면 치아 뿌리 속에 염증이 생긴 걸 수도 있다고 한다. 주말 내내 포털 사이트를 검색하며 알아낸 얕은 지식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한 공포감을 느꼈다. 돈 깨지는 소리가 들려서다. 


일본은 병원비가 한국에 비해 비싸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금니 치료 같은 보철치료비용은 둘 다 비슷하게 비싼 편이지만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기본 진료비 자체가 비싼 것이 문제다. 


두 달 전에 기본적인 구강검진만 받았을 때 보험이 적용돼서 나온 진료비가 2-3천엔(2~3만 원) 정도였으니 아무리 먹을 것에서 아끼고, 필요한 것만 사면서 쇼핑을 줄여도 병원 한번 다녀오면 그렇게 아끼고 안 쓴 게 무색해질 만큼의 지출이 생긴다. 그래서 여기에선 안 아픈 게 최소 돈 버는 건데 또 병원을 가게 생겼다. 그것도 치과에. 


이번엔 또 얼마나 나오려나. 가늠이 안되니 괜히 더 두려웠다. 몇 푼이라도 내가 돈을 벌고 있으면 그나마 덜 무서울 텐데 버는 건 없이 쓰고만 있는 상황에서 또 돈 들어갈 데가 생겨버리니 한숨만 나왔다. 



내가 당장 일할 수 있는 곳들은 주로 서비스직이다. 집 근처에 있는 대형 쇼핑몰에서는 판매직이나 조리보조 혹은 홀서빙 등을 주로 뽑았다. 육체노동이기에 전부 시도해보지 않았는데 이제는 이런 거라도 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외국인에 주 28시간 밖에 일하지 못하는 비자를 갖고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1일 5시간 이내의 아르바이트밖에 없다. 노동비자를 발급해주면서까지 나를 쓰고 싶어 하는 회사는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언제 그런 일을 잡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이제는 육체노동만큼은 피하자는 고집을 꺾어야 할 때가 온건지도 모른다. 남편이 극구 말리고 있긴 하지만 내 힘으로 돈을 못 버는 지금과 같은 상황을 내가 언제까지 참을 수 있을까. 돈은 없는데 돈 나갈 곳은 계속 생기는 상황을 덤덤하게 버텨내는 것이 자꾸 힘에 부친다. 


대학 졸업 후 결혼 전까지 나는 꾸준히 돈을 벌었다. 직장을 다녔고, 저축을 했고, 종종 여행도 갔지만 작은 경차를 하나 사고도 돈은 남았다. 이렇게 회사만 다니다 보면 10년 뒤 나는 어찌 될지에 대한 걱정은 했지만 당장 다음 달의 생계가 어떻게 될지는 걱정하지 않았다.


요즘엔 반대다. 좋아하는 일을 찾았고, 플랜 B로써 외국어 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다. 이렇게만 하면 나의 5년 뒤, 10년 뒤는 어떻게든 먹고살 수 있을 것도 같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지만 당장 이번 달의 치과진료 비용은 걱정된다.


어느 쪽이 더 행복한 걸까. 비교하는 것 자체가 이미 지금의 상황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 부정하지 않겠다. 당장의 쓸 돈이 없는 지금이 나는 더 불행하다고 느낀다. 눈앞의 현실이 불안하고 막막한데 5년 뒤 10년 뒤를 살필 여유는 없다.



몇 년 전 아버지는 내게 말했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제일 쉬운 일이라고. 맞다. 세상엔 돈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복잡다단한 일이 많다. 돈만 있으면 해결되는 일이 가장 쉬운 일이라는 아버지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하지만 요즘 나는 그 쉬운 일조차 못한다. 그래서 우울하다. 


지금의 내 우울감은 돈을 못 버는 데에서 기인했고 앞으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에 대한 막막함으로 발전됐다. 속물이라고 해도 별 수 없다. 나는 돈 버는 것이 익숙하고 돈이 주는 넉넉한 마음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 


글쓰기는 돈이 드는 일은 아니지만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돈이 필요하다. 생계에 위협이 오면 글쓰기는 뒷전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어렵게 찾은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이어가기 위해 나는 돈을 벌어야 한다.


아직 내 수준에서는 글 쓰는 것만으로는 돈을 벌 수 없다. 전업작가는 ‘꿈’으로 남겨둬야 할지도 모른다고 요즘 들어 진지하게 생각 중이다. 본질은 글쓰기를 평생 이어가는 것이지 꼭 전업작가가 되어서 내 밥벌이까지도 글쓰기로만 해야 한다고 고집할 필요는 없지 않나 싶어서다. (나 혼자 고집한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고.)


취업이 안되고 돈을 못 버니까 마음이 약해져서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살면서 이루지 못할 꿈 하나 정도 가슴에 품고 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언젠가 이뤄질 그 날을 기대하며 하루를 열심히 살 수 있는 동력으로 삼는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자위하며 나는 오늘도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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