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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Sep 18. 2020

그 결정, 정말로 본인이 내린 건가요?

부엉이 상담소 -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냐는 당신에게

오늘의 사연은 33살의 백수, 미아님이 보내주셨습니다.     


저는 33살 미혼의 백수입니다. 대학교를 중퇴하고 일찍이 일을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한 가지로 저를 표현할 만한 직종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왜냐면 저는 그동안 모든 일을 나중으로 몰아넣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저에게 2년 전 해외로 나갈 일이 있었습니다. 영어야 가면 늘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1년을 보내고 2년 차 저는 남자 친구를 만나며 한 해를 더 보내게 됩니다. 

저의 남자 친구는 꽤나 현실적이며 1년 내내 저를 끊임없이 push 하며 워킹 비자를 받을 수 있기를 노력했습니다. 당시의 저는 영어가 늘면 일을 구할 수 있을 거야. 파트너 비자를 발급받으면 일을 구할 수가 있을 거야. 코로나가 지나면 일을 구할 수 있을 거야. 등등 합리화를 시키며 번번이 도전을 회피하였죠. 그 결과 저는 현재 한국에 돌아오며 다시 해외 진출을 원하고 있습니다. 

제 남자 친구와 주변 친구들은 모든 문제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못 찾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 말하며 저 역시 그에 대한 의견을 동의합니다. 제가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은 단순히 해외에서의 독립, 드로잉, 명상 등 생계를 위한 직업으로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항상 모든 직업은 저에게  너무 과한 것이라 느끼며, 전문적인 직장을 얻기 위한 시간에 아르바이트라도 하며 푼 돈이라도 버는 것을 중요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미래를 위해 영어 공부를 하다가도 불안감이 느껴져 집중을 할 수가 없어져 이렇게 고민사항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33년 동안 노력을 하기보단 회피한 제 자신이 한심하고, 이 세상에 쓸모가 없다고 결론 내리며 눈물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몸만 이렇게 커버린 어린아이 같은 저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미아님. 부엉이 상담소에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부엉이 상담소의 소장, 코붱입니다 :)

미아님께서 접수해주신 고민을 읽는 내내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미아님께서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이 뭘까?"

"미아님께서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2년 전 해외로 나갈 일이 있었던 것도, 남자 친구를 만나 1년을 더 해외에서 체류하게 된 것도, 파트너 비자를 발급받으려던 것도 그리고 현재 다시 해외 진출을 원하고 있다는 것도 전부 다 미아님 스스로 원하신 것들이었나요? 그저 주변 사람들의 말과 분위기에 휩쓸려 선택한 것들이 아니고요?


이에 대한 답은 이미 미아님 스스로가 잘 알고 계신 것 같아요. <33년 동안 노력을 하기보단 회피한 제 자신이 한심하다.>라고 말씀하셨으니까요. 



미아님께서는 지금까지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하고,
어떤 일을 하고 싶고,
내가 바라는 미래는 어떤 것인지"에 대한

미아님만의 답을 찾아 내놓는 것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습니다. 



유예된 질문은 사라지지 않아요. 지금처럼 이렇게 불쑥 튀어나와 언제고 미아님을 괴롭히게 될 거예요. 그렇기에 이제라도 미아님 스스로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미아님만의 답을 찾아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아래의 순서대로 생각을 해보시고 미아님만의 답을 적어보세요.      



1) 나는 왜 해외로 나가고 싶은가?      


2) 1번의 답이 진짜로 내가 원하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아닌 누군가(남자 친구 포함)를 위한 행동인가? --> 남을 위한 행동이라면 해외 진출은 과감히 포기하시길 바랍니다.      


3) 두 달 치의 카드값 내역서와 통장의 출금 내역서를 꼼꼼히 확인하시면서 각 항목별로 얼마를 사용 중이었는지 체크해보세요. (세 달 치를 조사해보시면 더 좋습니다)     


[식비 얼마, 보험비 얼마, 월세 얼마, 공과금(전기세, 수도세, 관리비 등), 커피(카페)에 쓴 돈 얼마, 친구들 만나는 비용 얼마, 교통비 얼마, 쇼핑 얼마 등등]     


4) 3번에서 확인한 비용 중 줄일 수 있는 비용은 뭐가 있죠?     


5) 4번에서 '줄이기로 한 비용'을 제외하면 미아님의 <한 달 최저 생계비>가 나옵니다.   

  

6) 5번에서 확인한 <미아님의 한 달 최저 생계비>를 기준으로 했을 때 현재 미아님이 가지고 있는 여유자금으로 언제까지 생활할 수가 있죠?      


- 저의 경우 한 달 최저 생계비는 60만 원입니다. 그렇기에 제게 만약 500만 원이 있다면 약 8개월은 돈에 대한 걱정 없이 제가 해보고 싶은 일(취직이 됐든 사업이 됐든 글쓰기가 됐든)에 아무 걱정 없이 몰두할 수 있습니다.   

  

7) 6번에서 확인된 기간 동안 미아님 스스로 해보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실제로 시도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8) 6번에서 확인된 기간이 끝났는데도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면 알바를 하거나 직장에 취업하는 등 또다시 미아님의 한 동안의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일을 구하고 돈을 버는 게 좋습니다.      


9) 미아님이 진짜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기 전까지 1번부터 8번까지의 과정을 계속 반복하세요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데 내가 뭘 하고 싶고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고민을 시작하게 되셨다는 것은 우선 매우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더 이상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것, 남들이 하라고 권하는 것이 아닌, 미아님 스스로가 원하고 살아보고 싶은 인생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셨다는 증거거든요.


그러므로 지금의 방황은 매우 당연한 것이니 너무 혼란스러워하지 마세요. 다만, 생계(돈)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어 있지 않다면 미아님의 방황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또다시 정처 없이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는 조각배처럼 표류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리하자면           



1) 미아님의 자금 상태(여유자금이 얼마나 있는가)를 확인한다.     


2) 미아님의 최저 생계비를 구해본다.      


3) 미아님이 보유 중인 자금을 기준으로 지금부터 몇 개월까지는 금전적 소득 없이도 생활할 수 있는지 파악한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 & 답을 찾기 위한 미아님만의 데드라인 설정하기]     


4) 스스로 부여한 데드라인이 끝날 때까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제로 행동해보며 미아님만의 답을 찾아본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은 미아님의 <최저 생계비>를 구하는 일입니다. 이것 역시 언젠가 해보자, 가 아닌, 오늘내일 중에 맘 잡고 해 보자.라는 마음으로 접근하시길 바랍니다.      


너무 많은 고민을 한꺼번에 다 하면 또다시 머리가 복잡해지기만 할 뿐, 어느 것 하나 해결되지 않은 채로 또다시 시간만 흘러가게 됩니다.      


하나에 하나씩만 해결해 나가 보자는 마음으로 우선 <최저 생계비>에 대한 미아님만의 답을 찾아보세요 :)    

 

그리고, 부엉이 상담소는 매주 토요일 밤 9시에 2시간씩 유튜브 채널 [백수 라이터 코붱]에서 실시간 상담을 진행 중입니다. 


최저 생계비에 대한 정리가 끝나신 이후에 해당 상담소에 직접 방문하셔서 더 깊은 상담을 이어가 봐도 좋을 것 같아요. 메일이 편하시다면 지금처럼 이메일로 소통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


그럼, 미아님! 너무 의기소침해하지 마시고, 혼란스러워하시지도 말고!ㅎㅎ 지금부터 저랑 같이 하나씩 해결해 나가 봐요. 화이팅입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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