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서리뷰 - 『本屋のミライとカタチ』
이 책의 저자는 대학 졸업 후 책 도매상 회사에 입사, 서점 개업 및 출판사 창업 등을 거쳐 현재는 일본의 대형 서점 체인인 츠타야 서점에서 근무 중인, 이른바 출판업계의 모든 입장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다.
약 20여 년 이상 출판 업계에 몸 담으며 책을 만들거나 팔아온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이렇게 밝힌다. 이 책은 오직 신규 독자를 늘리기 위한 방법과 서점에 찾아오는 신규 고객을 늘리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만 다룬다고.
서점에 대한 책이라고 하면 보통 서점을 개업하는 방법이나 서점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설명, 혹은 책을 잘 파는 노하우 같은 것을 담았으리라 기대할 수 있지만 저자는 처음부터 그러한 기대를 무너뜨리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책을 파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기존 독자가 아닌 신규 독자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저자의 생각에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되지 않는 파이를 나눠먹는 것보다 파이 전체를 키우는 게 출판업계 전체를 먹여 살리는 일이기도 하고
아무리 책을 좋아하고 평소에 많이 읽는 헤비 유저라고 해도 한 사람이 한 달에 읽을 수 있는 책의 권수는 한정되어 있기에 기존 고객이 아닌, 한 달에 책 1권도 읽지 않는 (저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약 50%의 사람들을 신규 독자로 만드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에는 나도 동의한다.
다만, SNS와 OTT 등 책 외에 즐길거리가 넘쳐나는 요즘 같은 시대에 어떻게 하면 책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 책의 매력을 전파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결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저자는 이런 고민에 대한 답으로써 여러 사례들을 책에 담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것 몇 가지를 꼽자면
1. 틱톡에서 1분 이내의 영상으로 소설을 소개하는 틱톡커
2.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제비 뽑기 하듯 무작위로 책을 뽑아 딱 2페이지만 읽고 뒷 이야기를 상상해서 써보는 ‘제비 뽑기 독서’ 수업을 하는 국어 교사
3. 평일 500엔, 주말 300엔의 입장료를 내야 입장할 수 있는 롯폰기의 서점
4. 365일 날짜가 새겨진 생일 커버를 제작하여 해당일에 태어난 작가의 작품에 생일 커버를 씌운 뒤 친구나 지인에게 선물하는 프로모션
이 외에도 아직 현실화되진 않았으나 시도하면 꽤나 재밌을 것 같은 여러 방식등을 통해 저자는 신규 독자가 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로 하여금 서점 방문을 일종의 오락처럼 여기게 만드는 신박한 방법들을 소개한다.
서점은 그저 책을 진열하여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그 외의 부가적인 기능을 갖춰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저자의 주장은 다소 뻔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프로레슬링과 성냥 제조사 등, 출판업계 이외의 업계가 기나긴 암흑기를 이겨내고 신규 고객을 창출해 낸 사례들을 들어가며 이러한 방식을 어떻게 서점에 접목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내용은 참신하게 다가왔다.
서점이란 책을 진열해서 판매하는 공간이 아닌, 책을 매개로 하여 다른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곳이라는 저자의 주장 역시 새로웠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책의 매력을 전파할 수 있는지, 신규 독자를 만들어내기 위해 서점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그걸 현실화하려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지에 대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
물론, 아직 번역서는 없어서(올해 2월에 출간된 신간이기에..) 원서로 봐야 한다는 번거로움(?)은 있다는 점은 참고해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