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에 본 <콩트가 시작된다>
이제 서른과 가까워져가는 나이. 여전히 나는 취업을 하지 못했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결국 현실에 치여 포기한 것이 많지만, 좋아했던 것들이 있었다. 그래서 여전히 그 곁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 나는 성실히 앞길을 나아가며 이른 취업을 맞은 친구들로부터 이런 말을 듣곤했다. “그래도 너는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서 멋져”.
그럴 때마다 생각했다. 이상을 좇던 과거엔 내가 정말 이 일을 하고 싶은지,이것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어릴 적부터 감내해온 가난을 떠올리면 돈에 욕심을 가지고 취업전선에 일찍 뛰어들만도 한데,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진 못했다.
그런 나에게 <콩트가 시작된다>는 처음으로 찾은 나의 청춘을 대변해주는 이야기였다. 무언가를 후회없이 사랑한다는 것, 그렇지만 놓아줄 수밖에 없는 순간이 온다는 것, 그러나 그게 삶의 끝은 아니라는 이야기.
작게는 하루토와 나카하마라는 두 명의 인물, 그리고 맥베스 멤버와 나카하마의 동생인 츠무기까지 포함하여 무려 다섯 명의 중심 인물을 가지고 가는 이 작품은 어느 한 사람도 기능적으로 쓰이게 두지 않는 작품이다. 바랐던 꿈에 도달하지 않으면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이야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일이다. 다섯 사람의 주변 인물조차 체스 판의 말처럼 쓰이지 않는다. 모두에겐 각자의 서사가 있고, 매력이 있다. 그래서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작중의 인물 모두에게 정이 들게 된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성향의 캐릭터가 등장하기에 자신과 가장 닮은 캐릭터를 찾아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1회차 감상엔 매회 울었고, 2회차 감상엔 좋은 대사들과 장면들을 음미하며 작품의 완성도에 감탄했다. 더불어 사회로부터 큰 상처를 받았음에도 다시 나아가는 나카하마의 용기에 힘을 받기도 했다. 아마 나는 이 드라마를 다시 찾을 것이다. 그때 나의 감상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