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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와 글 Mar 31. 2016

한단지몽 一炊の夢(6)

〔글〕 코이케 마리코小池真理子 〔번역〕 소리와 글

한단지몽 一炊の夢(6)



이해합니다,라고


여자는 말했다.

"...... 많이 찾아다녔겠네요?"


"물론입니다.

그녀의 남편과 친척들이 경찰에 수색 의뢰를 낸 모양이었지만 그것과는 별도로 난 나대로 그녀를 찾아 헤맸습니다.

처음에는 한 달에 한 번, 주말마다 가나자와와 노토의, 지금 우리들이 있는 이 곳까지 왔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병원 문도 닫았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녀를 찾는 일 외에는......"


가게 여주인과 잡담을 나누고 있었던 남자 손님이 돌아가고

이번엔 30대로 보이는 커플이 가게로 들어왔다.


엄청 내리네-

아 싫어 쌓일 것 같아-


라는 말들이 가게 안을 부유했다.

어떻게,라고 그녀는 물었다.


"마지막 연락이 가나자와에서 온 걸 알았어요?"


간단합니다, 하고 노인은 대답했다.

"내 앞으로 한 장의 엽서가 왔어요. 거기에 가나자와 도장이 찍혀 있었습니다."


노인은 술잔을 손에 든 채, 물끄러미 앞을 보고 있었지만

이윽고 격하게 눈을 깜박였다.


"실종의 이유도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았습니다. 단지 무사합니다, 미안해요,라고. 이런 내가 싫어지겠죠, 라고요. 저는 그 걸 그녀의 남편에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남편은 우리들의 관계를 알고 있었고, 나한테 언젠가 연락이 올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일절 엽서 이야기는 하지 않았어요. 경찰에게도 말입니다"


여자는 "벌레의..."이라고 말하려다 "간탄의..."하고 바꿔 말했다.

"그럼 간탄을 줬다는 가나자와의 친구분도 그런 사정을 알고 있는 분이겠네요?"


"어떻게 알았어요? 원래 이시카와 경찰서의 형사였던 남자입니다. 병으로 쓰러져서 은퇴했지만은요. 그에겐 신세를 많이 졌죠."


이윽고 가게에 또 다른 손님이 들어왔다. 중년의 남녀였다.


카운터가 분주해졌다.

여자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노인이 입을 다물었기 때문에

여자도 잠자코 있었다.


가게 여주인이  

남자 손님이 따라주는 맥주를,

꿀꺽 마시고는

아-맛있다-,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

"참 시시한 이야기죠."

라고 노인은 말하며 학처럼 목을 쭉 뻗었다.


"좀 취했습니다. 오랜만입니다."


"지금도 그럼....?"이라고 여자는 말하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마치 실컷 울고 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 그분을 찾으러 오신 거네요?"


노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쭈글쭈글한 옆얼굴에서

희미하게 타오르는 불꽃이 보이는 듯 했다. 


그것이 노인을 자책하게 하고 

동시에 살게 해 주고 있는 것 같았다.


"혼자서 나이를 먹는 건 초라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난 초라하지는 않습니다."라고 노인은 말했다.


"그저 외로울 뿐입니다. 그녀가 없는 인생이 그저 그저......"

거기까지 말하고는 그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술잔에 남아있던 술을 입에 털어 넣고는

"내 인생은"이라고 분명한 어조로 되뇌었다.


"그녀가 사라지고 나서 텅텅 비어 버렸습니다. 이 외로움은 죽을 때까지 안고 가야 하겠죠."

노인은 배에 힘이라도 주듯이 양손을 허벅지에 세게 올리고는 

등을 쭉 펴고 정면을 노려보며 어깨를 세웠다. 


입술이 일그러져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천장을 쳐다보면서 노인은 눈을 감았다.


노인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짙고 검은 속눈썹 사이에서 눈물이 번져가는 것이 보였다.


여자의 마음도 뜨거워졌다. 여자는 무심코 노인의 팔을 잡았다.

가늘고 근육이 없는 앙상한 팔이었다.


그 팔을 살짝 잡고 

쓸어내렸다가 

다시 잡았다.


잠시 그대로 있던 노인은 

갑자기 세게 팔을 빼고 여자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고 낮고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다.


"나를 만지지 말아요."


단호한 소리였지만 낮은 음성이었다.


가게 주인도 손님들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가게는 여전히 북적거리고 있었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고 술과 생선 냄새가 났다.


"누가 만지면"이라고 노인은 힘없이 말했다.


"...... 그러면 더 외롭습니다."


여자 손님이 큰 소리로 웃으며 같이 온 남자의 등을 두드리고 있었다. 누군가가 일기예보를 틀어달라고 하고 있었다. 가게 주인이 유선 방송을 끄고 가게 안에 있던 작은 텔레비전을 켰다. 화면에는 본 적이 없는 만담가가 시끌벅적한 간사이 사투리로 뭐라고 하고 있었다.


미안합니다,라고 여자는 사과했다. 가볍게 머리를 숙였다.


"정말 미안합니다."


아니에요,라고 노인은 말하고 검버섯이 핀 손 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미안하다니요. 이쪽이야말로 볼쌍사나운 모습을 보여서 부끄럽습니다."


노인은 여자가 눈물짓고 있는 것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그는 축축한 눈을 가늘게 뜨고 여자를 보고는 

더 마실래요?,라고 했다.


네 마실게요,라고 여자는 말했다.


노인은 끄덕이고는 자세를 바르게 고치고 마치 이제까지의 일이 없었던 것 마냥 밝은 목소리로 "따뜻한 정종 하나 더요."라고 했다.



(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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