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첸 체험센터 서래마을점의 쿠킹 클래스 가보니
‘내가 서래마을에서 본 일이다. 젊은 기자 하나가 쿠첸 체험센터에서 떨리는 손으로 직접 만든 관자 요리를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음식이 못 먹을 정도인지 좀 봐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20년 경력 양식 셰프의 입을 쳐다본다. 셰프는 기자의 플레이팅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이리저리 살펴보고는 “보기에는 좋소” 하고 내어준다. 기자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접시를 받아서 테이블에 올려놓고 인증샷을 몇 번이나 찍고 다 식은 뒤에야 맛을 본다. (후략)’
얼마 전 난생 처음 ‘쿠킹 클래스’에서 요리를 배운 소감을 고(故) 피천득 선생의 수필 ‘은전 한 닢’을 패러디해 적어봤다. 다양한 ‘덕질’을 하면서도 요리에는 영 흥미가 없던 기자가 쿠킹 클래스에 참여하게 된 데는 쿠첸에서 문을 연 ‘신상’ 체험센터의 영향이 컸다. 주방에 쿠첸 제품이라고는 소형 전기밥솥과 1구짜리 인덕션이 전부인 기자도 체험센터에서 클래스를 듣고 나면 ‘요리왕 비룡’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쿠첸은 쿠쿠전자와 국내 전기밥솥시장을 양분하는 브랜드다. 쿠첸은 ‘경험을 채우는 공간’을 콘셉트로 서울과 경기 분당에 체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쿠첸이 ‘Culture of Kitchen’의 줄임말인 것처럼 쿠킹 클래스는 소비자에게 유용한 지식과 경험을 제공해 주방문화를 바꿔나가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쿠첸 체험센터는 삼성점, 정자점에 이어 3월 서래마을에도 문을 열었다.
쿠첸 체험센터에서는 “요리가 생활이 되는 쉬운 레시피, 매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고 싶은 센스 넘치는 플레이팅, 당장이라도 입에 넣고 싶을 만큼 멋지게 음식 사진 찍는 법 등을 배울 수 있다”는 게 쿠첸 관계자의 설명이다.
든든한 한 끼 대신 가벼운 디저트나 와인과 함께하면 좋을 안주거리를 만드는 클래스도 있다. 매월 공식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일정이 올라오니 원하는 요리와 시간에 맞춰 공식 블로그나 네이버 예약으로 신청하면 된다. 클래스마다 비용은 다르지만 대부분 1회에 2시간가량, 가격은 재료비를 포함해 5만 원 선. 아이와 함께하는 키즈 쿠킹 클래스도 있다.
평일 저녁에는 예약이 수월한 편이지만 주말 클래스는 꽉 찬다. 백화점 문화센터나 요리학원의 문을 큰맘 먹고 두드려야 배울 수 있는 메뉴가 많다. 체험센터마다 셰프들의 전공 분야와 메뉴도 달랐다. 쌀 불리기도 귀찮아 즉석밥을 데우는 ‘요리 귀차니스트’이자 ‘레토르트 신봉자’인 기자는 4월 18일 서래마을점에서 수업을 들었다. 이곳 수업을 담당하는 셰프 진은 르 꼬르동 블루 출신으로 20여 년 이상 프랑스 식당을 운영했다. 이날 셰프로부터 배운 요리는 관자 오렌지 버터 블랑 소스와 아스파라거스 가니쉬, 딸기 가스파초였다.
서울 강북 사무실에서 강남 체험센터까지 가려니 시간이 빠듯했다. 차가 밀려 클래스 시작(오후 7시) 직전인 6시 50분쯤 체험센터에 도착했다. 매장 관계자는 “‘칼퇴’ 하기 어려운 직장인보다 집이 근처인 주부들이 클래스를 많이 들으러 온다”고 말했다.
쿠첸 체험센터 서래마을점은 각각 ‘C+존’ ‘C#존’ ‘C-cook존’ 등 3가지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C-cook존’에서 진행되는 수업은 시연과 실습으로 이뤄진다. 수업에 앞서 집중을 위해 ‘C#존’에서 커피를 주문했다. 모든 쿠첸 체험센터에는 큐리그 카페가 있다. 쿠첸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커피머신을 활용한 카페다. 처음에 메뉴판에 스타벅스부터 투썸플레이스까지 커피 프랜차이즈 이름이 쓰여 있어 의아했는데 프랜차이즈 음료를 취향대로 맛볼 수 있는 캡슐로 내리는 커피였다. 커피 가격이 3000원대로 저렴한 이유였다. 요즘에는 캡슐 커피라고 맛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종류가 많아 고민하다 스타벅스 베란다 블렌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바로 옆 ‘C+존’에서는 밥솥, 전기레인지 같은 쿠첸 제품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었다.
시연 공간에는 송중기가 광고하던 그 쿠첸 제품이 놓여 있었다. 종종 하이라이트를 살지, 인덕션을 살지 고민할 때가 있는데 3구짜리 쿠첸 전기레인지는 인덕션 1구, 하이라이트 2구 등 옵션이 있어 요리 좀 하는 사람이라면 탐낼 만한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수업에 밥은 없었기에 전기밥솥은 쓰지 않았다. 수업 중 요리를 하면서 집에 있는 인덕션을 좀 더 상위 모델로 바꾸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이래서 제품을 만져볼 수 있게 하는구나.
특히 전기레인지의 ‘파워 팬 모드’가 마음에 들었다. 셰프는 “아직 불 조절이 어려운 초심자가 태우면 안 되는 소스 등을 만들 때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인덕션을 활용해야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소수정예로 진행되는 평일 수업의 장점은 시시콜콜 물어봐도 부담이 없다는 것. 그런데 기자는 요리 문외한이라 물어볼 게 많지 않았다. 그 대신 이날 주부 9단을 넘어 10단인 듯한 한 여성 수강생이 함께한 덕에 셰프 두 명에게 요리를 배우는 느낌이 들었다.
먼저 셰프가 재료를 다듬고 조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바로 시식하고 음식 맛도 기억할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레시피도 자세히 알려줬다. 필요한 내용을 메모하며 수업에 열중했다. 천장에 카메라가 달려 있어 잘 보이지 않는 팬 안쪽까지 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가장 마음에 든 건 음식을 다 만든 뒤 조명이 완비된 미니 스튜디오에서 예쁜 인증샷을 남길 수 있다는 점. 동행한 사진기자도 “제품 컷을 찍을 때 쓰는 전문적인 제품”이라며 감탄했다.
팬을 2개 이상 써본 적이 없기에 직접 만들려니 당황의 연속이었다. 결국 관자를 살짝 태웠다. 누가 볼세라 얼른 탄 부분을 걷어낸 뒤 이날 배운 비장의 소스인 ‘오렌지 버터 블랑’에 꿀을 더하고 아스파라거스를 곁들여 내놓으니 그럴싸했다. 기자가 하도 허둥대자 “그냥 내가 요리할 테니 기자는 사진을 찍는 게 더 낫겠다”던 사진기자도 완성한 후에는 “굉장히 있어 보인다”며 칭찬했다. 미니 스튜디오에서 플레이팅 사진을 찍으니 고급스러워 보였다. 수업이 끝나고 수강생들이 만든 요리를 맛봤다. 원할 경우 포장해 가져갈 수도 있지만 수업에 집중해서인지 배가 고팠다. 심지어 내가 만들었는데 맛까지 있다니. 당장이라도 통관자를 사 다시 만들어보고 싶었다. 화이트 와인을 곁들여.
프랑스에서 오랫동안 살다 왔다는 한 수강생은 “원래 삼성점에서 듣다 최근 집 근처에 새로 생겼다고 해서 처음 와봤다”며 “다른 쿠킹 클래스는 시연만 해주고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시연 후 직접 만들어볼 수도 있어 레시피를 기억하기가 더 쉽다”고 말했다.
쿠첸 체험센터 서래마을점은 화~일요일 오전 10시~오후 9시(화요일은 오후 7시)에 열고 월요일은 휴무.
5월에는 감바스 알 아히요와 양송이 핀초스, 상그리아 감자&초리조 치즈 토르틸라, 토마토&아보카도 가스파초 등 스페인 미식의 세계가 펼쳐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로메스코 소스와 포크 통 안심구이 같은 파티 요리도 배울 수 있다. 오전 11시, 오후 7시 클래스가 있으니 원하는 레시피를 꼭 ‘득템’하도록 하자. 매주 토요일 11시에 열리는 키즈 원데이 쿠킹 클래스에서는 햄버거와 과일 타르트를 만들 수 있다.
벌써 쿠첸 체험센터는 ‘동네 사랑방’이 됐다. 헬스클럽 드나들듯 수업을 들으며 셰프와 안면을 튼 수강생들도 있다. 쿠첸 관계자에게 쿠첸 체험센터에서 부부 동반 모임을 하거나 집들이용 음식을 배우는 식으로 소규모 단체 클래스를 진행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쿠첸 관계자는 “5명 이상이면 단체 클래스를 신청할 수 있다. 각 지점에 전화해 가능한 날짜를 확인하고 신청하면 된다. 비용은 협의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 밖에 쿠첸 체험센터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팁을 소개한다. 원하는 지점에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
팀 빌딩 쿠킹 클래스 기업 임직원들끼리 팀을 짜 요리 대결을 할 수 있는 클래스다. 8명 이상 신청하면 팀을 나눠 요리 선정 → 셰프 시연 → 실습을 할 수 있다. 1차 심사에서는 팀별 청결, 화합 등 4개 항목을 셰프가 평가한다. 2차 심사에서는 각 팀 대표가 요리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하면 직원들이 자유롭게 우수팀에 투표한다. 1, 2차 점수를 합산해 1등 팀을 뽑는다. 회식이나 단합대회가 지겹다면 ‘뭔가 배워갈 수 있는’ 쿠킹 클래스로 뭉쳐보는 건 어떨까. 삼성점은 20명, 서래마을점은 12명까지 가능하다.
공간 셰어링 자신만의 클래스를 운영하고 싶지만 마땅한 공간이 없어 고민인 사람에게 제격이다. 대관료 없이 수업으로 생긴 수익을 나누면 된다. 캔들 공예, 플라워, 와인, 악기 등 다양한 클래스를 할 수 있다.
키즈 생일파티 & 클래스 아이에게 잊지 못할 생일파티를 해주고 싶다면 추천한다. 가격은 키즈 원데이 쿠킹 클래스와 동일하다. 인당 5만 원. 키즈 정규과정 메뉴 5개 중에서 선택할 수도 있다. 다른 메뉴 역시 가능한데, 재료에 따라 가격이 변동될 수 있다. 데커레이션 재료나 기타 먹을 음식은 직접 준비해 세팅할 수 있다.
새롭게 문을 열었다는 핫플레이스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와글와글한 명소가 궁금한가요? 검증되지 않았는데 생돈 주고 ‘도전’하는 건 조심스럽다고요? 걱정 마세요. 구희언 기자의 ‘#쿠스타그램’이 대신 찾아가 속속들이 살펴보고 알려드립니다. 가볼까 말까 고민되면 쿠스타그램을 보고 결정하세요. 인스타그램에서도 #매거진동아 #쿠스타그램 등으로 검색하면 만나볼 수 있습니다.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사진 = 김도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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