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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자 Sep 20. 2021

안 가르쳐준 걸 어떻게 알아요

제로웨이스트부터 주식 책까지, 그간 읽은 책 리뷰

이번 생도 첨이고 제로 웨이스트도 첨이라…

제로 웨이스트는 처음인데요
소일 지음/ 판미동/ 260쪽/ 1만5800원 


최근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겠다는 핑계로 텀블러를 하나 샀다. 커피 잔당 기사 하나씩 뱉어내는 ‘가성비’를 자랑하는 기자에게 커피는 일하는 순간에 없어서는 안 될 ‘수액’과도 같았다. 오랜 기간 하루에 커피 1~3잔을 하며 살아왔는데, 언제부턴가 일회용 플라스틱컵에 담긴 프랜차이즈 카페의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내돈내산’인데도 죄스럽게 느껴졌다. 아마도 우리 사회가 술보다 제로 웨이스트를 권하는 사회가 됐기 때문일 터다. 


저자는 2016년부터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해왔다. 미니멀리스트를 한글로 해석한 최소주의자에 환경 의식을 담은 윤리를 붙여 ‘윤리적 최소주의자 소일’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블로그에 제로 웨이스트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는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드는 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서 일하고 있다. 


이 책은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면서 살기, 먹기, 놀기 등 우리가 자연과 공생하며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구체적인 ‘꿀팁’을 준다. 높은 곳에 앉아 고고하게 기후 변화가 어쩌고 우리 미래가 어쩌고 운운하는 책들과 달리, 저자가 일상에서 직접 실천한 바를 사진과 그림, 글로 풀어낸 덕에 ‘해볼 만한데!’ 하는 생각이 훨씬 더 들고, ‘가르침을 받는다’는 느낌이 덜하다. 


분리수거가 어려운 플라스틱 칼 대신 족집게로 눈썹을 정돈하고, 화장할 때 브러시 대신 손을 쓰며, 미세플라스틱이 든 글리터나 펄을 적게 쓰는 화장을 한다. 식당에서 먹지 않는 반찬은 먼저 거절하고, 누군가에게 선물할 때 포장지 대신 보자기나 손수건을 쓴다. 습관처럼 꺼내 쓰지 않으려고 면봉을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둔다. 이런 건 특별히 더 노동하거나 돈을 쓰지 않아도 쉽게 실천할 수 있다.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화장실에서 뒤처리를 손수건으로 하는 건 아직 ‘제린이’(제로 웨이스트+어린이)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그 대신 휴지 한 장, 물티슈 한 장을 덜 써보는 식으로 시작하면 된다. “내가 옳다”가 아니라 “이런 방법도 있다”는 어투라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다. 50년 후에는 “옛날에는 세상이 참 더러웠지”라고 오늘날을 회상하는 할머니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저자 옆에서 “호호, 맞아요”라고 맞장구치는 삶을 살 수 있길 기대해본다.



안 가르쳐준 걸 어떻게 알아요


눈치껏 못 배웁니다, 일센스


공여사들 지음/ 21세기북스/ 280쪽/ 1만6000원


학창 시절에는 흔히 공부머리가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공부머리가 있다고 해서 직장생활에 필요한 일머리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 학교를 갓 졸업한 이들이 회사라는 곳에서 겪는 일들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누군가 시키거나 지켜보지 않아도 일단 뭔가 하고 있다. 그리고 아무도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물론 오지랖 충만하거나 친절한 사수를 만난다면 조금 다를 수는 있다


저자 공여사들은 자신을 ‘공대 나온 여자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아주대 전자공학부를 졸업하고 현재 대기업에서 일하는 9년 차 직장인이다. 입사 8년 만에 직장에서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와 ‘프로 엑셀러’(엑셀 잘 다루는 사람)로 인정받은 뒤 유튜브를 시작했고, 채널 개설 1년 만에 10만 구독자를 달성했다. 채널에 올린 직장생활 팁과 직장인을 위한 엑셀 팁을 압축해 담아낸 게 이 책이다. 4월 27일 현재 공여사들 채널 구독자 수는 16만 명을 넘어섰다.


저자는 회사 사람들을 너무 야박하게 여기지는 말라고 한다. 회사는 원래 그런 곳이라면서. 학생티를 풀풀 내며 신입사원으로 오든, 노련미를 한껏 풍기며 경력으로 오든 반갑게 맞아는 주지만 할 일과 방법을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히 알려주진 않는 곳이라면서. 대체 왜 그럴까. 이에 대한 저자의 답은 다음과 같다. 그들도 바빠서, 자기 일이 아니라서, 설마 이런 것도 모를까 봐서, 자기도 잘 몰라서….


누군가에게는 다 아는 내용을 늘어놓았냐며 필요 없다고 여겨질 책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저 길이요 진리요 생명 같은 말씀의 연속이다. ‘일잘러’로 거듭나기 위한 e메일 쓰기와 폴더 관리법, 메모 습관, 시간을 절약하는 엑셀 사용법, 삽질을 막는 보고 방법과 타이밍, 회의 준비 방법, 깔아두면 쓸모 있는 유틸리티 정보 등 시시콜콜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회사에서 알려주지 않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어차피 다니기로 한 회사라면 ‘잘’ 다니는 게 좋지 않겠는가. 내가 지금 사무실에서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회의가 들 때 살짝 들춰보면 “그게 맞다”거나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는데 들어볼래”라며 말을 거는 책이다.



1교시는 강방천, 2교시는 존 리

나의 첫 주식 교과서
강방천·존 리 지음/ 페이지2북스/ 288쪽/ 1만6500원


한국 주식시장에서 투자 대가로 꼽히는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CIO(최고정보관리책임자)와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 주식투자에 관심 있다면 한 번 이상은 들어봤을 이름이다. 강방천과 존 리의 투자 철학을 담은 교과서 같은 책이 나왔다. 제목 그대로 말이다.


책은 이제 막 주식투자를 시작하는 사람, 투자하고 있지만 확신이 없는 개인투자자를 위한 교과서를 표방한다. 1부 ‘강방천의 주식 수업’과 2부 ‘존 리의 주식 수업’으로 나뉘어 있다. 1부는 강방천의 주식 수업을 주제로, 그가 고수하는 평생의 투자 원칙과 투자 성공 사례를 8교시 수업으로 풀어냈다. 2부에서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금융문맹 탈출을 위해 존 리 대표가 자신의 투자 철학과 조언을 8교시 수업으로 압축해 정리했다.


투자자 사이에서 최고 주식 멘토로 꼽히는 두 사람의 생각은 다른 듯 닮아 있다. 어떤 투자 종목을 골라야 할지에 대한 고민에서는 ‘인기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것과 함께하라’ ‘가치를 더하는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라’는 조언과 함께 성공 사례를, 고수처럼 투자 아이디어를 얻는 데 대한 고민에서는 ‘소문 말고 생각에 길들어라’ ‘주식투자는 시간과 확신의 문제다’ ‘상식에서 출발해 해석으로 발전시켜라’ 같은 원칙을 제시한다.


권말 부록으로는 대한민국 자본시장에 대한 강방천과 존 리의 대담이 실려 있다. 이들이 생각하는 좋은 펀드란 무엇인지, 대한민국 자본시장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등을 알 수 있다.


“다 아는 이야기구먼.” 혹자는 이 책을 읽고 그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이 책은 어떤 종목에 투자해야 단기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족집게 과외교사처럼 짚어주지는 않는다. 또한 오랜 기간 주식투자를 해온 사람에게는 뻔한 내용일 수도 있다. 애초에 두 저자 역시 사소한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투자와 연결해 장기투자하는 것이 비록 느리지만 수익을 내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말하고 있다.


당장 오늘도 어떤 종목을 사고팔지 걱정하며 시시각각 변하는 그래프에 가슴이 출렁대고 옆 사람이 단타로 재미를 봤다는 이야기에 귀가 팔랑대는 주식 초보자, 또는 아이와 함께 읽으며 주식투자 기본기를 다지고픈 부모에게는 나쁘지 않은 기본서다. 주식투자 중수나 고수보다 기초부터 탄탄히 하고 싶은 초심자에게 권한다.



만약 ‘식빵 언니’ 키가 30㎝ 작았다면

아직 끝이 아니다


김연경 지음/ 가연/ 280쪽/ 1만4800원


2020 도쿄올림픽에서 큰 감동을 안겨준 ‘배구 여제’ 김연경은 ‘식빵 언니’ ‘갓연경’ ‘연경신’ 같은 별명으로 불린다. 경기에서 특유의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한편, 예능프로그램에서는 헐렁한 매력으로 팬들을 두루 사로잡은 덕이다. 그가 쓴 자서전 개정판이 올림픽 폐막 이후 베스트셀러 순위 ‘역주행’을 하고 있다. 부제는 ‘배구 여제 김연경의 세상을 향한 강스파이크’.


한국 여자 배구 사상 최고의 왼쪽 공격수 김연경은 8월 8일 폐막한 2020 도쿄올림픽에서 대표팀을 4강에 올려놓으며 맹활약했다. 김연경은 2005년 태극마크를 처음 단 이후 16년 동안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했다. 2012 런던올림픽 4강과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2020 도쿄올림픽 4강 진출을 이끌었다. 이번이 국가대표로서는 마지막 올림픽이었기에 팬들의 아쉬움도 컸다.


그런 김연경의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책이다. 김연경의 꾸러기 같은 어린 시절 사진과 현역 활동 사진이 가득 담겼다. 그렇다고 여느 아이돌 화보처럼 사진으로만 채우고 글이 부실하지는 않다. 지금은 일본과 터키, 중국 등에서 활약하는 ‘월드 클래스’로 노는 물이 다른 선수이지만, 한때는 키가 크지 않아 축구선수로 전향을 심각하게 고려했을 만큼 고민 많은 유년 시절을 보냈다는데 그 시절 이야기도 담겨 있다. 다행히(?) 고등학생 때 30㎝가량 키가 커 ‘작은 키 콤플렉스’와 이별할 수 있었다는 등 인간적 매력이 엿보이는 에피소드들도 있다.


김연경의 좌우명은 ‘초심을 잃지 말자’다. 이 책을 쓰면서 유년 시절부터 20대 시절까지 되돌아보고 ‘초심’을 찾았다고 한다. 경기는 끝났지만 ‘식빵 언니’ 돌풍은 이어진다. 방송·광고계를 넘어 서점가에서도 말이다.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https://weekly.donga.com/East/3/99/11/2518213/1

https://weekly.donga.com/East/3/99/11/2618032/1

https://weekly.donga.com/List/3/07/11/2889571/1

https://weekly.donga.com/List/3/07/11/28747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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