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부토건·안랩·써니전자↑, 형지I&C·동신건설·코나아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3월 10일 주식시장은 요동쳤다. 이날 윤 당선인 관련 테마주는 일제히 급등했고, 윤 당선인과 단일화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관련 테마주도 상승세를 보였다. 대선에서 패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관련 테마주는 개장과 함께 하락했다.
정치테마주는 학술적 용어는 아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대통령선거 국면의 정치테마주 특징과 시사점’ 리포트에 따르면 주로 유력 정치인과 혈연·학연·지연으로 연관 있다고 거론되거나, 선거 공약으로 추진하는 정책의 수혜가 기대되는 기업의 주식을 정치테마주라고 한다. 이런 주식이 화제가 되는 건 선거철이 되면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무관하게 이상 급등하거나 작전세력이 연루된 불공정 거래 시비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치테마주 열풍은 대선뿐 아니라, 총선이나 전국동시지방선거 국면에서도 나타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테마주로 분류되는 삼부토건 주가가 3월 10일 29.89% 상승하며 장을 마감했다.
윤 당선인 테마주로 꼽혀온 종목들은 대선 직후 열린 장에서 오름세를 보였다. 삼부토건은 전거래일 대비 29.89% 오른 282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그래프1 참조). 삼부토건은 조남욱 전 회장과 윤 당선인의 관계가 부각되며 테마주로 분류됐다.
3월 10일 오후 1시 30분 기준 윤석열 테마주로 거론돼온 교육기업 NE능률은 전거래일 대비 6.97% 오른 9670원에 거래됐으나, 이후 하락세에 접어들어 0.33% 상승하는 데 그쳤다. 최대주주인 윤호중 hy 회장이 윤 당선인과 같은 파평 윤씨라는 이유로 일찌감치 윤석열 테마주로 불린 기업이다.
같은 시간 노루페인트와 노루케미칼 지주회사인 노루홀딩스는 전거래일과 동일한 1만1850원에 거래됐다. 노루홀딩스는 자회사 노루페인트가 윤 당선인의 부인 김건희 씨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를 후원한 사실이 알려져 주목받았다.
윤 당선인과 단일화한 안 대표의 테마주 주가도 상승하고 있다. 안 대표는 후보 단일화를 하면서 윤 당선인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공동정부 구성을 합의한 만큼 향후 어떤 식으로든 중책을 맡을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안 대표가 창업한 소프트웨어 개발사 안랩은 3월 10일 전거래일 대비 4.24% 오른 7만3800원에 거래됐다. 안 대표는 안랩 186만 주(18.6%)를 보유한 대주주다. 정밀공업용 제품을 제조, 판매하는 써니전자는 송태종 전 대표이사가 안랩 출신이라 테마주로 묶였다. 써니전자는 전거래일 대비 12.71% 오른 3280원에 거래됐다. 써니전자는 2017년 안 대표와 관련 없다는 해명 공시를 냈음에도 꾸준히 안철수 테마주로 거론된다.
반면 대선에서 패한 이 후보 관련 테마주는 급락하는 모양새다. 이 후보의 장기 공공주택정책으로 테마주가 된 부동산 매매·임대업체 이스타코는 전거래일 대비 6.03% 떨어진 1325원에 거래됐다. 탈모 치료제 국민건강보험 적용 관련으로 테마주가 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TS트릴리온은 전거래일 대비 21.48% 떨어진 899원에 거래됐다. TS트릴리온은 올해 초 이 후보가 탈모 관련 공약을 내자 테마주로 분류돼 한때 장중 25% 넘게 오르기도 했다.
패션그룹 형지의 핵심 계열사 형지I&C는 전거래일 대비 13.52% 떨어진 1215원에 거래됐다. 교복 브랜드 형지엘리트도 전거래일 대비 6.68% 하락한 1885원에 거래됐다. 형지엘리트는 이 후보가 경기 성남시장 재임 시절 펼친 무상교복정책 수혜를 받으며 테마주로 분류됐다. 형지I&C는 형지엘리트의 지분을 가진 관계사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테마주로 분류되는 동신건설 주가는 3월 10일 18.56%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동신건설(18.56%·그래프2 참조), 에이텍(15.35%), 코나아이(14.96%)도 일제히 하락세다. 동신건설은 이 후보가 경북 안동 출신인데 본사가 안동에 있다는 이유로, 에이텍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을 지냈는데 본사가 성남에 있다는 이유로, 코나아이는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 함께 지역화폐 사업을 진행했다는 이유로 각각 테마주로 묶였다.
대선 이후에는 학연·지연·혈연 때문에 만들어진 정치테마주가 아닌, 다른 정치테마주가 꾸려질 가능성도 있다. 바로 공약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앞서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친환경·게임 업종이, 윤 후보가 당선될 경우 건설·원전 업종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3월 10일 한국투자증권은 투자전략노트를 통해 윤 당선인의 공약을 점검하고 원전·건설·신성장산업에 대한 수혜를 예상했다. 윤 당선인은 현 정부와 달리, 원자력에너지를 탄소중립 달성 수단 중 하나로 여긴다. 원자력발전 비중을 30%로 유지하고, SMR(소형모듈원자로)를 비롯한 차세대 원전 개발 및 상용화 지원을 공약했다. 지난해 미국과 맺은 원전 동맹도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은 공식 폐지되고, 탄소중립 전략도 이에 맞춰 수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과 관련해서는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민간 부문 주도의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 임기 내 250만 호 공급이 목표인데, 이 중 청년 원가주택 30만 호, 역세권 첫 집 20만 호를 제외한 200만 호는 민간 주도로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인상, 재건축 규제 완화, 양도소득세 및 재산세 부담 완화 등 거래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방침이다.
5G(5세대 이동통신), 6G, 민간 클라우드를 비롯한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100만 명 디지털 인재 양성 등 디지털 역량 강화도 공약했다. 선거 직전 안 대표와 단일화에 합의한 만큼 안 대표의 공약이 어느 정도 반영될 가능성도 있는데, 기술은 안 대표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공약에서는 ‘5·5·5 신성장전략’을 내세우고 있는데 디스플레이, 2차전지, 차세대 원전 SMR, 수소산업, 바이오 등 5개의 초격차 기술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5개 글로벌 대기업을 발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달성하고자 연구개발(R&D) 예산을 확대하고, 2조 원 규모의 초격차펀드 조성, 투자에 대한 세금 감면 등 추가 정책도 내세웠다.
다만 체계적인 분석 없이 감으로, 또는 무작정 남들이 사니까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8대 대선 정치테마주의 주가 변동률은 62.2%, 19대 대선 정치테마주의 주가 변동률은 25%였다. 18대 대선 때는 정치테마주 주가가 대선일 3개월 전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하락했으나, 19대 대선에서는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이슈에 따라 대선 직전까지 등락을 반복했다. 공통점은 두 대선 모두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정치테마주 주가가 급락해 기존 주가로 회귀했다는 것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테마가 형성되고 이상 급등한 종목은 테마 소멸 후에는 반드시 하락하게 마련”이라면서 “소문이나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투자해서는 안 되며 재무제표를 꼼꼼히 살피고 기업 내재가치를 판단해 투자해야 소중한 자산을 지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https://weekly.donga.com/List/3/04/11/324410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