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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자 May 12. 2022

향수 시향 갔다 사진도 찍고 그릇도 사는 곳

서울 강남구 신사동 딥티크 가로수길 플래그십 스토어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문을 연 딥티크 플래그십 스토어. [구희언 기자]

몇 년 전 해외여행을 갔다 국내에서 비싸게 팔리는 유명 향수 브랜드 매장에 들른 적이 있다. 현지에서는 좀 더 저렴하다고 해서 들른 곳인데,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시그니처 향이 후각을 사로잡았다. 다만 여유롭게 둘러보기가 애매했던 게 매장 자체도 작았지만, 대놓고 직원과 아이 콘택트를 하며 향수를 살펴보는 분위기라 향을 음미하기에는 신경이 쓰였다.


알다시피 향수는 뿌린 즉시 나는 향만큼이나 잔향이 중요하다. 처음 뿌린 향과 달리 잔향에서 향수 이미지가 확 바뀌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향수 마니아 중에서는 사고 싶은 향수가 있으면 매장에서 뿌리고 반나절 지나 남은 향이 마음에 들었을 때 다시 매장에 돌아와서 사는 이들도 있다. 바로 ‘득템’하지 않고 쇼핑에 ‘뜸’을 들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이렇게 뜸 들이며 여유롭게 향수 쇼핑을 하려면 어디가 좋을까.


세계 최대 크기 매장

매장에서 다양한 제품을 시향할 수 있다. [구희언 기자]

프랑스 니치 향수(소수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프리미엄 향수) 브랜드 딥티크(Diptyque)의 팬이라면 만족할 만한 공간이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문을 열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판매하는 브랜드 딥티크의 플래그십 스토어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한다. 매장 규모는 260㎡(약 79평형)정도인데 파리 본점을 포함해 런던, 로마, 뉴욕, 도쿄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운영 중인 단독 매장 가운데 가장 크다.


딥티크는 니치 향수 중에서도 인기가 많은 대표적인 브랜드다. 조말론과 바이레도 등과 함께 마니아 사이에서 ‘조딥바’로 묶여 불리기도 한다. 연예인도 많이 쓰고, 니치 향수에 입문하려는 이들이 많이 추천받는 브랜드다. 주변에서 ‘향수 좀 뿌린다’는 친구들은 이 중 하나 이상은 화장대에 가지고 있다. 한편으로 ‘찐’ 니치 향수 마니아를 자처하는 이들은 이 브랜드들이 니치 향수치고는 너무 흔해졌다고도 한다. 하지만 그만큼 인기가 많다는 방증이다.


그런 딥티크는 왜 전 세계 수많은 도시 중 서울에 가장 큰 플래그십 스토어를 냈을까. 한국 향수 시장 성장세를 보고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참고로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딥티크 구매 고객의 63%는 2030세대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5년 약 5000억 원이던 국내 향수 시장 규모는 2019년 6000억 원으로 4년 만에 20% 가까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내년이면 6500억 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 중 고가 프리미엄 니치 향수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딥티크 가로수길 플래그십 스토어가 여느 향수 매장과 다른 점은 향수 외에 홈 데코 용품들도 함께 판다는 것이다. 기자가 매장을 찾은 날은 평일 오후였는데도 방문객 10여 명이 있었다. 모두 MZ세대로 보이는 여성이었다. 내부 인테리어는 파리의 어느 아늑한 가정집을 콘셉트로 해 꾸몄다(물론 기자가 실제로 가본 파리 가정집은 이렇게 화려하지 않았지만 느낌이 그렇다는 거다). 이곳에서는 딥티크 향수와 향초 전체 라인을 만나볼 수 있다. 원하는 제품은 직접 시향지에 뿌려 향을 맡아도 되고 직원이 향을 뿌려주기도 한다. 도톰한 시향지에 뿌려진 향을 맡으며 매장 1층과 2층을 찬찬히 둘러보고 나니 처음 뿌렸을 때 나는 알코올 향은 사라지고 특유의 향만 남았다. 구매 시에는 이곳 매장에서만 제공하는 맞춤 포장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예쁜 공간이 많다. [구희언 기자]


파리 가정집 콘셉트

인테리어에서 브랜드만의 감성이 느껴진다. [구희언 기자]

2층은 식당과 부엌, 세탁실, 거실, 욕실 콘셉트의 공간으로 구분된다. 부엌 공간은 후각적 실험과 신상품 워크숍 진행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식당 공간에는 파리에서 공수한 루이 14세 스타일의 벽난로와 유명 디자이너의 대형 석고 샹들리에가 장식돼 있다. 욕실 공간에서는 딥티크 보디 용품 ‘아르 뒤 수앙 컬렉션’을 만날 수 있다.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홈 컬렉션’ 인테리어 제품과 브랜드의 특별 수공예 컬렉션 ‘컬렉션 34’도 진열돼 있다.


본점인 파리 생제르맹 34번가 부티크를 연상케 하는 다양한 요소를 재연해둔 덕에 사진 찍기에 좋았다. 진열된 소품은 대부분 살 수 있는데, 가격이 따로 나와 있지는 않고 필요한 제품이 있다면 직원과 상담하면 된다. 대부분 가격 태그가 붙어 있지 않기에 스토어에 가기 전 대략적인 금액을 가늠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몇 가지 단서를 제시해본다.


딥티크 탐다오 오드뚜왈렛 100㎖가 19만 원대, 딥티크 필로시코스 오드퍼퓸이 75㎖에 23만 원대이니 소품은 비슷한 가격대 혹은 그 이상으로 예측할 수 있다. 해외 다른 매장에서 파는 원형 그릇은 20㎝짜리가 10만~15만 원 선이고, 아트 디자인이 더해진 제품은 30만 원까지 나간다. 기자처럼 가격이 적혀 있지 않은 경우 쇼핑을 시작할 마음조차 안 드는 이라면 가기 전 참고하자.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https://weekly.donga.com/List/Series/3/990453/11/33680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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