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익선동 크리스챤 디올 뷰티 꿈의 아뜰리에
신상품 홍보,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기업이 팝업스토어를 여는 근본적 이유는 결국 하나다. 매출 증진. 어떤 팝업스토어를 가도 결국 마지막에는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를 꺼내게 된다. 그게 잘 만든 팝업스토어라면 더더욱.
카드 꺼내기 전 좋은 추억과 인생샷을 남길 수 있다면 기업이나 소비자나 윈윈(win-win) 아닐까. 11월까지만 운영하려다 인기가 넘쳐 내년까지 연장 운영하기로 한 ‘디올 성수’처럼. 크리스챤 디올의 팝업스토어는 그런 만족감을 주는 데 특화돼 있다. ‘여심’ 저격에 정통한 브랜드답다. 서울 종로구 익선동 루프 스테이션에 문을 연 ‘크리스챤 디올 뷰티 꿈의 아뜰리에’ 팝업스토어도 마찬가지였다.
12월 30일까지 운영하는 꿈의 아뜰리에, 콘셉트는 대략 이렇다. 크리스챤 디올의 저택 ‘라 콜 누와르’는 추억으로 가득한 마법 같은 곳으로, 그가 친한 친구들을 초대해 만찬을 즐기던 환대와 관대함이 가득한 장소다. 그 저택과 그곳에서 열린 홀리데이 만찬이 눈앞에 펼쳐진다. 황홀한 홀리데이의 ‘순간과 즐거움’, 그리고 아름다운 홀리데이를 위한 메이크업·향수·스킨케어 제품과 특별한 혜택 및 서비스 ‘경험’이라는 2가지 테마로 공간을 구성했다. 각각 2개 빌딩, 즉 ‘드림’동과 ‘아뜰리에’동에서 만날 수 있다.
사전 예약 후 시간에 맞춰 방문하는 게 가장 좋다. 현장에서 신청하고 들어갈 수도 있지만, 날도 추우니 대기 시간을 최소화하는 게 좋겠다. 예약 화면을 보여주면 모델처럼 헌칠한 슈트 차림의 직원이 손목에 디올 끈을 입장권처럼 묶어준다. 포장 끈을 이렇게 활용할 수 있다니. 직원들이 모두 키가 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간증이 이어지는 주제인 ‘훈남만 뽑는 화장품 매장’이 떠올랐다(실제로 2012년 ‘화장품 매장 훈남 점원, 여성고객이 더 찾아요’라는 기사가 나온 적도 있다).
이제 직원 안내에 따라 드림동을 구경하자. 아름다운 포토 스폿이 있다. ‘샹들리에 룸’에 들어서면서부터 휴대전화 카메라를 켤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 아티스트 피에트로 루포가 디자인한 금빛 별자리 아래에 아이코닉한 디올 여성 향수 ‘쟈도르 오 드 퍼퓸’으로 장식한 샹들리에가 있다. 실제 향수로 만든 샹들리에라서 무게가 상당하다고. 영롱하기 그지없다. 일단 여기서부터 폭풍 인증샷을 찍고 있자면 직원이 다음 방으로 안내하는데 병목현상은 그쪽이 더 심하다.
‘라 콜 누와르 룸’은 무슈 디올이 친구들을 위해 열었던 환대와 즐거움으로 가득한 만찬을 재현한 방이다. 디올 측도 “이번 팝업스토어를 찾은 게스트들이 가장 사랑하는 포토 스폿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는데, 정말이다. 디올 뷰티 광고에 나오던 만찬 테이블이 재현돼 있어 앉아서 사진을 찍으면 딱 광고 현장에서 촬영한 것처럼 나온다. 너도나도 이 테이블에서 인생샷을 건지고자 고군분투하다 보니 직원이 “다 같이 관람할 수 있게 사진을 찍은 분들은 이동 부탁드린다”고 말할 정도였다. 오브제들이 워낙 예뻐 기자도 두꺼운 패딩 차림이 아니었다면 테이블에 앉아 사진 한 장을 부탁했을지도 모른다. 남색과 금색이 어우러진 화려한 모습이 꼭 최근 받은 고급 청첩장 디자인 같았다.
그다음 사람들이 몰린 공간은 ‘미러 룸’. 밤하늘의 수많은 별자리와 별빛이 만들어내는 황홀한 광경을 연출한 곳이다. 딱 틱톡이나 쇼츠 맛집 같았다. 사진도 사진이지만 영상으로 짧게 찍으면 예쁜 결과물을 건질 수 있다. 반짝반짝한 느낌이 좋아 홀린 듯 사진을 찍다 보니 마치 까마귀가 된 것 같았다. 여기에서만 무료 찍사인 양 두 커플이나 인생 사진을 찍어줬다.
사실 앞선 ‘샹들리에 룸’과 ‘라 콜 누와르 룸’에는 비밀 아닌 비밀이 있다. 안내판의 QR코드와 지정 별자리 패턴을 휴대전화로 인식하면 증강현실(AR)로 신화 속 인물과 동물을 만날 수 있는 것. 별자리를 터치해 향수 제품을 확인할 수도 있는데, 기자가 간 날은 다들 인증샷 찍기에 바빠 QR코드까지 스캔하는 이는 없었다. 사람이 적을 때 간다면 AR 사진까지 야무지게 찍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가 드림동이다. 아뜰리에동으로 가려면 밖으로 나와 이동해야 한다. 나가기 전 전리품을 챙기자. 작은 디올 종이백에 담긴 웰컴 기프트 말이다. 디올의 대표 여성 향수 ‘미스 디올 블루밍 부케’와 남성 향수 ‘소바쥬 오 드 뚜왈렛’ 샘플이 들었다. 입장 전 아까 팔에 묶은 끈을 한 번 더 확인한다.
직원이 주는 시향지를 받아들고 향기로운 쇼핑을 즐기면 된다. 아뜰리에동은 굉장히 화려한 백화점 또는 면세점 매장을 연상케 했다. 크리스챤 디올 뷰티의 아이코닉 제품과 홀리데이 리미티드 제품 등을 만날 수 있다. 브랜드의 매력에 빠진 이들이 제품 구매에 시동을 걸었다.
따로 할인 혜택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곳에서 제품을 구매하면 아트 오브 기프팅 포장 서비스나 일부 제품은 이니셜 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10만 원 이상 구매하면 홀리데이 팔찌와 디올 스타 참을, 50만 원 이상 구매하면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홀리데이 토트백을 준다.
타깃은 명확하다. 핫 플레이스 익선동에 왔는데 시간이 남고 좀 특별한 인증샷을 찍고 싶은 사람, 디올의 대표적인 남성/여성 향수를 시향해보고 싶은 사람, 어차피 디올 제품을 사려 했지만 간 김에 이색 체험을 하고 싶은 사람. 방문객 표정을 보면 이번에도 여심을 완벽하게 저격한 게 틀림없는데 남심은 어떨지 모르겠다. 남자 후배에게 “여자친구와 가봐. 앞 건물에서 사진 100장 찍어주고 바로 다음 건물에서 디올 선물도 줄 수 있다”고 전했는데 과연 갈까. 기왕이면 사진 찍기 좋아하는 사람과 동행을 권한다. 안 그러면 조금 심심할지도.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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