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서 30년, 그들이 내게 물었던 것들
중국에서 오래 살다 보면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한국 사람들은 중국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나는 그럴 때마다 잠시 생각한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한다.
“복잡해요. 좋아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하고, 부러워하기도 하고, 경계하기도 해요.”
그러면 상대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종종 이렇게 말한다.
“우리도 그래요. 한국에 대해서.”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도 문득 궁금해진다.
중국 사람들은 한국을 어떻게 보고 있는 것일까.
30년 가까이 그들 곁에서 살아온 사람으로서, 그동안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천천히 꺼내보고 싶다.
1990년대, 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은
‘부러움’이었다
내가 처음 상하이에 도착했던 2000년, 중국 사람들에게 한국은 특별한 나라였다. 당시 중국은 지금과 완전히 달랐다.
도시는 개발 중이었고 개인 소비는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였다. 그런 환경에서 한국은 “가깝지만 너무 먼 나라”였다.
상하이 사람들이 나에게 가장 많이 했던 질문은 이런 것들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정말 집마다 자동차가 있나요?”
“한국에서는 대학 가기가 얼마나 어려운가요?”
“서울은 밤에도 불이 환하게 켜져 있나요?”
그 질문 속에는 한국에 대한 선망이 있었다.
한국은 빠르게 성장한 나라였고, 경제적으로 성공한 나라였으며, 그들이 닮고 싶어 하던 모델 중 하나였다.
당시만 해도 한국을 낮게 평가하는 시선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우리도 언젠가 한국처럼 될 수 있을까.”
2000년대, 한류와 월드컵이 바꾼 풍경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중국인들의 한국 인식은 크게 변하기 시작했다.
변화의 중심에는 문화가 있었다.
드라마, 음악, 패션이 자연스럽게 중국 도시로 들어왔다.
대학가에서는 가을동화, 겨울연가와 같은 한국 드라마 이야기가 오갔고, 젊은 세대는 한국 스타일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내가 가르쳤던 한국어학과 중국인 대학생은 나에게
"저는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자랐어요. 그 속의 삶이 멋있어 보여서 전공도 한국어학과를 선택했어요."
라고 말했다.
그때 한국은 단순한 산업 국가가 아니었다. 문화적으로 세련된 나라, 도시 생활이 매력적인 나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열렸다.
나는 상하이 거리에서 한국 축구를 응원하는 중국 사람들과 한국 교민들이 하나가 된 것을 보았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꺾고 4강에 진출하는 모습을 보며 그들은 놀라고 또 놀랐다.
중국 친구 한 명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이 진짜 강하네. 축구 하나만 봐도 저 정도면 다른 분야는 얼마나 강할까.”
그 순간 한국은 강한 나라, 정신력이 있는 나라라는 이미지로 확장되었다.
지금, 중국 젊은 세대가 보는 한국
그러나 요즘 중국인들과 한국에 관한 이야기 하면 조금 다른 반응이 나온다.
한국 문화 산업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K-POP, 드라마, 영화… 많은 사람들이 한국 콘텐츠에 열광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말도 자주 듣는다.
“한국 사회는 경쟁이 너무 심한 것 같아요.”
수능, 취업, 집값, 청년 경쟁 구조.
중국 사회에서 유행하는 ‘내부경쟁(내권)’이라는 표현과 겹쳐 보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재미있는 점은, 예전에는 한국을 ‘선배 국가’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면 지금은 ‘함께 경쟁하는 사회’로 보는 시선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들이 본 한국의 강점과 약점
30년 동안 들었던 이야기를 정리하면 대략 이렇게 요약된다.
강점
• 특정 산업에 대한 집중력
• 높은 교육열이 만든 인재 구조
• 문화 산업 경쟁력
• 도시 생활 인프라
• 2002년 월드컵 이후 보여준 사회적 에너지
약점
• 과도한 경쟁 구조
• 작은 내수 시장
• 지정학적 환경 부담
• 고물가, 저출산, 저성장
“한국은 너무 빨리 달리는 사회 같다.”
그 말속에는 부러움과 걱정이 함께 있었다.
한국 사회에 던지는 질문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국 뉴스는 종종 우울하다.
저출산, 청년 실업, 집값, 경쟁 과열.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사회면을 장식한다.
하지만 외부에서 보는 한국은 조금 다르다.
약점도 있지만 여전히 강한 경쟁력과 문화적 매력을 가진 나라로 보인다. 물론 외부 시선이 항상 정확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외부의 시선은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국가 사이의 관계는 정치적 언어로 설명되지만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은 훨씬 단순하다.
완전히 같을 수는 없지만 완전히 모를 수도 없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관계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상하이에서 30년을 살아오며 내가 얻은 가장 단순한 생각은 "우리는 서로를 평가하기 전에 어쩌면 먼저,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중국을 바라보는 일이 결국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금, 어떤 나라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