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끝에서
상하이에 살면서 나는 중국 경제의 변화를 피부로 느껴왔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이 도시는 온통 공사장이었다. 곳곳에서 크레인이 솟아오르고, 새로운 빌딩이 끊임없이 들어섰다. 사람들의 눈빛은 무언가에 홀린 듯 반짝였다. '성장'이라는 단어가 공기 중에 흩날리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물론 여전히 상하이는 활기가 넘치는 도시다. 지하철은 사람들로 가득하고, 카페는 젊은이들로 북적인다. 하지만 예전과 같은 그 과열된 에너지는 사라진 듯하다. 사람들의 입에서 '성장'보다 '안정'이라는 말이 더 자주 들린다.
중국의 경제 둔화. 뉴스에서 자주 듣는 표현이다.
2000년대 초반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연 10%를 넘나들었다. 지금은 5% 안팎. 숫자만 보면 확실히 느려졌다.
그런데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10% 성장하던 시절의 중국과 5% 성장하는 지금의 중국, 어느 쪽이 더 '잘살게 된' 걸까.
경제 규모가 두 배로 커진 지금, 5% 성장이 과거 10% 성장보다 더 큰 숫자를 만들어낸다. 10% 성장하던 시절의 중국 GDP는 1조 달러였지만, 지금은 18조 달러다.
그런데도 우리는 '둔화'라는 말에 더 주목한다.
사람들은 늘 그렇다. 오르막길을 오를 때는 힘든 줄 모르지만, 평지에 이르면 왠지 불안해진다.
중국 경제의 변화는 사람들의 일상에서도 읽을 수 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취업 준비생은 안정을 위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 청년들은 스타트업 창업을 꿈꿨다. '빨리 부자가 되는 법'이 화제였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안정을 찾는 젊은이들이 늘었다.
부동산 시장도 예전 같지 않다. 지인 중에 부동산 중개인이 있는데, 요즘 장사가 예전만 못하다고 했다.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아요"라는 말에, 나는 문득 10년 전 상하이의 부동산 열풍이 떠올랐다. 새 아파트 분양 현장에 새벽부터 줄 서던 사람들, 하루아침에 집값이 몇 십만 위안 오르던 그 시절.
모든 것은 변한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가끔 나에게 이렇게 물어보곤 한다.
"중국도 예전에 우리랑 비슷했지?"
한국은 이미 1990년대에 고속 성장의 시대를 마감했다. 그리고 지금은 저성장, 고령화, 양극화라는 새로운 도전과 싸우고 있다.
중국은 지금 한국이 걸었던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급격한 성장, 그 성장이 만든 중산층, 그리고 성장이 둔화되면서 드러나는 구조적 모순들. 마치 거울에 비친 과거의 한국을 보는 듯하다.
하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다. 중국은 한국보다 훨씬 거대하고, 내수 시장이 크고, 정치 체제도 다르다. 그래서 중국의 미래는 한국의 단순한 복사판이 아닐 것이다.
나는 가끔 경제가 더 이상 빠르게 성장하지 않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를 상상해 본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성장'이라는 신화 속에 살아왔다. 더 많이, 더 빠르게, 더 높이. 그게 곧 잘 사는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성장의 속도가 느려지면, 사람들은 다른 것을 찾기 시작한다. 안정, 관계, 의미, 삶의 질.
중국 청년들 사이에서 '탕핑'(드러누움)이 유행하는 이유도, 한국 청년들이 '워라밸'을 말하는 이유도 결국 같은 맥락일지도 모른다.
성장 이후의 삶. 그것이 우리 모두의 과제가 되고 있다.
중국 경제 둔화라는 뉴스를 볼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이건 단순히 중국의 문제가 아니라, 성장이라는 신화가 끝나는 순간, 모든 사회가 마주하게 될 질문이다.
한국도 이미 그 질문 앞에 서 있다. 중국은 이제 막 그 질문을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아마도 이런 것일 것이다.
더 이상 빨리 달리지 않아도 될 때,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성장이 아니라 '삶'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중국 경제는 정말 둔화되고 있을까.
아니면, 성장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때가 온 것일까.
그 답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우리 모두 그 질문 앞에 서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