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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 만든 <이종기 대표>

내 전통주 이야기 옮겨오기-92

기업은 새 고객을 유치하고, 기존 고객을 경쟁 업체로부터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고객의 새로운 욕구에 부응하고, 제품의 수명이 다하기 전에 이를 대체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개발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양조에서 새 술을 개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많은 양조장들은 신제품을 고민한다. 다른 곳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기존에 없던 재료나 발효 방법을 통해 나만의 제품을 갖길 원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려면 엄청난 노력과 열정이 필요하다.

고운달과 문경바람을 생산했던 동증류기 앞에선 이종기 대표. ©오미나라



신제품 개발에 몇 십 년째 몸 담아온 사람이 있다. 우리나라 위스키 개발의 산증인인 이종기 대표도 그런 인물 중의 한 명이다. 그는 윈저, 골든블루, 블랙스톤, 썸싱스페셜, 패스포트 등을 만든 장본인이다. 윈저와 골든블루는 국내 위스키 시장 점유율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종기 대표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직접 양조장을 운영하며 만든 제품들이 있다. 전 세계 유일의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인 ‘오미로제’, 오미자 와인을 증류한 ‘고운달’, 사과를 이용해 만든 ‘문경바람’이 대표적이다. ‘오미로제’는 2012년 서울에서 개최된 핵안보정상회의의 공식 만찬주로 선정됐고, 이후 청와대 국빈 행사에 건배주에도 자주 등장했다. 한국와인대상,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대상을 연속 수상했고, 서울 5성급 호텔과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귀하신 몸’이 됐다. 오미자 증류주인 ‘고운달’과 사과 증류주인 ‘문경바람’은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증류주 부분에서 각각 대상과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한국적인 재료로 새로운 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한 오미나라 이종기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Q. 국내에 다양한 농산물이 있는데 오미자로 술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요?


대학교를 졸업하고 외국계 주류회사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꽤 큰 곳이었는데 회사 내부에 수입 원료 말고 해당 지역의 원료로 술을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는 여론이 있었습니다. 회사에서도 국산원료로 술을 개발해 보라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국산 원료로 어떤 술을 개발하면 좋을까, 우리도 세계적인 술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국내에서 술이 되는 원료는 모두 만들어 본 것 같습니다. 보리, 수수 쌀, 옥수수 등 곡물류와 사과, 포도, 복분자 등 과일류를 사용했습니다. 아쉽게도 당시엔 국산원료로 해외 술보다 더 좋게 만들 자신이 없었습니다.


여러가지 원료를 고민하다 한약재까지 검토하게 되었습니다. 외가에서 한의사를 하셔서 어려서부터 한약재들과 인연이 있었습니다. 한약재를 심고 길러 나름 약재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복분자가 괜찮은 원료지만 이미 이용한 술이 많아 다시 진행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당시 오미자도 실험했지만 발효가 어렵더군요. 차를 봐도 그렇고, 색깔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향도 너무 강하지 않아 좋았고요. 저렴한 화장품은 금방 질리지만 허브를 쓴 고급 화장품은 은은한 향이 오래 가죠. 오미자의 과일향(달콤한 향), 허브향(쑥, 로즈마리 등), 스파이시(매콤함, 계피, 후추)도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해외 주류 박람회에 참석중인 이종기 대표. ©오미나라

그러던 중 1990년 스코틀랜드 헤리엇와트(Heriot–Watt) 대학교에 술 유학을 가게 됐어요. 제 나이 36살이었죠. 대부분의 학생들은 20살이었습니다. 22개 국가에서 술을 공부하러 모였습니다. 여학생들이 절반 정도였습니다. 지도교수가 개강파티 비슷한 것을 할 테니 각 나라의 술을 가져와서 마셔보자고 했습니다. 고민하다 인삼주를 들고 갔습니다. 일본에서 온 3명(아사히, 산토리 등)은 사케를 가져왔는데, 맛이 좋다고 칭찬받았습니다. 인삼주는 술과 약을 구분하지 못하냐는 핀잔과 함께 홀대를 받았지요. 부끄럽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결심했습니다. ‘귀국하면 한국 원료로 세계적인 술을 꼭 만들겠노라.’ 


창피 당한 그날 영감도 많이 받았습니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것은 로제 스파클링 와인이었습니다. 최고의 술로 인정받았고, 인기도 많았는데 그걸 보면서 스파클링 술을 만들어야겠다고 작심했습니다.


오미자로 연구를 본격적으로 한건 1993년부터 입니다. 진천에 집 겸 연구실이 있는데 거기서 만들어 보기도 하고 회사에서도 연구하면서 다양한 오미자 술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1997년 IMF가 와서 신제품 연구를 지속하기 힘들어졌어요. 소강 상태로 있다가 2007년 영남대로 직장을 옮기면서 다시 본격적으로 오미자 와인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2008년 오미나라 공장을 설립하고 2008년 10월 오미자 20톤을 사서 담금을 했습니다. 발효오아 숙성 과정을 거쳐 2011년 11월 11일 첫 제품이 나왔습니다. 


전통방식으로 만든 오미자 스파클링 결(왼쪽)과 샤르망 방식으로 제조한 연. ©오미나라


Q. 오미자 스파클링이 다른 술보다 만들기 힘든 점은 무엇이었는지요?


2007년 오미자를 가지고 프랑스 연구소를 찾아가 발효 여부에 대해 자문을 받았습니다. 오미자는 쓴맛과 매운맛이 강해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발효가 어렵다고 하더군요. 오미자는 한약재로 심장을 강하게 하고 혈압을 내리며 면역력을 높여 주는 강장제로 쓰입니다. 방부성을 가지고 있어 가을 오미자는 벌레나 새들이 건드리지 않습니다. 효모 같은 미생물들도 오미자에서는 약효 탓에 성장이 느리고 발효력도 떨어집니다.  

오미자는 단맛, 신맛, 매운맛, 쓴맛, 짠맛의 다섯 가지 맛을 낸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중 신맛이 가장 강합니다. 일반적으로 당이 11%인데, 사과 14브릭스에 해당할 정도로 낮지 않습니다. 그런데 산미가 2.5~3%로 높아 단맛을 잘 못 느낍니다. 그래서 발효 때 신맛과 쓴맛을 적게 하는 것과 설탕 넣는 양이 중요했습니다. 일본 같은 경우 매실주 산도가 높을 때는 매실로만 발효하지 않고 쌀로 청주를 만들어 첨가하는 형태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합니다. 저희도 그런 연구를 다양하게 했지만, 결국 오미자와 설탕을 섞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전통적인 샴페인 제조방식(효모를 병쪽으로 모으는 리들링 과정). ©오미나라


오미자 와인은 잘 익은 오미자를 씻어 착즙한 뒤 발효과정을 거쳐 숙성시키면 됩니다. 와인 제조법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그러나 오미자는 신맛 등이 워낙 강해 발효에만 1년 6개월이 소요됩니다. 일반 와인의 발효기간이 1~3주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긴 시간입니다. 1차 발효 이후 스파클링은 병입 발효, 일반 와인은 오크통에서 다시 1년 6개월 발효 및 숙성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상품화됩니다. 


오미자 와인 제조에서는 숙성이 중요합니다. 오랜 숙성을 통해 강한 신맛을 가진 사과산을 부드러운 신맛을 가진 젖산으로 바꾸어 줍니다. 그래서 마실 때 거부감을 덜 느끼게 되죠. 


Q. 사과술 문경바람은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요?


사과 증류주 제조는 국가 연구과제로 진행했습니다. 농촌진흥청이 2011-2012년 사과주 프로젝트 공동연구를 제의했습니다. 사실 회사 다니면서 국내에 가장 흔한 원료가 포도 아니면 사과라서 와인을 만드는 연구를 많이 했지만 당시 사과 품질이나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면 맛과 향이 떨어질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외국에는 양조용 사과 품종이 1,500가지나 됩니다. 다양한 품종으로 신맛, 떫은맛 등 다양한 맛을 내는데 우리는 그러지 못합니다. 


공동연구 제의를 받고는 증류주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사과 증류주로 유명한 칼바도스를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문경에는 제품으로 나가기 어려운 작은 사과가 많습니다. 맛은 좋은데 씨알이 잘아 즙을 짜서 학교에 납품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부분적으로 흠 있는 사과는 처치 곤란이었습니다. 문경시 농업기술센터와 협의해 증류주를 만드는데 쓰기로 했죠.


사과로 만든 문경바람. 갈색을 띠는 것은 오크통 숙성과정을 거친 술이다. ©오미나라


사과증류주 칼바도스는 70~80%는 사과이지만, 20~25%는 배입니다. 현재 문경바람은 100% 사과로 만들고 있지만 나중에는 매실, 자두 등 다른 과일을 넣어 품질과 향미를 조금 더 증가시키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단일 원료로 만든 제품을 많이 선호하는데 외국에서는 다양한 원료를 혼합해 맛있게 만든 술들이 많습니다. 우리도 이런 술을 많이 만들어야 가격경쟁력도 생기고, 국내 사과 품종들이 가진 부족한 부분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사과, 오미자 모두 증류주로 만들었는데 증류주들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회사를 다니면서 증류주와 관련된 일을 많이 했습니다. 증류주에는 자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구소에서 제품 개발을 할 때 다양한 제품들을 만들어 봤고 향기도 맛봤는데 오미자 향이 뛰어났습니다. 처음부터 증류주를 만들어 보려고 했습니다. 처음 오미자로 증류주를 만들려고 했을 때 소비자들은 오가피주 등 싸구려 술로 인해 한약재 향이 나는 것을 좋게 평가하지 않았습니다. 그 부분을 숙성과 제품 블렌딩을 통해 해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오미자 증류주인 ‘고운달’이 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비싼 전통주로 통하는 고운달. ©오미나라


현재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제품은 문경바람입니다. 가장 많이 팔리고 있고 성장 속도도 빠릅니다. 사과증류주 칼바도스는 사과 향은 거의 없고, 숙성 때 사용하는 오크 향만 있는 제품들이 많습니다. 저희의 사과 증류주(브랜디)는 단식 동 증류기를 이용해서 만드는데 일반 제품은 오크통 숙성이 없어서 사과향이 향긋하게 납니다. 칼바도스는 숙성에서 만들어지는 향이 도드라지는데, 문경바람은 숙성향과 더불어 원재료인 사과향도 느낄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Q. 우리나라 최초의 ‘마스터 블렌더’라는 직함을 가지고 계신데 어떻게 받으신 건지요?


* ‘마스터 블렌더’: 원료의 선택부터 발효, 증류, 숙성까지 위스키가 제조되는 모든 과정을 총괄, 관리하는 주류 제조 전문가


‘마스터 블렌더’가 생소 하실 수도 있을 듯한데 우리나라에서 위스키를 제조하는 일이 많지 않아서입니다. 패스포트, 썸씽스페셜, 윈저12, 윈저17 같은 국산 위스키를 만들었고,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출 효자 노릇을 했던 증류주 마스터 블렌더 위스키와 씨그램 진도 개발했습니다. 처음 외국 주류회사에서 공장장이 되어 제품 전체를 관리하고 이후 전체 책임자가 되면서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위스키에 대한 관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마스터 블렌더’들이 많이 있는데 한국에서의 제품 책임자가 제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마스터 블렌더’가 되었죠. 


‘마스터 블렌더’가 되는 교육은 따로 없습니다. 오래된 도제식 교육으로 양조회사에서 자체적으로 후계자가 생기면 생산에 대해 전수해 주면서 전문가로 키우고 그걸 회사에서 인정하는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마스터 블렌더가 없습니다. 1991년 위스키가 수입이 개방되고 2000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위스키 제조를 점차 줄여 나갔기 때문입니다.


발효중인 술을 테이스팅 하는 이종기 대표. ©오미나라


그렇다고 위스키만 만든 것은 아닙니다. ‘진’도 만들어서 히트를 친 적이 있습니다. 연구소에 있을 때 국내 한 업체가 드라이진을 만들었습니다. 당시 스탠드바에서 여성들이 마시는 칵테일에 섞는 용도로 많이 팔렸습니다. 하지만 품질이 많이 떨어지는 저가의 진이 었습니다. 제대로된 진을 만들어야겠다고 작정하고 ‘진’ 연수를 받으러 캐나다, 미국을 다녀왔습니다. 레시피와 증류를 배워서 ‘씨그램 진’을 만들었습니다. 종전의 진과 차별화되다 보니 100만 상자 이상 팔렸습니다. 


Q. 대기업에서 다양한 위스키 및 증류주를 만드셨는데 양조장을 직접 하는 것과 차이가 무엇이신지요? 


사람에 대한 어려움이 가장 차이가 큽니다. 외국계 대기업 다닐 때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하면서 재료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모르는 부분이 생기면 주류 선진국 연수나 같은 계열사의 연구소를 가서 배우거나 자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혼자 연구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종기 대표가 정준하씨와 그 일행에게 양조장을 소개하고 있다. ©오미나라


외국계 주류 회사의 중앙연구소가 뉴욕에 있었는데 1984년도에 연수를 받으면서 술을 만드는 대상 원료를 다양하게 사용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거의 모든 곡물과 과일 등을 연구하고 있었고 심지어는 광물질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에 금박이 퍼져있는 리큐르도 만들고 제한 없이 다양한 연구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지요. 


다니던 회사가 다른 외국계 주류 회사에 인수된 2002년 말 옮긴 회사의 이탈리아 계열 회사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부터 지금 전 세계적으로 유행을 하고 있는 많은 RTD(Ready To Drink,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저도수의 주류들)를 연구하고 만들어서 판매하는걸 보면서 주류 시장의 흐름이 국내에만 머물면 안 될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미자 수확 진행중인 이종기 대표. ©오미나라


과거에는 생산 공장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있었기에 필요한 설비들은 논의하면서 현장에서 접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운영하는 지역의 소규모 양조장 설비들은 직접 만드는 것들이라 어려움이 있습니다. 단적으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기 위해 프랑스를 9번 갔다 올 정도로 애로사항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새롭게 접목하는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의 제조법인 샤르마공법(전통적인 방식인 병에서 탄산을 만드는 것이 아닌 큰 발효 설비에서 탄산을 만드는 방식) 설비를 국내에서 만드는 곳이 드물어서, 기계적인 문제가 생겨도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대기업에서 있을 때 판매는 별도 분야였기에 큰 고민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양조장을 알리는 일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안 할 수가 없습니다. 국내에 있는 소규모 양조장은 6차 산업이 아니면 생존이 어렵고 발전을 위해서는 6차 산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모델로 삼는 데가 칼바도스인데, 꼬냑보다 칼바도스가 생산 지역이 넓습니다. 꼬냑을 만드는 양조장이 1100개가 있고 유명 브랜드가 많지만 칼바도스는 더 넓은 지역에 공장도 훨씬 많습니다. 칼바도스로 만든 증류주들의 이름을 우리가 잘 모르는 이유 중에 하나는 지역에서 다 소비돼 외국에까지 풀리는 물량이 많지 않아서입니다. 칼바도스는 스토리텔링이 잘 돼 있어서 그 지역의 까망베르 치즈와 같이 먹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칼바도스를 가보면 관광객들이 늘 많은데, 이들이 다 소비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6차 산업이고, 양조장이 나아가야 할 지향점이라 봅니다. 저희는 제조장으로써의 양조장도 중요하지만 문화적인 요소들이 같이 버무려져서 술과 문화가 같이 가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친구들 중에 시인, 화가들이 있어서 다양한 작품 등을 기증 받아 양조장을 조금씩 문화가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생산하는 곳이지만 문화 공간을 겸하면서 작은 음악회도 여러 차례 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계속할 겁니다. 이곳을 술과 풍류를 즐기는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Q. 충주에 ‘세계술문화박물관 리쿼리움’도 운영하시는데 현황은 어떤지요?


아쉽게도 세계술문화박물과 리쿼리움은 폐업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모아온 술 관련 도구나 전시물 3,000점을 모아 2005년 박물관을 개관했습니다. 처음에는 지역은 물론 전국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줬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방문객을 받지 못하면서 유지비가 너무 늘어나 문을 닫았습니다. 1년 이상 버텼지만 더 이상은 쉽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폐업한 충주의 세계술문화박물관. ©오미나라


박물관에 있던 물건들은 보유하고 있는데 나중에 관심을 보이는 지자체나 농업과 연계한 곳이 있으면 적절하게 쓰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박물관이 없어졌다는 상실감이 매우 큽니다. 관심이 있는 지자체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Q. 우리 농산물을 많이 사용하시는데 사용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고 극복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요?


현재 오미자는 11톤, 사과는 연간 240톤 정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 지역에 있는 농민들의 농산물들이죠. 농민들 입장에서는 원료를 수확해서 양조장에 납품하면 바로 현금이 나와야 하는데 양조장 입장에서는 원료를 구입할 때 모든 돈을 일시불로 지불하는 게 큰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2008년부터 지금까지 농민들과 신뢰 관계가 만들어져서 이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농민들도 양조용 원료를 만든다는 것을 알고 같은 식구라는 느낌으로 생산하고 계십니다. 


지역특산주의 범위가 좁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는 시군구 및 인접 시군구 인데 이것의 범위를 도 단위로 넓혀 원료 사용에서 자율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주었으면 합니다. 지역을 한정하다 보니 원료 확보 및 다양한 제품 생산 등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역특산주 범위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지역특산주 제조에 사용되는 오미자와 사과. ©오미나라


소규모 양조장들끼리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제품을 블렌딩할 필요도 있습니다. 한 회사가 모든 증류주를 만들어 판매하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각 양조장에서 잘 만들어진 제품들로 본인이 가진 술의 부족한 부분을 블렌딩으로 채워주면 다양한 새 제품들이 만들어 지겠지요. 그렇게 되면 제품이 다양해지면서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호도를 만족시킬 수 있어 소비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Q. 증류주를 잘 아시는 입장에서 보시기에 우리나라 증류식 소주의 문제점은 무엇인지요?


일본을 보면 답이 보이는 듯합니다. 과거 일본에는 갑류 소주라는 게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희석식 소주입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와중에 싼 값에 술을 공급하려고 희석식 소주를 대량으로 만들었습니다. 을류 소주는 보리, 고구마 등의 단일 재료를 사용해 단식증류기로 증류한 제품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곡류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 통제 대상이었습니다. 일본에서도 처음에는 값싸고 생산량이 많은 갑류소주(희석식 소주)가 많이 팔리고 있었지만 1980년대 이후 을류 소주(현 본격소주)가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갑류소주(희석식 소주) 4 대 을류 소주(본격소주) 6의 비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숙성 진행중인 다양한 증류주들. ©오미나라


이러한 제조 방법들이나 주세 체계가 일본을 통해 들어오면서 동일한 형태의 주류 체계를 따라가게 된 것입니다. 지금 소주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술 처럼 알려져 있는데 사실은 싸게 마실 수 있는 전쟁 보급품이었습니다. 우리도 제대로 된 원료와 발효를 통해 지역 증류주들을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숙성과 블렌딩 연구가 더 이뤄져야 합니다.


술은 농산물의 꽃입니다. 농업의 가장 오래된 산업이 양조 산업이고요. 우리나라는 지금 그렇지 않습니다. 희석식 소주의 10%만 지역의 좋은 술로 대체된다면 그 자체로 경제적 파급효과가 클 겁니다. 지역 발전과 관광, 술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일어날 겁니다.


Q. 신제품이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이 있으신지요?


프리미엄 보드카를 개발 중입니다. 30년 전 수입개방으로 앱솔루트가 들어왔는데 이때 이미 보드카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보드카를 공부하면서 무색, 무미, 무취로 정의를 내렸습니다. 지금은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고급 벨루가 보드카나 시락 보드카 등은 향도 있고 맛도 있습니다. 시대에 따라 보드카의 형태도 변하는 거죠. 저희도 오미자와 사과를 사용한 보드카를 출시해 보려고 개발 중입니다. 다른 술과 달리 깔끔한 맛을 주려고 활성탄 여과처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해외 주류 박람회에 참석중인 이종기 대표. ©오미나라

내년에는 수출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소주가 외국으로 수출되면 더 이상 싼 술이 아닙니다. 이제는 한국 술들을 진짜 제대로 만들어 세계적 수준의 명주로 인정받게 해야 할 때입니다. 마침 양조장 술 생산량도 뒷받침되고 인력도 있어서 수출해보려고 합니다. 한국에도 좋은 술이 있다고 세계에 널리 알려 한국 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싶습니다. 이런 도전은 전통주 시장에 새로 뛰어드는 젊은 양조인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 우리도 세계 명주를 탄생시키고, 젊은 사람들이 5,000개의 지역 양조장을 만들어 주류 발전을 이끌어야 할 때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농산물 소비량도 엄청나게 늘어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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