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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조장과 식당의 콜라보, 골목양조장

내 전통주 이야기 옮겨오기-101

술은 규제가 많은 가공품 가운데 하나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술을 만들려면 주종마다 별도 면허가 필요하다. 막걸리는 막걸리 면허가, 약주는 약주 면허가, 소주는 소주 면허가 각각 있어야 한다. 양조장은 대개 면허 하나만 갖고 있는 곳은 드물다. 적으면 2개, 많은 곳은 6~7개의 주종 면허를 가진 곳들이 있다. 다양한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고, 소량 생산을 필요로 하는 양조장들이 늘어나면서 주류 면허도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주류 면허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지역 특산주 면허(옛 농민주 면허)다. 이 면허가 도입됐을 때엔 농민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로만 양조가 가능하게 했다. 농사를 직접 지어야 술을 만들 수 있어 대도시에서는 쉽게 받을 수 없는 면허였다. 이 때문에 도시에서 소규모로 술을 만들 수 있는 면허가 필요해졌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소규모 주류 제조 면허다.


소규모 주류 제조 면허의 시작은 맥주다. 맥주 면허가 도입된 초창기 갖춰야 하는 설비가 대규모였고 생산량이 많아 일반인은 접근이 불가능했다. 2002년 2월 소규모 맥주(Micro Brewery) 면허 제도가 신설된 이유다. 이후 호텔이나 호프집에서 직접 만든 맥주를 맛볼 수 있게 됐다.


소규모 주류 제조 면허가 탁주와 약주로 확대된 것은 2016년이다. 맥주에서 막걸리와 약주 등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 면허의 장점은 도시에서 적은 규모로 술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몇몇 음식점은 이 장점을 살려 차별화에 나섰다. 음식점 옆에 자신들의 음식과 어울리는 술을 빚는 양조장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맥주처럼 식당을 함께 운영하는 조건이었지만, 점차 완화돼 식당을 운영하지 않아도 면허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소규모 주류 제조장이 최근 관심을 받고 있다. 가장 많은 관심을 끈 곳이 방송을 통해 유명해진 ‘골목 양조장’일 것이다. ‘골목 양조장’은 식당 솔루션 프로그램을 통해 양조장과 식당을 같이 하는 곳으로 소개되면서 방송 이후 큰 화제가 됐다. 박유덕 ‘골목 양조장’ 대표를 만났다.


방송에 소개된 골목막걸리 양조장 ⓒ골목양조장


1. 전통주 만드는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요?


고교 시절엔 춤추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댄스동아리에 들어가 대회도 나가고 했었지요. 남들이 이야기하는 춤꾼이었는데, 그렇다고 춤으로 무언가를 할 생각은 없었어요. 사고를 당해 춤을 추기 어려워지면서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습니다.


중고생 때는 공부를 안 해서 앞으로 뭘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우연히 수제 맥주를 소개하는 방송 뉴스를 됐습니다. 서울에 있는 맥주 브루어리가 소개되는데 멋있게 보이더군요. 브루어 마스터라는 명칭도 좋았어요. 브루어 마스터가 뭐 하는 직업인지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진로를 맥주 제조로 정했습니다. 중고등학교때 관심이 많아 과학 분야를 열심히 공부했고, 식품공학과를 목표로 삼았는데 원하는 학과를 갈 수 있었어요.


대학 입학 초기 당시 온라인 카페에서 유명했던 맥주 만들기 동호회(맥만동)를 통해 공부하고 만들어도 보면서 발효에 조금씩 눈을 떠가고 있었습니다. 2학년 1학기 때 학교 현장 실습 프로그램으로 농촌진흥청에 양조 실습을 갔는데, 그 이후 졸업할 때까지 방학마다 농진청에 실습을 나가 다양한 술을 알게 됐습니다. 맥주 외에 막걸리나 약주 만들기에도 재미를 느꼈죠.


학부를 졸업하면서 술을 조금 더 깊게 공부하고 싶었어요. 식품공학과 석사과정을 하면서 농진청 산학연 프로그램을 통해 공부와 일을 병행할 있게 됐습니다. 학부 방학까지 포함해서 농진청에서 실습하며 일한 기간이 5년 정도 되는 듯합니다. 지금도 술을 만들면서 궁금한 게 생기면 농진청 박사님들께 자문을 구해요.


골목양조장에서 빚어지고 있는 다양한 술. ⓒ골목양조장


2. 술빚기로 석사 학위를 받았는데 내용이 무엇인지요?


석사학위 논문 제목은 ‘“열처리 및 생막걸리의 이화학적 및 관능특성 비교 연구’입니다. 주요 내용은 살균막걸리와 생막걸리의 관능 특성과 품질 비교, 가열처리가 쌀·밀·입국·누룩으로 각각 빚은 막걸리의 맛과 향기 성분에 미치는 영향 분석, 관능 조사를 통한 살균 막걸리 품질 개선이고요.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실험에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다만 석사학위에 필요한 실험과 농진청 실험을 같이 하다 보니까 항상 시간에 쫓기는 게 힘들었습니다. 당시 많이 쓰이지 않던 신형 분석 기기인 전자코와 전자혀로 막걸리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사람들이 표현하는 관능 결과와 연결해 해석하는 것도 까다로웠습니다.


당시 과학적 사고와 근거를 갖고 추론 및 결과를 도출한 경험이 지금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막걸리를 처음 만들 때나 새로운 사업에 도전을 할 때 이공계적 사고 기반의 단계적 접근이 필요했습니다. 과학적으로 딱딱 떨어지지 않는 일들이 생기거나,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할 때 추상적인 경우가 많아 지금은 조금씩 변화에 적응하고 있어요. 인문학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경영, 경제 등 새로운 분야에도 도전하고 있죠.

실습과 일을 병행하면서 농촌진흥청에서 술을 만들던 모습. ⓒ골목양조장



3. 상대적으로 이른 나이에 양조장을 시작했는데요?


대학교 때부터 창업을 생각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취업보다 창업에 끌렸거든요. 남 밑에서 일하는 성격도 아닌 듯했고, 시키는 일보다 다양한 일을 하는 걸 좋아했고요. 맥주 양조장으로 창업하려고 했지만 당시엔 돈과 경력이 필요해 준비하면서 기다렸습니다. 경험 부족을 보완하려고 농진청에 들어가 연구하면서 틈틈이 창업도 준비했습니다.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도 창업과 취업 사이에서 고민했습니다. 졸업할 때 탁주와 약주의 소규모 주류제조 면허라는 거시 생긴다고 하더군요. 기회라고 생각했죠.


여러 지역의 창업 지원 사업을 알아보고 지원서를 넣었습니다. 처음 선발된 곳이 대전 청년몰의 ‘청년구단’이었습니다. 2017년 초 준비해서 6월 사업자 자격이 나왔는데…. 거기서부터 제 인생의 길이 정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발효조를 세척 중인 박유덕 대표(왼쪽 사진). 발효 중인 술의 향을 확인 중인 박 대표. ⓒ골목양조장


4. 양조장과 식당을 같이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농진청에서 일하면서 양조장 창업에 위해 다양하게 알아봤습니다. 자본이 많지 않으면 창업지원을 받아 시작하는 것이 좋겠더군요. 그런데 지원 대상은 양조장보다 음식점, 휴게음식점, 공방 등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래서 음식점과 양조장을 함께 운영하는 방법을 알아봤죠. 딱 맞는 게 소규모 주류 제조 면허더라고요. 창업 지원을 받았고, 양조장과 식당을 같이 운영하게 됐습니다. 개인적인 여건상 양조장만으로 시작하기엔 어려운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양조장과 식당을 처음 시작한 대전 청년몰 ⓒ골목양조장


5. 양조장과 식당을 같이 운영하는데 어려움은 없는지요?


식당과 양조장 모두 몸을 써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이 있습니다. 둘 다 전문 분야여서 둘 다 잘하려면 노력도 필요했죠. 사람을 고용해서 쓴다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술은 잘 아는 부분이라서 제가 설득하면서 이끌어 갈 수는 있지만 음식은 또 다른 분야더라고요. 그래서 전문 셰프를 따로 두고 있어요.


5년째 접어들다 보니 요리 부담은 없어졌습니다. 전달은 여전히 힘들어요. 백종원 선생님에게 음식을 배워 혼자 만들던 음식을 다시 직원들에게 알려주고 직원들도 동일한 품질의 요리를 만들려면 제가 배운 것을 전수해야 하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지금은 직원들도 제 음식과 동일한 수준으로 만들고 있죠.


식당 근무인원은 평일은 주방과 홀 각 1명입니다. 주말엔 양쪽을 함께 하는 1명이 추가되고요. 술은 2명이 제조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양조 비율이 높아지고 매장 매출보다 포장해서 사가는 매출이 더 커져 양조파트에 인원을 더 많이 배치했어요.

‘골목길 식당’은 음식과 양조 두 분야를 전문적으로 해내기 위해 분업하고 있다. ⓒ골목양조장


6. 골목식당 방송 전후의 상황을 비교한다면 어떤가요?


방송에 나오기 전 청년구단에서 식당과 양조장 사업을 혼자 했고, 청년몰 전체 대표를 맡고 있었어요. 처음 외식업을 하다보니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사업을 확장하려고 한화 이글스와 MOU도 맺고, 야구장 팝업스토어도 운영했지만 처음 생각한 대로는 잘 안되더라고요. 매일 새벽 1시~2시까지 일하면서도, 끝나고 나면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을 때였습니다. 통장 잔고도 비어갈 즈음 골목식당에 나가게 됐어요.


방송에 나가려고 골목식당 제작진에게 계속 제보했습니다. 청년몰을 살리려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하던 중에 당시 인기 있던 골목식당의 솔루션을 받았으면 하는 생각이었죠. 방송 나가고 청년몰의 사업 방향을 확실히 잡았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사업에 많은 도움을 받았고요. 당시 골목식당 방송에 나간 식당들을 조사해 봤더니 방송 후 3개월 정도 매출이 유지되다 이후 증가세가 주춤하거나 하락하는 패턴을 보였어요. 그래서 3개월 동안 막걸리를 더 활성화할 수 있는 준비를 했어요. 늦은 시간까지 새 술을 만들어 시음하면서 신제품을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백종원 대표님과는 계속 소통하며 어렵고 힘든 문제들의 해결책을 찾아갔습니다. 식당과 양조장 사업에 전념하려고 ‘청년구단’ 대표도 관뒀어요. 골목식당 프로그램은 외식과 양조장 양쪽 모두 터닝 포인트였습니다.

방송 출연은 박 대표의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 됐다. ⓒ골목양조장


7. 대전에서 예산으로 옮겼는데 이유가 무언가요?


예산은 저와는 특별한 연결고리가 없습니다. 청년몰 사업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조금 더 넓은 장소로 옮겨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임대차 계약을 계속할지 고민하다가 다른 곳에서 사업하는 걸로 결론냈습니다. 새로운 장소를 찾던 중 백종원 대표님이 고향 예산에 있는 예산시장을 보여주시며 시장 상권 살리를 이야기하셨어요. 그러다 보니 청년몰을 운영하던 생각도 나고 해서 예산시장 상권에서 전통주를 콘텐츠 삼아 성공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백종원 대표님에게 컨설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예상도 있었고요. 그래서 예산시장에서 양조장과 식당을 같이 창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산상설시장 안에 위치한 골목양조장겸 식당 ⓒ골목양조장



8. 시중에서 판매되는 골목막걸리는 대형 양조장에서 만들었다고 하던데요?


가평의 양조장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대전 청년몰 식당에서 만들다가 더 많은 골목막걸리를 맛보게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생산이 가능한 곳을 찾다가 제 생각을 잘 이해하는 가평의 양조장을 찾게 됐죠. 최대한 대전의 골목막걸리 맛에 맞추려고 노력했습니다.


수작업으로 만들던 대전의 골목 막걸리를 대량화하는 데엔 기본적으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제가 해온 제조법이 추구하던 맛과 대중이 원하는 맛의 합의점을 찾기 위해 레시피 보정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지금도 한 달에 한 번은 제품 관련 미팅을 해오고 있고요. 제가 이름을 붙인 막걸리여서 애착이 크고, 그래서 많은 분들이 찾으시는 술이 되었으면 해요.

골목 막걸리는 현재 대형 양조장에서 생산중이다 ⓒ골목양조장



9. 생산 중인 제품은 무엇이 있고 재료는 어떤 걸 쓰시는지요?


예산의 골목양조장에서는 대전에서 생산했던 ‘골목막걸리 오리지널’과 예산 사과를 갈아서 만든 ‘예산 사과 골목막걸리’를 만듭니다. 오리지널은 대중성을 위해 팽화미를 사용하는데 예산 쌀을 공장에 보내 팽화미를 만들어서 쓰죠. 입국도 사용 중인데 역시 같은 방법으로 공급받고 있어요. 쌀을 가공하면 추가 비용이 듭니다. 그렇지만 사업하는 곳이 예산이고, 사업을 시작한 이유가 시장 상권 살리기 등이어서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사과 막걸리 재료도 예산 사과를 쓰고 있습니다.


만드는 방법은 전통주 제조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밑술에 덧술을 하는 2단 담금 형태죠. 발효시키려고 누룩과 입국을 사용합니다. 주원료인 쌀은 예산의 혼합쌀 품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골목양조장에서 생산중인 ‘골목막걸리 오리지널’과 ‘골목막걸리 예산사과’. ⓒ골목양조장


10.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골목양조장 면허는 ‘소규모 주류 제조’로 돼 있는데, 인터넷 판매와 전국 유통을 위해 ‘지역 특산주’로 변경하는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지역 특산주 면허가 나와도 식당은 유지하면서 현재 위치에서 지역 특산주 양조장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면허 변경이 이뤄지면 제품군에도 변화를 주려고 합니다. 자체 브랜드를 더 강화하고 다양한 프리미엄 제품으로 지역 특산주를 만들어 지역 농산물 소비에 보탬이 되고자 합니다. 그동안의 연구결과들을 접목한 술들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무감미료 제품은 바로 생산 가능한 상태여서 출시를 준비 중입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다양한 생산자들과 콜라보 제품도 추진하면 좋겠어요. 양조장을 지역 분들을 위한 양조교육과 체험의 장소로 제공하고 싶고, ‘찾아가는 양조장’도 신청할 작정입니다.


최종 목표는 지금 운영하는 골목식당이 지금처럼 지역 분들이 꾸준히 찾아오는 곳으로 만드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시장 상권을 살리는 데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봅니다. 골목양조장과 식당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양조장에서 갓 생산된 술을 들고 있는 박유덕 대표. ⓒ골목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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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전통주 장인열전 15] 양조장과 식당의 콜라보로 예산시장 상권 살리기 나선 <박유덕 골목양조장 대표>|작성자 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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