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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와 함께 전통주를 널리 알리는 삼해소주 아카데미

내 전통주 이야기 옮겨오기-109

[전통주 장인 열전 17] 소비자와 함께 전통주 빚어 널리 알리는 <김현종 삼해소주 아카데미 대표>


요즘 소비자들에게 술은 사서 마시는 공산품의 하나 정도로 여겨진다. 하지만 1900년대만 해도 얘기가 다르다. 가양주를 기반으로 해서 집에서 만들어 마시던, 김치나 장과 같은 발효 식품 중 하나였다. 그래서 술은 맛있고 없고를 따지는 게 아닌, 집안 행사나 손님을 맞이할 때 사용하는 생필품과 같은 존재였다. 구한말 조사에 의하면 1918년에 37만 5,757개의 가양주 제조 면허가 있었다. 술도가는 물론이고 많은 가정에서 술을 빚었던 것을 알려주는 자료다.


술 가운데 많이 알려진 종류는 삼해주(三亥酒)일 것이다. 삼해주는 고려시대부터 빚어졌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8세기 조리 관련 자료에는 100여 가지가 넘는 술이 기록돼 있는데, 이 중 기술 빈도가 높은 것이 바로 삼해주다. 당시 가장 사랑받은 술이었기에 금주령이 내려질 때 삼해주 이야기가 언급되기도 한다. 조선시대에는 흉년이 들면 쌀이 모자라 자주 금주령이 내려졌다. 그중에서 서울의 전통주인 삼해주는 제조하는데 많은 양의 맵쌀이 들어가 더욱 문제가 됐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삼해주 금주령 ⓒ국사편찬위원회


삼해주도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한 동안 맥이 끊겼다. 1993년 19도 삼해 약주와 45도 삼해 소주가 서울시 무형문화재 8호로 지정되면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삼해주는 소규모로 생산되는 문화재여서 영세 업체의 역량으로는 대량화가 어렵고 홍보 등도 부족해 대중적인 술로 발전하지 못했다.


최근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삼해소주도 눈길을 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직은 삼해소주를 아는 사람이 많다고 할 수 없다. 조선시대 서울 사람들이 그랬듯이 지금도 삼해소주를 마시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생산해서 판매하는 것과 함께 제조법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 가정에서 만들어 마시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젊은 MZ세대는 술을 마시기도 하지만 경험을 통해 공유하기에 더욱 그렇다. 그동안 삼해주를 마시는 사람들은 있었으나 제조법을 배우는 공간은 없었다.


서울 한복판에 ‘삼해소주’를 맛보고, 빚어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삼해소주 아카데미가 바로 그곳이다. 최근 이곳에은 많은 변화가 있다. 삼해소주를 만들어온 김택상 명인(69세)이 지난달 지병으로 작고하면서다. 삼해소주 대표를 맡고 삼해소주 공방을 공동 운영해온 김현종 대표는 계속 삼해소주를 교육할 계획이다. 김 대표를 만나 출발선에 선 삼해소주 아카데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삼해소주를 홍보 중인 김현종 대표. ⓒ삼해소주


1. 삼해소주를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설명을 해주십시오.


삼해소주를 알려면 먼저 삼해주를 알아야 합니다. 삼해주라는 술은 ‘규곤시의방’, ‘요록’, ‘주방문’, ‘양주방’ 등 여러 문헌에 나와 있습니다. 1241년 제작된 ‘동국이상국집’에도 기록돼 있고요. 삼해주라는 이름은 양조 방법에서 따온 듯합니다. 석 ‘삼’ 자와 돼지 ‘해’ 자를 씁니다. 음력 정월 첫 돼지날(해일)에 첫술을 담급니다. 밑술은 이보다 4~5일전에 담지요. 첫술 담그고 36일 후인 2월 돼지날에 덧술을, 또 36일 후인 3월 돼지날에 세 번째 덧술을 첨가합니다. 삼해주는 마지막 덧술을 한 3월 돼지날 기준, 또다시 36일을 기다렸다가 4월 돼지날에 항아리를 개봉합니다. 이것이 삼해탁주이고, 이 중 위에 뜨는 맑은 술인 약주만 따로 떠서 증류를 거치면 삼해소주가 됩니다.


현재 만들고 있는 삼해소주는 과거 문헌에 나와 있는 것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는 듯 합니다. 물이 원료대비 2배 비율로 많이 들어가고, 누룩도 25%로 많이 들어갑니다. 처음에는 40%정도 까지 들어갔습니다. 제조법을 보면 소주를 내리기 위한 것으로 특화 시켜 나간 것 같습니다. 고문헌과는 약간 다르지만 구한말 서울 지역에서 소주를 많이 만들어 마시면서 거기에 맞춰진 듯 합니다.

민속주 삼해소주 ⓒ삼해소주 페이스북


2. 포도나 귤을 이용한 삼해소주도 있는데 차이는 무엇인가요?


삼해소주는 삼해소주, 삼해귀주, 삼해포(포도소주), 삼해국(국화소주), 삼해고(상황버섯소주), 삼해귤(귤소주)을 만들고 있습니다. 실제 외부에는 삼해소주와 삼해귀주만 판매하고 있고, 나머지는 삼해소주 아카데미 교육 때 만들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삼해포(포도소주)는 포도를 넣어 발효한 것을 증류한 술입니다. 여름에 포도를 선물해 준 게 있어서 삼해주에 물 대신 사용해 봤습니다. 증류한 술을 교육생들에게 맛보여줬더니 맛있다며 본인들도 만들어 보고 싶어해서 교육과정에 넣었지요. 처음에는 한 항아리 정도였는데 작년에는 포도만 1.6톤을 사서 교육과정에 사용했습니다. 삼해 포도소주가 800병 정도 나오니까 교육과정에서 생산되는 양으로는 적은 게 아닙니다.


귤을 넣은 삼해귤(귤소주)은 다른 이야기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친구가 제주도에서 오메기떡 공장을 열어서 거기에서 삼해귤 소주를 만들어 보려 했습니다. 귤을 이용하는 술을 만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제주도에서 삼해귤 소주를 만들지 못하게 되면서 레시피가 남았고, 그 레시피를 교육과정에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귤을 넣은 삼해 귤소주는 다른 것보다 향이 너무 좋아서 시간을 두고 숙성해서 마시면 귤향이 많이 느껴집니다.


국화, 상황버섯 소주는 아카데미에서 시음할 때 과일만 들어간 술 이외에 조금 더 다양한 술들이 필요해서 시음 때 사용하려고 소량을 만들어 봤습니다. 필요할 때 마다 만들었는데 국화는 한약재 중 가장 많이 쓰이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원료여서 쓰게 되었습니다. 삼해고(상황버섯소주)는 상황버섯을 넣어 만든 특별한 누룩을 사용하는데, 외국인들이 좋아합니다. 상황버섯 누룩은 지인이 만들어서 보내줬는데, 사정이 생겨 계속 공급받기 어려울 듯 해서 앞으로는 배워서 직접 만들려고 생각 중입니다.


언급된 술들은 모두 삼해주의 전통적인 양조 기법을 토대로 합니다. 여기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살아 있는 전통을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지요. 전통적인 삼해주 양조기법은 쌀, 누룩, 물만 쓰게 돼 있는데 우리 땅에서 난 우리 농산물을 써보자는 일종의 실험정신으로 만든 현대적인 삼해주인 셈입니다.


다양한 삼해소주들. ⓒ삼해소주


3. 삼해소주를 어떻게 배우게 되셨는지요?


삼해소주 얘기를 듣고 관심을 가진 것은 오래전입니다. 원래 술을 좋아 했는데, 중국에서 컴퓨터 무역업을 할 때 ‘술꾼 도시처녀들’이라는 한국 웹툰을 봤더니 거기에 삼해소주가 나오더군요. 그래서 알게 됐는데, 중국 사업을 접고 국내에서 쉬다가 갑자기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쉬는 중에 한번 찾아가 봤습니다. 그때에는 아카데미 과정이 체계적이지 않았고, 관심 갖고 오는 사람들을 교육하는 형태였습니다.


아카데미에 가서 탁주, 약주, 삼해소주 1잔을 마셨는데 소주의 맛과 향이 그때까지 마셔본 많은 술들과는 달랐습니다. 맛있다고 하기 보다는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느낌이었습니다. 단맛이 나면서 향기가 그윽해 신기하면서도 마음에 들었지요. 만드는 법을 조금 더 배우게 싶어서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쉬고 있던 때라 매일같이 아카데미에 나와 술을 만들면서 재미가 생겼습니다. 자연스럽게 술 만드는 일을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아카데미에서 술 빚기를 하는 김현종 대표(앞줄 왼쪽) ⓒ삼해소주


4. 삼해소주 아카데미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몇 년 전에는 삼해소주를 구매하시는 분들만 계셨습니다. 배우고 싶은 분들이 있다고 했지만 교육과정도 없고 1, 2명만 교육한다는 것도 이상하고 해서 김택상 명인이 술을 만들 때 옆에서 시중드는 정도였습니다.


강의를 듣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2015년 김택상 명인이 시작했는데 그때는 많은 사람들이 듣는게 아니라 알음알음 찾아와 듣는 정도였습니다. 저도 김택상 명인님 수업을 들었는데, 제가 참석한 2016년 4월에는 저 혼자였습니다. 수업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일을 같이 하게 되었고, 2017년 1월 정식으로 동업을 시작해서 그해 4월 법인을 세웠습니다.


초창기에는 몇몇 아카데미 교육생들과 삼해소주도 알리고 즐기는 일을 하기 위해 ‘삼해소주 불목 파티’를 했습니다. 목요일 회비를 걷어 모여서 술을 마시고 이야기하는 모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몇몇 사람들이 참가했지만 ‘좋은 술과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가 입소문과 SNS를 통해 퍼져 규모가 커졌습니다. 불목파티 첫 참가자 중에선 아카데미로 들어오는 사람들도 있었지요.


삼해소주가 명인 지정을 받은 술이지만, 한편으로는 서울에서 이전부터 먹어오던 쉽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술입니다. 이런 술이 널리 알려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SNS를 통해 열심히 아카데미를 홍보하고 수강생도 모집하게 되었습니다. 과거에 비해 10배는 커졌을 겁니다. 수료생 회원이 350명 정도 됩니다.


아카데미 교육은 삼해소주 빚는 일정대로 총 5번의 과정으로 이루어집니다. 밑술, 첫술, 2차, 3차, 증류 과정인데 다 만들어지면 삼해소주 15병 정도와 약주 12병을 보통 가져가십니다. 물론 다 증류하면 20병 정도의 분량이고요. 외부에서 사려면 100만 원 정도 하는 것을 교육을 통해 가져가는 겁니다. 과실이 들어간 삼해소주는 조금 적은 10병 정도를 가져가게 됩니다.


‘삼해소주 부자’가된 교육생. ⓒ삼해소주


형식없이 편하게 모여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불목파티’ ⓒ삼해소주


5. 삼해소주를 좋아하는 연예인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유명 만화가 허영만 화백이 몇 년 전 공방에서 시음하고 좋은 평을 해 주셨습니다. 정준하씨도 같이 왔는데 이후 삼해소주를 종종 구매해서 드십니다. 연예인은 아니지만 한국인의 밥상, 불멸의 이순신 등의 드라마 제목을 쓰신 캘리그래피 작가 김성태 선생님도 삼해소주를 좋아하는 분입니다.


많은 분들이 가장 잘 아시는 분이라면 영화 ‘미인도’에 출연한 영화배우 김규리씨일 듯합니다. 미인도를 찍은 전윤수 감독이 삼해주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으셨는데, 덧술하는 날 일정이 겹쳐서 불참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대신 해드린 적이 있는데 고맙다며 혹시 도움 줄 게 뭐 있냐고 물었습니다. 전부터 김규리씨를 좋아하던 터라 삼해주를 한번 대접하고 싶다고 했더니 아카데미에 같이 오셨습니다. 김규리씨는 술을 거의 못 마시는 분입니다. 일반 희석식 소주는 못 삼킨다고 합니다. 삼해소주는 다른 맛이라고 하면서 마셔보기를 권했고 정말 마시면서 본인도 놀랐고 맛있다고 이야기를 하고 술을 사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매입하는 양이 늘어나자 ‘그러면 직접 만들어 봐야겠다’면서 아카데미를 신청했죠. 만든 술도 마시기보다는 대부분 선물하고 있다고 해요. 최근에는 배우 배종옥씨에게 포도소주를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삼해소주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은 배우 김규리 ⓒ김규리 인스타그램

6. 삼해주는 계속 생산되는지요?


김택상 명인이 만들었던 삼해소주는 내년 1월 까지만 판매할 수 있습니다. 삼해소주는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인 김택상 명인이 만든 ‘민속주’입니다. 명인이 작고했기 때문에 주세법상 민속주인 삼해소주는 더 이상 만들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전에 만들어 놓았던 삼해소주는 유예기간 6개월 동안은 판매가 가능합니다.


앞으로 삼해소주를 완전히 생산 못하는 거는 아닙니다. 삼해소주 자체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술입니다. 과거부터 만들어 마셔왔던 술이기에 술을 만드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지금도 지역특산주 면허를 받아 지역특산주로 삼해소주를 만든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저 역시 지역특산주 삼해소주를 만들려고 생각 중입니다.


삼해소주라는 이름도 계속 사용할 수 있죠. 고유명사여서 특정인이 독점할 수 없고, 상표등록을 할 수가 없으니 누구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역특산주 면허를 받아 새로 만든 술에 삼해소주란 이름을 사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삼해소주를 빚는 과정. ⓒ삼해소주


7. 지역특산주로 ‘삼해소주’를 만든다면 어디 농산물을 쓸 건지요?


최근에 지역특산주와 관련해서 서울특별시는 서울에 붙어 있는 지역의 농산물은 다 사용이 가능하다는 해석을 받았다고 합니다. 광명, 안양, 과천, 성남, 하남, 구리, 의정부, 남양주, 고양, 김포 등에서 구매가 가능해 서울 아닌 인근 지역의 좋은 농산물을 사용할 계획입니다. 아직 어느 지역 농산물을 쓸 지는 정하지 않았습니다.


인근 지역의 농산물을 사용하기 위해 농업회사 법인을 만들고 지역특산주 면허 신청도 준비하려 합니다. 현행법상 타 지역의 농산물은 안 되기에 삼해소주, 삼해 귀주만 정식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나머지 술들은 아카데미에서만 만드는 것으로 충당할 작정입니다.


포도는 운악산 포도를 한 농장에서 구매하고 있고, 귤은 농수산물시장에서 사는데 거기에 약간의 제주도 귤 농축액을 추가해서 만들고 있습니다. 누룩은 송학곡자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삼해포(포도소주)를 만드는 포도 착즙 과정. ⓒ삼해소주

8. 앞으로의 계획도 들려주세요.


지역특산주를 생산하고 아카데미를 할 수 있는 양조장 겸 교육기관을 해보려고 합니다. 서울 마포구 대흥동 일대에서 삼해소주를 많이 빚었다는 역사가 있어 마포에서 시작해보려 합니다. 지역특산주로 진행할 경우 고양시 쌀도 쓰기 쉬울 듯해서이기도 합니다. 지역특산주로 삼해소주를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펜덤을 형성해 저변을 확대하는게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는 법고창신(기존의 것을 잃지 않으면서 새롭게 바꿔가라는 의미)의 정신으로 삼해소주의 기본은 그대로 이어가되 젊은이들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술들을 아카데미에서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새로운 삼해소주는 지역특산주 생산을 통해 명맥을 이어가고, 아카데미를 통해 더 많이 알리는 일들을 시작하는 출발선에 서 있는 상황입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양조장과 교육기관을 시작해보려 합니다.


삼해소주를  증류하는 장면. ⓒ삼해소주



[전통주 장인 열전 17] 소비자와 함께 전통주 빚어 널리 알리는 <김현종 삼해소주 아카데미 대표>

https://blog.naver.com/nong-up/222550132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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