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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과일 넣어 ‘올드뉴’ 막걸리 빚어내는 '독막걸리'

내 전통주 이야기 옮겨오기-117

최근 스타트업(start-up)에 관한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스타트업은 설립한 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을 뜻하는 용어이다. 보통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하고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기술과 인터넷 기반의 회사로 고위험, 고수익, 고성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처음 인터넷 기반 기업을 주로 이야기했다면 지금은 전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하는 신생 업체들을 통틀어 이야기를 많이 한다.


추덕승 독브루어리 대표 ⓒ독브루어리


스타트업의 증가는 전 산업 분야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스타트업 기업이 증가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산업의 진입장벽이 예전과 비교해서 많이 낮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에는 창업이라 하면 제조업이 다수를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IT의 발달과 4차 산업의 성장으로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가능해졌다. 전통주에서도 스타트업이라 불릴 수 있는 기업이나 양조장들이 생겨나고 있다. 대부분은 유통이나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곳이지만 스타트업 양조장이라 불릴 만한 곳들이 있다.


모든 분야가 생산, 유통, 마케팅 등이 복잡 전문화되고 있다. 모든 일을 소수의 한두 명이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되었다. 하지만 현재의 전통주 업체들의 규모는 가족경영 형태로 1~2명이 술 생산에서부터 유통, 마케팅까지 전부 담당하고 있다. 그러기에 다양한 소비자들의 요구를 잘 반영하기 힘든 부분도 있고 전문적이지 않은 부분도 있다.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여서 일을 한다면 시너지 효과는 크다고 할 수 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뜻을 모아 스타트업 양조장을 만든 곳이 있다. 바로 김포의 독브루어리이다. 독브루어리는 맥주를 만들던 고릴라브루잉의 최고운영관리자(COO) 추덕승씨와 서울에서 막걸리를 생산하던 이규민씨, 브랜드 마케팅 일을 하던 우화섭가 뜻을 모아 만든 막걸리 스타트업이다. 아직 1년이 안 된 독브루어리의 대표 추덕승씨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Q1. 독브루어리를 소개해 주세요.


독브루어리는 2021년 1월 5일 설립되었습니다. 아직 1년이 안 된 양조장이죠. 주류 면허는 3월 23일 받았고 5월 16일에 첫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시작과 동시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지역특산주 면허는 설립과 동시에 준비를 해서 바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전부터 술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어서 지속적으로 막걸리 레시피를 준비했습니다. 3월 장비가 들어오기 전에 레시피는 완성되어 있어서 바로 대용량의 발효를 적용해 볼 수 있었습니다.


독브루어리는 ‘올드뉴(old, new)’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간의 속성으로 보고 새롭던 게 올드해지고, 올드한 게 새로워 지는 이른바 복고의 시대입니다. 시간의 흐름에서 보면 막걸리는 과거부터 마셔오던 전통적인 것으로 올드(old)한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막걸리는 젊은 층뿐만 아니라 여러 연령대에서 새롭게 소비되는 새로운 술(new)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올드뉴에 가장 적합하다고 여겨됩니다.


독브루어리는 ‘지역’이라는 정체성도 있습니다. 막걸리가 다른 주종과 차이점을 가지는 것은 로칼(지역)화가 잘되어 있는 술이라는 겁니다. 각 나라는 주종별로 그 나라만의 독특한 술이 있습니다. 독일의 맥주가 그렇고 프랑스의 와인이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막걸리가 국가색을 가장 잘 나타내는 술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독브루어리는 김포라는 지역의 정체성을 막걸리에 담아보려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살아 있는 막걸리를 강조하기 위해 ‘라이브’라는 단어로 정체성을 부여했습니다. ‘신선한 맛과 멋을 전달하고 막걸리로 즐거운 소통을 확장한다’는 의미에서 효모가 살아 있는 생막걸리를 ‘라이브(LIVE) 막걸리’라고 정의했습니다.


이 세 가지 정체성을 독브루어리는 추구하고 있습니다. 올드뉴, 지역화, 라이브를 통해 막걸리를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술로 만들고 싶습니다.

항아리 모양의 심볼이 인상적인 독브루어리 양조장. ⓒ독브루어리


Q2.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뭉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요?


처음 만남은 막걸리 신제품 생산을 위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서였습니다. 맥주와 막걸리의 양조 기법을 교차시키는 막걸리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 양조 전문가, 디자인 전문가가 모여 제품의 기획, 생산, 유통까지 한 번에 진행하면서 이들에게 강한 끌림을 받게 되었습니다.


제가 주류 브랜드 마케팅을 전문적으로 하다 보니,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막걸리가 지닌 성장 잠재력이 본격 발현할 할 수 있는 시기가 지금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물론 감과 촉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현실화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지 여부가 중요했습니다. 제가 하나의 팀으로 새로운 막걸리 양조장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두 사람이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인 최고의 팀이라 자평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인력이 부족해서 혼자가 많은 부분을 챙기다 보니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다른 양조장보다 빠르게 자리를 잡은 것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Q3. 다 비슷한 나이인데 사업 추진에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요?


저희는 모두 30대 초반, 중반입니다. 전통주 업계에서 보면 적은 나이일 수 있지만 자기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한 경력이 있어 자신들의 몫 이상을 해내고 있습니다.

우화섭 대표(왼쪽부터), 추덕승 대표, 이규민씨가 막거리 얘기를 하며 즐겁게 웃고 있다 . ⓒ독브루어리


장점은 또래들이어서 비슷한 문화를 많이 공유하고 있다는 겁니다. 동질적인 문화와 함께 약간의 나이차에서 생기는 다른 문화도 존재합니다. 여기서 제품을 만들 때 다양한 시선기 가능해집니다. 3명 모두 포기를 모르는 캐릭터들입니다. 그래서인지 모였을 때 시너지 효과가 더 대단하고, 목표를 세우면 돌진하는 힘도 강력합니다. 단점은 크게 없는데, 다만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모두가 제 몫 이상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요. 한 사람이 여러 일을 하다 보니 서로 커버해 줘야 하는 부분이 있고, 실수도 하지만 거기서 많은 걸 새롭게 배워요.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셋이서 재미있게 술을 만들고 있다는 겁니다.


Q4. 제품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대표적인 술은 ‘독막걸리’입니다. 6%의 저도주로 깔끔하고 달콤하게 만들었습니다. 독브루어리는 쌀이 가지는 하얀색의 막걸리 색을 최대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막걸리의 하얀 컬러를 통해 마실 때부터 즐거움을 주고, 잔에 따르면 부드러운 질감을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저온 숙성을 통해 싱그러운 참외와 멜론의 달콤한 과육 풍미가 느껴지게 만들었습니다. 병입 초기에는 막걸리 입문자용으로 추천할 수 있는 단맛 중심의 술이지만 유통과정 중에 숙성이 진행돼 산미와 탄산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술이 되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독막걸리’(왼쪽)과 ‘과’막걸리(오른쪽). ⓒ독브루어리


‘과(果)’막걸리도 있습니다. 시즌 술인데, 4종류 과일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봄에는 딸기, 여름에는 블루베리 등의 베리류, 가을은 햅쌀과 사과, 겨울은 포도를 넣어 막걸리를 만드는 겁니다.


이번 가을에는 사과 ‘과’막걸리를 출시했습니다. 파주 DMZ 농장에서 갓 수확한 신선한 사과의 풍미를 그대로 담았습니다. 막걸리 본연의 풍미 그대로, 사과 주스와 함께 칵테일처럼, 탄산수와 함께 하이볼처럼 다양하게 즐길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와디즈 펀딩을 통해 ‘과’막걸리를 시작했는데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Q5. 원료는 어떤 것을 사용하는지요?


지역특산주라서 사용할 수 있는 원료들은 약간의 제약이 있습니다. 하지만 김포라는 지역이 생각보다 다양한 농산물들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김포 쌀은 서울 주변의 쌀 중에서도 고품질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포는 쌀 농사짓기에 좋은 지역입니다. 한강과 서해안을 낀 반도성 기후로 가을 철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 벼가 잘 익게 해줍니다. 신김포농협에서 쌀을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양조 시점 3일 내에 도정한 쌀로 술을 빚고 있습니다.


사과 ‘과’ 막걸리에는 파주 DMZ산을 사용했습니다. 생산 준비 중인 배, 포도, 딸기는 모두 김포산을 쓰려고 합니다. 계약도 미리 해놨습니다. 내년 봄에는 딸기 ‘과’막걸리를 맛보실 수 있을 겁니다. 양조장 소재지가 김포인 만큼 주변 농산물을 최대한 쓰려고 합니다. 벼나 과일을 직접 농사지을 수는 없지만 농사에 수시로 참여하며 경험을 쌓아 농업과 술의 관계를 터득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특성을 살린 김포 쌀(왼쪽 사진), 파주 사과. ⓒ독브루어리


Q6. 쌀 사용량이 많은데, 어려운 점은 없는지?


쌀을 많이 사용합니다. 원료에서 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85%인데, 일반적인 전통주 양조장과 비교해 적습니다. 단맛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방법입니다. 그러다 보니 술을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원가도 높습니다. 게다가 김포 금쌀이 경기도에서 낮은 가격이 아니어서 원가부담은 더 커지죠. 발효나 온도 관리 등에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추구하는 술의 맛이 있기에 지금의 제조법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새 제품들에는 새 제조법을 적용해 새 맛을 내볼까 생각 중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쌀을 많이 사용해 맛과 향을 충분히 살아나는 술을 만들고 싶습니다.

쌀을 이용해 발효 중인 독막걸리. ⓒ독브루어리


Q7. 양조장을 김포에 두기로 한 배경은 뭔가요?


사업을 시작할 때 알고 지내는 여러 지역의 지인들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하지만 제품 확장성을 생각하면 수도권을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전통주 유통은 온라인과 수도권이라는 두 가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거든요. 막걸리는 지역색을 바탕으로 농업에 대한 뿌리가 강한 문화가 있었고, 수도권에서 속도감 있게 퍼져갈 수 있는 부분도 고려해야 했습니다.


여기에 원재료인 쌀과 관련한 문화를 가진 곳이 김포였습니다. 김포는 한반도 벼농사 흔적인 탄화미가 발견된 곳입니다. 쌀 전통 5,000년이라는 상징성을 갖는 거죠. 교통도 편해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수적이지만 김포 금쌀이라는 브랜드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김포 쌀의 우수성을 알려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독브루어리


Q8.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하는데.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로컬크리에이터 협업프로젝트에 선발돼 진행하는 사업이 있어요. 지역의 다양한 자원과 지역적 아이디어를 더해 지역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사업입니다. 쌀을 공급하는 ‘김포특수가공미영농조합법인’, ‘백오기정’이라는 막걸리로 기정떡을 만드는 업체, 그리고 막걸리를 만드는 저희가 팀을 이뤄 참여했습니다. ‘Rice to meet you, Gimpo(새롭게 만나 더 좋은 김포 쌀)’라는 슬로건 아래 김포 금쌀로 다양한 쌀 발효 식품 및 상품 굿즈를 제조하고, 만들기 체험도 제공하는 중입니다. 김포 쌀로 발효 식품(막걸리, 기정떡)을 만들어 김포와 쌀· 가공품을 소비자들에게 알려 판매를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스마트 팩토리 구축 사업입니다. 양조장을 만드는 공장 구축 단계에서부터 생산 설비를 제대로 갖추고 시스템으로 술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러려면 온도조절이나 제조공정 관리가 중요하므로 스마트 팩토리 양조장을 만들려고 했죠. 경기도 스마트공장 사업에 지원했고, 이제 1단계로 올라섰습니다. IoT를 통한 스케일업 작업이 가능한 정도가 되었습니다. 올해 레벨 2로 스마트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Rice to meet you 상품(왼쪽 사진), 자동화 시스템 구축을 통한 발효관리. ⓒ독브루어리


Q9.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요.


3명이 모일 때부터 양조장을 장기적으로 키우기로 하고 10년을 목표 기간으로 삼았습니다. 김포에서 가장 유명하고 잘 팔리는 막걸리 양조장이 돼야죠. 분야별 전문가들이 제대로 된 막걸리를 만든다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시류에 편승해 짧은 트렌드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가는 막걸리를 만들어야죠. 물론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나라 1등 막걸리 양조장으로 만들어 ‘장수’나 ‘지평’을 넘어서는 것이고요.


개인적으로는 인천의 소성주나 부산의 생탁처럼 지역을 대표하면서 지역 내 판매가 흔들리지 않는 막걸리를 만드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추 대표 얘기처럼 김포 1등은 당연한 거고, 그것을 발판으로 국내 최고 양조장이 돼야지요.


독막걸리를 어느 식당에서나 볼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다. ⓒ독브루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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