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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특산주를 바라보는 부러운 시선, 불편한 감정

내 전통주 이야기 옮겨오기-126

최근 박재범의 소주가 핫하게 팔리면서 예상치 못했던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 국적의 박재범 '원소주'는 온라인 판매가 되는데 우리나라 업체가 만드는 막걸리나 약주 등 대중적인 술들은 온라인 판매가 안 돼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기사이다.
 
 사실 이런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 확대 기사가 이번만 나온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미국인이 만든 '토끼소주'나 외국 술로 인식되는 '진'과 '애플사이더' 등의 주류가 전통주로 등록되어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어서 문제를 삼은 적이 있다. 이것 역시 '원소주'의 온라인 판매 이슈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 이슈가 되는 지역특산주들 원소주, 토끼소주, 진(gin), 애플사이더(오른쪽부터) ⓒ 업체 홈페이지

 이런 이슈들은 모두 국산농산물을 사용한 지역특산주(전통주)와 일반주류의 분류 때문에 비롯된 것이다. 현재 온라인에서 판매가 가능한 술은 전통주뿐이다. 많은 업체가 주세감면 및 온라인 판매 혜택을 얻기 위해 전통주라는 주류 분류에 들어가기를 원한다.
 
 현재 전통주가 될 수 있는 방법은 3가지이다. 주세법과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전통주산업법)에 따르면 첫째 국가가 지정한 장인이 만든 술(무형문화재 술), 둘째 식품 명인이 만든 술(식품명인 술), 셋째 지역 농민이 그 지역 농산물로 만든 술(지역특산주)들이다.
      

▲ 법률상 전통주 분류 표 전통주 분류 요건 및 추천기관 ⓒ 농림축산식품부

 

 이 중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 방법은 신규 지정이 없거나 매우 까다로운 조건이기에 일반 양조장들이 받기 어렵다. 결국 세 번째의 지역특산주를 신규 양조장들은 대부분 신청하게 된다. 지역특산주의 원래 명칭은 농민주였다. 농민주(지역특산주)는 1993년부터 농업인 등이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의 부가가치 향상 및 소비 확대를 위해 추진된 법이다.
 
 처음부터 법의 취지는 술을 생산하는 양조인들보다는 쌀과 농산물을 소비할 수 있는 농업인들의 소득향상 등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주류 제조 면허에 필요한 시설 요건을 일반 양조업체보다 낮게 하여 쉽게 농산물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영세한 농가들이 만들다 보니 생산한 술의 판로 등의 혜택을 주기 위한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미 통신판매(온라인)와 주세 감면의 혜택이 있던 전통주의 한 카테고리에 포함 시켜서 전통주가 가진 혜택을 동일하게 준 것이다.
 
 당시, 농민주는 국산 농산물을 원료로 전통 제조방법으로 만든 우리 술이란 점과 국산 원료농산물의 소비 촉진, 농가의 소득 증대, 그리고 이 과정에서 수입주류의 대체와 수출 증대를 통해 국민경제에 기여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하지만 좋은 제도라도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바뀌면 그에 따른 부작용도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부작용이 앞에서 이야기한 '진'과 '애플사이다' 문제일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소비자의 기호도가 다양해지고 지역특산주 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과거와 같은 제조 방법의 술만으로는 소비자의 다양성을 따라잡을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지역특산주 양조장들이 외국 제조법이나 지역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외국 허브 재료들을 활용하는 것으로 이같은 위기를 극복하려 하다 보니, 위와 같은 외국 제조 형태의 술이 지역특산주로 인정되면서 전통주가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각각의 술들은 농민 또는 농업회사법인이 지역의 농산물을 사용해서 만들었기에 현재의 법상으로 아무런 문제 없이 전통주 범주 안에 속할 수 있다. 
  
 반면 대형 마트나 술집에서 볼 수 있는 대형 양조장의 주류들인 막걸리나 약주는 전통주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농민이나 농업회사업인에서 만들지 않거나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언론에서 지적하는, 대중적인 주류업계에서 만드는 술들 중에는 수입쌀이나 수입농산물을 사용해서 만드는 것들도 있기에 어찌 보면 '원소주'나 '진', '애플사이다'가 농민들이나 농산물 소비에는 더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지적한 기사들 중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 '일반주류 중 막걸리나 약주, 소주 등과 같은 술에 전통주와 같이 혜택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조금 더 나아가서는 영세한 수제맥주 업체들도 온라인 판매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주류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WTO(세계무역기구)는 교역상대국 간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기에 일반주류에 온라인 판매나 세금혜택을 주다가 잘못하면 모든 수입주류의 온라인 판매를 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다.
 
 물론 우리의 술들이 외국의 술들과 경쟁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본이 충분한 고가의 수입 주류들이 온라인에서 쉽게 판매된다면 그 파장은 적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국내 모든 주류가 피해를 볼 수 있다.
 
 또한 주류의 온라인 판매 요구는 현재 술을 판매하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업계의 주류 판매 감소라는 반발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여기에 청소년 보호와 중소 슈퍼 상권 보호 문제도 있어 주류의 온라인 전면 판매는 매우 복잡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특산주가 가진 위치를 다르게 정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반주류들에게 전통주와 동일한 혜택을 주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지역특산주를 전통주로부터 분리시켜야 한다. 현재와 같은 상태로 지역특산주가 전통주에 속해 있다면 50년 후 과실주나 서양의 제조법으로 만들어진 술들이 전통주 상당 부분을 차지할지 모른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2017년 6월 13일에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전통주 및 지역특산주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로 변경하기 위한 입법예고를 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되었다. 또한 2018년 제2차 전통주산업 발전 5개년 기본계획에서도 전통주의 범위를 전통주(민속주)와 지역특산주로 구분한다고 명시했지만, 아직 큰 변화는 없다.

▲ 전통주 발전 계획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입법예고(좌) 제2차 전통주 산업 발전 5개년 기본계획(우) ⓒ 농림축산식품부

 

  지역특산주를 전통주에서 분리해서 각각의 목적에 맞는 지원과 정책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 맥주, 위스키, 브랜디 등의 주종은 지역특산주 안에 들어 있지 않다. 지역특산주가 전통주 안에 있다 보니 이러한 술들이 전통주가 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특산주를 전통주에서 분리해서 맥주, 위스키, 브랜디 등도 국산 농산물을 사용한다면 지역특산주에 넣어서 동일한 혜택을 주는 것이 농산물 소비라는 지역특산주법의 취지와도 맞을 것이다. 법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더 가다듬어야 할 부분이 있겠지만, 지역특산주의 분리가 우리 술 산업과 농산물 소비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이제는 고민해야 할 시기라 본다.
 
 실제 전체 주류시장에서 전통주가 차지하는 비율(출고금액 기준)은 19년 0.59%에서 20년에는 0.71%로 아주 미약하다. 물론 최근 성장률이 다른 주류에 비해 높지만 아직 전통주는 보호해야 할 이유가 있는 술이다. 더 이상 이러한 기사들로 인해 전통주나 지역특산주들이 잘못된 혜택을 받는 것처럼 오인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다양한 전통주 들 전통주 갤러리에 전시된 전통주 들                               ⓒ 이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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