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고해도 인연이 안되면 가지 못하는 곳들이 있다. 가보려고 노력하고 시도해도 누군가 말리듯이 지금은 가지 말고 나중에 가라고 하는 것처럼 한참이 지나서야 발길이 닿는다. 스페인의 산티아고순례길이 그랬고, 제주의 한라산이 그랬다. 그리고 새별오름도 그중에 하나이다. 결국 한라산은 몇 년의 기다림끝에 지난 가을에 백록담을 보았고, 산티아고 순례길의 북쪽길을 다녀오고 6년이 지나서야 프랑스길을 다녀올만큼 결국에는 다녀오게 된다. 마치 지금이 다녀올 때야라고 말하는 것 처럼...
TV에서 몇 번 소개하여 잘 알려진 새별오름은 1135번 도로를 타고 금악방면으로 가다보면 오른편에 민둥산처럼 보이는 오름이다. 가을에는 억새가 가득하여 황금색으로 변한다. 그리고 새봄이 되면 붉은 불꽃으로 변하는 축제가 벌어지는 장소이기도 하다. 왠지 모르지만 가봐야 할 곳처럼 느껴지는 장소여서 제주에 들를때마다 기회를 엿보지만 혼자 여행올때가 아니면 갈 수가 없었다. 얼마 전 제주를 다녀올때 마지막날 공항으로 향하면서 제주를 느껴보고 싶은 마음에 떠오른 곳이 새별오름이라 지체없이 그곳을 찾아갔다. 해 질녘에 도착한 새별오름은 붉고 누런 억새빛이 이쁘기만 했다.
새별오름은 서부지역에 홀로 덩그라니 홀로 떠있는 샛별처럼 홀로 서있는오름이라해서 새별오름이라고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주변에는 오름이 제법 많다. 서부 지역의 오름은 경사가 있는 능선에 오름이 삐죽삐죽 올라와 있기 때문에 전체가 보이지 않고 꼭대기 부분만 보이는 경우가 많다. 유독 새별오름은 멀리서도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는 오름이다. 게다가 주차장도 넓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이다.
오르는 길은 경사가 있고 살짝 숨이 가쁠정도로 힘이 든다. 하지만 하늘에 가까워 질수록, 정상에 도착하면 힘들기 보다 잘 올라왔다는 기분을 만끽한다. 왼쪽으로는 비양도를 포함해 애월과 협재 해변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한라산이 보인다. 찬찬히 주변을 내려다보니 한가롭고 조용하기만 하다. 금새 보고 사진찍고 내려가는 사람들이 많지만 오늘따라 빨리 내려가기보다 좀더 머물면서 천천히 감상하고 싶어졌다. 왜 올라오려 했을까? 올라오는 길은 힘들지만 오름 정상에서 맛보는 쾌감은 꽤 좋다. 게다가 주변에 더 높은 오름이 없어 시야가 탁 트여있다.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 보여지는 풍경이 달라진다. 높이 올라서야만 전체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오래봐야한 기분을 새길 수 있다. 점점 마음에 멋진 풍경을 새기기에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사진을 찍어도 좋지만 그 순간을 즐길 시선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요즘은 카메라보다 눈에 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그래서 오래 걸린다.
음미하듯 보고 새별오름에서 내려오는 길은 올라올때보다 편하다. 저 멀리 사람들이 오르고 내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오름에 비하면 아주 작은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무슨 이유를 가지고 찾아 왔을지 모르지만 이곳을 찾아와서 정상에 올라서면 모두가 즐겁고 행복해 한다. 걷고 대화하면서 그저 걱정없이 웃음만 가득한 모습이다. 다른 곳보다 이곳을 찾는 이유는 올라가는 길이 어렵지도 않지만 올라서서 바라보는 풍경이 멋있고 대화하며 때로는 힘들어할까봐 손잡아주면서 같이 갈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같이와서 행복한 오름이기 때문일 것이다.
연예인이 자주 찾아왔다는 이유로 널리 알려진 새별오름이지만 그전에도 이 자리에 서있었었다. 단지 사람들이 알지 못했다기 보다 관심이 없어서였을 것이다. 계기가 생기면 이름없던 오름은 유명세를 타기도 한다. 새별오름은 그런 곳이다. 이쁘기도 하지만 후광이 있어서 빛난 오름이다. 새별이라는 이름처럼 새벽에만 볼 수 있는 샛별처럼, 예전부터 있었지만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사람만이 별을 볼 수 있고 관심있는 사람만이 새별오름을 갈 수 있다. 그저 지나가다 보이는 배경이 아닌 새별오름을 경험하려면 꼭 가까이와서 밑에서 위로 올려다 봐야 한다. 그래야 오름 전체의 웅장한 풍경을 올려다 볼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