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불안했다. 가져간 가죽 샌들이 낡아 부러졌다. 시장에선 어린 꼬마에게 보기 좋게 커피 바가지를 썼다. ATM에선 10만₫이 40장, 5만₫이 20장 나왔다. 현금 뭉텅이를 들고 은행 안으로 들어가 고액권으로 교환했다. 이처럼 황당한 일들에도 당황하지 않은 건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덕이다. 불운을 딛고 당분간 먹을 과일과 쌀, 반찬거리를 찬찬히 마련했고 언제든 집밥을 챙길 수 있는 준비가 되었다. 마트는 세일 중이었고, 신발은 마수걸이로 싸게 샀다. 첫 숙소는 작년에 묵었던 원룸형 아파트먼트다. 위생과 서비스, 편의성이 검증된 곳이고, 특히 주방과 세탁기가 있어 편하다. 이렇게 신접살림을 차리는데 방세 빼고 오늘 하루 3백만을 썼고 다행히 통화는 동(vnd)이다. 부강한 국력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