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연구의 관점은 언어의 존재 방식을 반영한다. ①구조주의적 관점에서 언어는 유기체적 자연물로 간주된다. 인간과는 별개로 존재하는 관찰 가능한 대상으로 본다. ②기능주의적 관점에서 언어는 맥락 즉 상황에 따라 다른 기능을 할 수 있는 관계 의존적이고 역동적인 현상으로 간주된다. 의사소통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사회문화적 기호 현상의 일부로 간주되며, 상황, 사회문화적 코드 등과 상호 작용하면서 여러 기능을 담당할 수 있다. 앞선 두 관점은 각각 랑그와 빠롤을 주된 연구 내용으로 삼는 듯하다. 그런데 사회문화적으로 존재하고 사용되는 언어는 한 개인의 관점에서는 두뇌 속에서 처리되는 인지 능력을 구성하기도 한다. ③‘인간’이라는 한 개체의 두뇌가 습득하고 처리하는 총체로서의 언어는 신경생물학적 혹은 인지적 관점에서 관심을 갖게 되는 대상이다.
인간의 ‘언어’는 이 세 가지 관점에서 모두 연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세 번째 관점은 신경과학, 인지과학, 컴퓨터 과학의 발달에 힘입어 인공 지능이 등장하면서 보다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지 않나 한다. 두뇌 속에서 언어가 어떻게 표상될지에 대한 이론적 모색은 그 자체로 흥미로울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신경 세포(neuron)를 모형화한 퍼셉트론을 연결한 것이 인공 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이고, 인공 신경망을 이용하여 다양한 언어 처리를 수행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어떻게 언어를 학습하는가? 혹시 인간의 두뇌가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이 인공지능이 언어를 학습하는 과정과 유사하지는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퍼셉트론 모형을 이용하여 언어 현상을 표상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문법 기술일 가능성을 없을까? 신경망의 정보 처리 방식, 두뇌의 구조와 기능 등을 종합하여 인간의 언어 능력을 기술하는 모형을 고안할 수는 없을까? 기존의 언어학은 이런 면에서 어떻게 어느 정도나 기여할 수 있을까?
인간의 문법적 직관은 분명치 않은 경우가 있다. ‘었’의 문법 기능을 분석해 보면 그런 경험을 하게 된다. 다음을 보자.
(1) ㄱ. 지난 번에 여기서 먹었던 게 뭐였었지? 진짜 맛있었는데...
ㄴ. 지난 번에 여기서 먹ø은 게 뭐였지? 진짜 맛있었었는데...
최근에 와서 일상에서 (1)과 유사한 ‘었’의 용법을 자주 접하게 된다. 20대 여성들의 대화에서 더 많이 접하는 듯한데, (1)은 사실상 두루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 (1)에서 모든 ‘었’의 문법 기능을 분석하려고 하면 그게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생각하게 되는 세 가지 가능성은 ①문법이 논리를 제대로 표상하지 못한 오류일 가능성, ②문법이 변하고 있을 가능성, 그리고 ③직관 자체가 불분명할 가능성이다. 둘째, 셋째 가능성은 서로 관련이 있을 것이다.
(2) ㄱ. 진짜 예뻤는데. (었느)
ㄴ. 진짜 예쁘던데. (더)
ㄷ. 진짜 예뻤었는데. (었었느)
ㄹ. ??/*진짜 예뻤던데.
ㅁ. *진짜 예뻤었던데.
(2ㄱ)과 (2ㄴ)은 동일한 상황에서 치환 가능한 발화이다. 그렇다면 왜 (2ㄷ)과 (2ㄹ)은 치환이 불가능한가? (2ㄱ)의 ‘었’과 (2ㄷ)의 ‘었’이 동일하다면 (2ㄹ)이 안 될 이유가 무엇일까? (2ㄹ)은 과거성이 과도하다고 하기에는 (2ㄷ)이 자연스러운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혹시 ‘었었느’를 ‘(었)었느’ 혹은 ‘었(었)느’와 구별하지 못하거나 혹은 대충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직관은 왜 이렇게 부정확할까? 발화 실수일까? 아니면 TAMs 체계가 복잡해서 정확하게 습득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럴 정도로 체계가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인간의 언어는 어째서 붕괴되거나 혹은 체계화되거나 할 수 있을까? 혹시 신경망의 학습 과정에서 일어나는 가중치의 조정에 의한 확률값의 변화와 유사하지는 않을까? 혹시 퍼셉트론의 연결 모형으로 언어를 표상할 수 있다면 그러한 가변적인 변화도 기술할 수 있지는 않을까? 다시 이런 의문들로 귀결한다.
그래서 우선, 두뇌를 모방하는 인공 신경망의 기본 단위인 퍼셉트론의 개념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개별 문법 요소의 문법 기술에 퍼셉트론 개념을 이용하는 개략적 방법을 구상해 보는 것이다. 다음으로 선어말 어미 ‘었’을 가지고 의 문법 기능과 제약을 반영할 수 있도록 퍼셉트론 모형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해 보고 어떤 식으로든 잠정적 방법이 모색된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