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셉트론을 이용한 문법 표상(4)

by 콜랑

4. ‘었’ 퍼셉트론

그러면 ‘었’의 구체적인 문법 현상을 검토하면서 ‘었’ 퍼셉트론 모형을 더 구체화해 보자.


4.1. 동사/형용사 + 었

‘었’이 포함된 어절 단위의 용언 활용형을 토대로 일정한 패턴 혹은 규칙을 스스로 발견하는 단계를 생각해 보자.


(16) 아이: 엄마, 뽀삐.

엄마: 뽀삐?

아이: 응, 멍멍이.

엄마: 어딨어?

아이: ①{*가/어}. 집에.

엄마: 멍멍이가 ②{예뻐/예뻤어}?

아이: 응, ③{예뻐/예뻤어}.}


(16) ①에서 동사는 ‘었’의 유무에 따라 문법성 판단이 달라진다. 동사 표상 관념은 현실에서 시공간의 변화를 토대로 형성되는 지식이다. (16) ①에서처럼 과거 사실을 현재형으로 표상하면 비문이 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②, ③의 경우에는 ‘었’의 유무가 의사소통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며 문법적으로도 문제될 것이 없다. 형용사가 표상하는 관념은 상대적으로 시공간의 지속성 내지는 계속성을 토대로 형성되는 지식이다. 동사 표상 관념인 행위가 시공간의 이동으로 파악된다면, 형용사 표상 관념들은 대상의 속성이나 지속적인 상태를 표상한다. 아이가 보기에 멍멍이가 예뻤다면 (16)과 같은 대화 시점(현재)이건 아이가 멍멍이를 본 시점(과거)이건 멍멍이의 속성(귀여움)은 그 자체로는 달라지지 않는 관념이다.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일반적인 지식이다. 멍멍이가 안 귀여워질 수는 있어도 ‘귀여움’이라는 관념 자체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멍멍이가 가면 장소의 변화(시공간의 변화)이 일어나지만 귀여우면 그런 변화가 없다. (16)에서 ②, ③과 같은 대화가 자연스러울 수 있는 이유이다.

다음 예도 보자.


(17) ㄱ. 어제는 급하게 어디 가라? (회상)

ㄴ. 어제는 급하게 어디 라? (완료)

ㄷ. 어제는 급하게 어디 지? (과거 or 완료)

(18) ㄱ. 어제는 너무 예쁘라. (회상)

ㄴ. 어제는 너무 *예라.

ㄷ. 어제는 너무 예어. (과거)


(17)은 모두 ‘청자가 어디에 가는 행위’가 과거 상황임이 전제된 발화이다. ‘어제’라는 명확한 시간 표지가 있다. (17ㄱ)은 가고 있는 모습을 본 경우 가능한 발화이고, (17ㄴ)은 보지 못해서 어디엔가 갔다고 판단한 경우 가능한 발화이며, (17ㄷ)은 맥락에 따라서 (17ㄱ,ㄴ)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화이다. (17ㄱ,ㄴ)은 발화 내용을 청자의 인식 세계와 관련되어 있다. 청자가 가고 있었든, 가고 없었든, 그 사실은 화자의 의식 내용이다. ‘회상’의 내용이든, 증거성이든, 다른 뭐라고 하든, 청자의 행위가 존재했으며 그 행위를 화자가 의식했음을 전제로 한다. 이에 비해 (17ㄷ)은 화자의 주관적인 인식 경험과 다소 거리감 있는 방식의 발화이다. 청자가 어디론가 가는 행위가 성립할 것이 전제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그만큼 (17ㄱ,ㄴ)에 비해 객관적인 진술에 해당한다. 과거 상황에 화자의 인식이 개입하는 양상에 따라 동사에 실현되는 ‘었’의 두 기능을 볼 수 있다.

(18) 역시 (17)과 같은 과거 상황에 관한 발화이다. 형용사 표상 관념은 동사 표상 관념과 달라서 서술 기능을 수행할 때 상적 국면을 고려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우리의 지식 체계가 세상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고 할 때, 동작은 상적 국면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지만 상태나 속성은 상적 국면을 고려하지 않는 방식으로 구성하기 때문이다. (17ㄴ)과 비교해 보면 (18ㄴ)에서 ‘었’이 상적 속성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되지만 세상을 표상하는 일반적인 방식에 비추어 볼 때 불필요한 절차이므로 매우 드문 활용 패턴 즉, 비문법적인 표현이 된다. 형식상의 패러다임은 (17ㄱ,ㄷ)과 (18ㄱ,ㄷ)이 유사하다. (17ㄱ,ㄷ)과 비슷한 패턴에서, (18ㄱ)은 화자의 인식이 더 관련되어 있고 (18ㄷ)은 덜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18ㄱ)보다 (18ㄷ)이 더 객관적인 진술이다. 그런데 문제는 (18ㄴ)이 어색하기 때문에 ‘었’의 기능을 (17)의 경우처럼 두 가지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17ㄷ)이 주관적인 회상 맥락이나 객관적인 진술 맥락에서 쓰일 수 있는 것처럼 (18ㄷ)도 두 가지 맥락에서 쓰일 수 있다. (17), (18)을 종합해 보면, 동사 활용형의 ‘었’은 시제나 상 표지 기능 중 어느 하나로 기능하지만 형용사 활용형의 ‘었’은 시제 표지로만 기능함을 알 수 있다. ‘방금 (다) 먹었다’처럼 현재 시점에서 동작의 완료를 나타내는 표현은 자연스럽지만 형용사 표상 관념을 상적 속성을 구별하는 ‘방금 (다) *예뻤다’와 같은 표현은 일반적으로 어색하다.


4.2. ‘었었’

통합형 ‘었었’에 대해서는 추가로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19) ㄱ. 그녀는 너무 예어. ↛ 화용적 무표

ㄴ. 그녀는 너무 예뻤었어. → 화용적 유표. 현재는 그 정도는 아니야.


(19)는 언어학적으로는 여러 논의가 가능한 예이다. (19ㄱ)에 비해 (19ㄴ)은 ‘현재는 그렇게까지 예쁘지는 않다’는 함축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간취된다. ‘었었’의 효과로 논의되는 현상인데, ‘대과거(과거 완료)’의 ‘었었’을 인정하는 견해도 있고 ‘었2’를 ‘단절’ 표지로 보는 견해도 있다. 두 견해 모두 ‘었’이 가지고 있는 상적 속성과 관계된 견해로 보인다. 편의상 ‘었었’을 ‘었1었2’로 표시하기로 할 때, 기존의 두 견해는 ‘었2’를 상적 특성이 있다고 보는 듯하다. 그런데 다음 예를 보면 조금 다른 분석이 가능할 것 같다.


(20) ㄱ. 어제는 급하게 어디 갔었지?

ㄴ. 어제 그녀는 너무 예뻤었어. (과거)


(20ㄱ)은 (17ㄷ)에 ‘었2’를 추가한 것이고, (20ㄴ)은 (18ㄷ)에 ‘었2’를 추가한 것이다. (20ㄴ)은 ‘어제’라는 과거 표지가 명시된 점을 빼면 (19ㄴ)과 동일한 발화이다. ‘었었’이 어차피 명백한 과거 상황을 표시하므로 이 차이는 논의에서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 (20ㄴ)에서 ‘오늘은 그 정도로 예쁘지는 않다’는 함축도 간취된다. 그런데 (20ㄴ)과 패러다임은 같으나 서술어가 동사인 (20ㄱ)을 보면 특이하게 함축이 강하게 간취되지 않는다. 앞서 설명했던 동사와 형용사의 표상 관념이 우리의 지식 세계를 구성하는 방식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형용사 표상 관념은 지속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시공간상의 위치가 명시되면 그러한 일반 지식에 변화게 초래된다. 동사 표상 관념은 본질적으로 이러한 변화가 기대되기 때문에 시공간상의 위치 표시로 인한 유표적 해석이 관여하지 않지만 형용사 표상 관념에서는 시공간상의 위치 한정에 인한 유표적 해석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논리적인 해석에 의한 함축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간취되는 듯하다.

이제 관련 현상들을 아래와 같이 모아 보면 새로운 해석을 시도할 수 있게 된다.


(17) ㄷ. 어제는 급하게 어디 지?

(20) ㄱ. 어제는 급하게 어디 갔었지?

(18) ㄴ. 어제는 너무 예어.

(19) ㄴ. 그녀는 너무 예뻤었어.


(17ㄷ)에서 ‘었’은 ‘과거’ 표지일 수도 있고 ‘완료’ 표지일 수도 있다고 하였다. ‘어제’를 빼면 완료 표지로 해석될 가능성이 커지고 ‘어제’가 있으면 ‘과거’ 표지로 해석될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어제’가 있어도 실제했던 상황 맥락에 따라 ‘었’이 ‘완료’ 표지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이에 비해 ‘었었’이 출현한 (20ㄱ)은 과거 완료 상황을 명시적으로 표시한다. 형용사의 활용형 ‘었었’의 해석도 동사의 활용형 ‘었었’과 같은 패턴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비록 (18ㄴ)의 ‘었’은 ‘과거’ 표지이지만 (19ㄴ)의 경우 함축 강하게 간취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과거 완료’를 명시적으로 표시하는 ‘었었’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동사의 활용형 ‘었었’이나 형용사의 활용형 ‘었었’은 동일하게 ‘과거 완료’ 상황을 명시적으로 표시한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있다. (20ㄱ)의 발화 내용은 청자가 ‘어디론가 가고 있는 상황’인지 아니면 ‘어디론가 가고 없는 상황’인지를 구별하지는 못한다. ‘가다’의 상적 국면이 ‘가고 있는 동작’이거나 ‘가고 없는 상황’이었는지는 현실의 과거 상황에 따라 달리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에 반해 ‘예쁘다’의 경우에는 ‘가다’처럼 해석이 달라질 여지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래서 ‘갔었다’의 경우는 함축이 강하게 간취되지 않지만 ‘예뻤었다’의 경우에는 함축이 강하게 간취된다.

종합해 보면, ‘었었’은 동사 관련 표상할 때든 형용사 관념 표상할 때든 ‘과거 완료’의 표지인 건은 분명해 보이나, 동사의 경우에는 동작의 상적 국면에 대한 해석이 현실의 과거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대신 현실의 현재 시점에서 함축적 해석이 발생하지 않고, 형용사의 경우에는 상적 국면에 대한 해석이 관여할 여지는 없는 대신 현실의 현재 시점에서 함축적 해석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20ㄱ, 19ㄴ)의 ‘었1’ 혹은 ‘었2’ 중 하나를 (17ㄷ, 18ㄴ)의 ‘었’과 동일시할 수 있는 근거가 미약해 진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었었’은 ‘었’에 관한 예외적인 현상으로 처리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때 ‘예외적인 현상’이라 함은 ‘었었’이 ‘과거 완료적 표지’이기는 하지만 ‘었1’과 ‘었2’의 기능을 분석적으로 접근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러한 설명은 ‘었’의 연속 통합형에 관한 한국어 화자들의 직관이 부정확함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동사의 활용형이든 형용사의 활용형이든 ‘었’과 ‘었었’이 출현한 발화를 생각해 보면, 발화 내용이 언급하는 현실의 상황은 과거 상황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동일한 과거 상황에 대해서 ‘었’이 출현하기도 하고 ‘었었’이 출현하기도 한 것이다. 형태론적으로 ‘었’과 ‘었었’은 유표적으로 구별되기 때문에 기존에는 무언가가 다른 기능이 있을 것이라는 전제로만 접근했던 것이 아닐까 한다. 실제로 ‘었었’이 출현하는 발화를 찾아보면 굳이 ‘었’을 하나만 써도 논리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경우들이 많다. 글쓰기 수업에서는 비문법적인 ‘었’의 오용으로 판단할 만한 발화들이 일상에서는 상당히 자주 쓰이고 있다는 점만 보아도 ‘었었’의 기능에 대한 화자들의 직관이 많이 부정확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그 녀석이 제때에만 도착했었더라도 이런 일은 없었을 거야’처럼, 불필요한 ‘었’이 사용된 예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음 실제 사례들은 한국어 화자들의 체계적인 직관이 흐트러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예들이 아닐까 한다.


(21) ㄱ. 지금은 시들었지만 수선화 꽃밭도 참 예겠더라. 고택을 나오면 추사 김정희의 묘가 있는데

이 일대가 아주 고즈넉하고 차분한 느낌이 들어 힐링하기 좋은 것 같았다.

ㄴ. 저 은행나무도 노랗게 물들면 예쁘겠구나 공산성에도 배롱나무가 많아 한창일 때 오면

겠더라. 끊힌 성벽길을 돌아돌아 다시 성벽길로 진입.

(22) ㄱ. 지금은 시들었지만 시들기 전에 왔더라면 수선화 꽃밭도 참 예겠더라.

ㄴ. 지금은 시들었지만 시들기 전에 왔더라면 수선화 꽃밭도 참 예쁘겠더라.

ㄷ. 지금은 시들었지만 시들기 전에 오면 수선화 꽃밭도 참 예겠더라.

ㄹ. 지금은 시들었지만 시들기 전에 오면 수선화 꽃밭도 참 예쁘겠더라.

ㅁ. 지금은 시들었지만 시들기 전에 왔더라면 수선화 꽃밭도 참 예을 것 같더라.

ㅂ. 지금은 시들었지만 시들기 전에 왔더라면 수선화 꽃밭도 참 예쁠 것 같더라.


(21)에서 ‘예쁘다’의 활용형에 나타난 ‘었’은 무슨 표지일까? (22)는 (21ㄱ)의 가정된 상황을 복원시킨 다음, (21ㄴ)처럼 현재형 조건(‘오면’)과 과거형 조건(‘왔더라면’)으로 바꾸어 본 것이다. (22)에서 ‘예쁘겠더라’에 ‘었’을 추가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나열되어 있다. 각각의 경우에 ‘었’의 실현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21)의 변형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일상에서 모두 다 사용되고 있을 법한 형태들이다. 문법적으로 엄격한 논리적 표상을 요구하는 작문 수업이 아닌 일상의 구어에서는, 논리적으로 불필요해 보이는 ‘었’이 포함된 (21)과 같은 발화들이 어쩌면 오히려 더 많이 사용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었었’의 출현으로 인해 ‘었1’과 ‘었2’의 기능을 분석하지 못하게 되면서(인공 신경망의 경우라면 가중치 조절에 의한 분류에 실패하게 되면서) ‘었’의 문법에 다소간의 혼란이 초래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려된다. ‘겠었’의 적격성에 대한 화자들의 판단이 달라지는 이유와도 무관할지 모른다. ‘었’이 포함된 다양한 활용 패턴을 열거하자면, ‘었었, 었었더, 었었느, 었었겠, 었더, 었겠더, 었겠느, 었겠었, 었겠었느, 겠었, 겠었느, 겠었더’ 등이 있다. 앞서 논의한 ‘었었’에 관한 혼란스러운 직관을 배제하면 대부분의 통합형에서 ‘었’는 서술어가 동사냐 형용사냐에 따라서 시제나 상을 표지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4.3. 양상 논리와 ‘었’

‘었’의 문법 기능과 관련하여 생각해 볼 마지막 현상은 명제의 양상 논리학적 해석에 관한 현상이다. 다음을 보자.


(23) ㄱ. 잡히면 죽다.

ㄴ. 잡히면 죽다.


(23)은 전건이 충족될 경우 후건 내용을 기정 사실화하는 발화이다. 선어말 어미 ‘었, 는’을 직접적인 기정 사실화 표지로 분석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겠’이나 ‘더’는 이 경우에 출현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었’이 ‘는’보다 상대적으로 강한 확신의 정도를 표시하므로 ‘는’과 ‘었’을 강도 차이가 있는 표지로 볼 여지도 있다. 조건 발화에 국한하여 ‘었’은 ‘강한 기정 사실화’이고 ‘는’은 ‘약한 기정 사실화’ 혹은 ‘예정 사실화’라고 분석할 여지가 보인다. 물론 ‘강한 확신’, ‘약한 확신’ 정도로 분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슷한 현상은 꼭 ‘조건’이라는 발화 형식이 드러나지 않더라도 관찰된다. 다음을 보자.


(24) ㄱ. (산 정상 눈앞에서 저 아래 오는 동료를 보면서) 이제 도착다.

ㄴ. (산 정상 눈앞에서 저 아래 오는 동료를 보면서) 이제 (곧) 도착다.

ㄷ. (산 정상 눈앞에서 저 아래 오는 동료를 보면서) 이제 거의 도착다.


(24ㄱ)을 보면 ‘었’은 현재형 (24ㄴ)에 비해 ‘기정화’하는 어감이 강하다. 그래서 ‘이제 곧 도착했다’는 불가능하다. 현재형은 미완료 내지는 비과거 정도의 시공간상의 광대역 국간을 포괄하므로 ‘예정 사실화’ 정도의 확신을 드러냄에 비해 ‘었’은 ‘기정 사실화’ 정도의 강한 확신을 드러낸다. ‘었’이 ‘기정 사실화’ 내지는 ‘강한 확신’의 직접적인 표지라고 할 수 있을까? 동일한 발화 상황에서의 발화 (24ㄷ)을 보면 ‘거의’의 출현으로 ‘도착’의 완성도에 대한 해석 양상이 달라짐을 알 수 있다. ‘도착’의 상적 속성을 보면 (24ㄷ)이 (24ㄴ)보다 덜 완료적이다. 그러나 ‘도착’의 종결 국면에 대한 해석은 달라져도 ‘기정 사실화’하는 정도 즉 확신의 정도는 달라지지 않는다. ‘었’의 기능으로 분석할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닌 듯하다. 엄격히 따지자면 (24ㄷ)의 발화 내용은 ‘었’으로 표지되는 완료 상황과 부합하는 현실 상황은 아니다. 어쨌든 ‘도착한 상황’이 아니라 ‘도착한 것으로 간주한 상황’일 뿐이다. ‘도착’의 양상이 ‘거의’와 관련되어 달라지든 그렇지 않든 ‘간주한 상황’ 즉 ‘가정 상황’이다. 그리고 이는 조건 형식의 발화가 가지는 의미론적 속성과도 부합한다. 종합하면, ‘었’은 조건절의 후건절에서 혹은 가능 세계에 대한 발화에서 ‘기정 사실화’ 혹은 ‘확신’을 표지하는 기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4.4. 소결

이상의 논의를 수합하여 ‘었’의 문법을 퍼셉트론 모형으로 정리하면 아래 정도가 된다.


(25) ‘었’ 퍼셉트론


었 퍼셉트론 1 최종.png

입력부를 보면 ‘었’은 동사나 형용사의 활용형에 모두 출현한다. 동사 활용형에서는 시제나 상 중 어느 한 기능을 담당하게 되는데 그 판단은 현실 세계와 발화 내용의 관계 속에서 논리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순수 언어학적 조건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형용사 활용형에서는 시제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동사이든 형용사이든 서술어의 활용형에 ‘겠었’이 출현할 때에는 ‘었’이 시제 표지가 된다(이병기 2006). 명제의 논리적 양상성은 조건절이나 가능 세계에 대한 발화에 포함된 ‘었’과 관련되어 있다. ‘었었’의 경우 시제와 상 사이의 혼란 양상을 드러내기 위하여 두 연결선을 점섬으로 표시했다. 해당 요소는 혼란상이 있기는 하지만 ‘발화 시점과 단절적으로 인식되는 과거’를 그 기의로 함을 알 수 있다. 단일 퍼셉트론 내에 점선으로 표시된 요소가 있다는 점은 화자의 문법적 직관에 불분명한 부분이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패턴화하기 어려운 유일 용법이나 새로운 용법 등이 관찰되면 입력부에 해당 형태를 추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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