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 : Noise

소음을 걷어내야 들리는 목소리

by KOSAKA

소음은 단순히 귀를 괴롭히는 소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우리의 삶을 가득 채우는 정보, 감정, 사건의 뒤엉킨 흐름을 상징한다. 예전에는 소음이라 하면 공사장의 드릴 소리, 도로 위의 경적, 지하철 안의 잡음을 떠올렸지만, 이제는 눈과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디지털 알림과 수많은 메시지가 더 큰 소음이 되었다. 물리적 소리가 줄어든 자리에, 보이지 않는 정보의 소음이 대신 들어찬 셈이다.


우리는 소음 속에서 살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이 쏟아내는 뉴스, 광고, 알림은 하루를 시작하기도 전에 마음을 산만하게 만든다. 출근길에는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거나 팟캐스트를 들으면서도 동시에 메신저에 답장을 보내고, 중간중간 뉴스 헤드라인을 스크롤한다. 이렇게 여러 층위의 정보가 겹겹이 덮여드는 순간, 정작 중요한 생각은 뒷전으로 밀린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떠오르려던 작은 목소리들은 거대한 소음에 묻혀버린다.


소음은 단순히 듣는 감각만 방해하는 것이 아니다. 정신을 분산시키고, 깊은 집중을 빼앗으며, 사유의 여백을 사라지게 한다. 인간이 한 가지 일에 몰두해 의미 있는 통찰을 얻으려면 일정한 고요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 고요를 확보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울리는 진동음과 스크린의 빛 속에서 하루를 보낸다. 결과적으로, 생각은 깊어지지 못하고, 감정은 쉽게 자극되고, 시간은 파편화된다.


중년이 되면 이 소음의 파도 속에서 다른 차원의 불편을 느끼게 된다. 젊을 때는 새로운 정보와 자극이 흥미로웠고, 빠르게 흘러가는 소음조차 에너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속도가 점점 버겁게 다가온다. 무엇을 읽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 어떤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어떤 소리를 차단해야 할지, 선택이 필요하다.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일 수 없음을 알게 되면서, 삶의 소음을 줄이는 것이 곧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소음이 많아질수록 고요의 가치는 커진다. 도시 한가운데서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귀 기울이면, 새소리나 바람 소리가 여전히 들린다. 집 안의 전자기기를 끄고 책장을 넘길 때, 오히려 귀가 맑아지는 경험을 한다. 그 순간은 소음을 밀어내고 남은 여백이자, 자신과 다시 연결되는 시간이다. 이 고요를 의식적으로 확보하지 않으면, 삶은 타인의 목소리와 외부의 자극으로만 채워진다.


소음을 줄인다는 것은 단순히 귀마개를 끼는 일이 아니다. 관계에서의 불필요한 갈등, 의미 없는 비교, 끝없는 욕망의 속삭임도 일종의 소음이다. 누군가와 끊임없이 비교하며 불필요하게 흔들리는 마음, 타인의 시선에 맞추려 애쓰는 마음, 하루에도 수십 번씩 확인하는 타임라인 속 타인의 삶. 이런 것들은 물리적 소리보다 훨씬 더 크게 정신을 소란스럽게 만든다. 그래서 진짜로 줄여야 할 소음은 외부의 기계음이 아니라, 내 마음을 흔드는 내적 소음일지도 모른다.


소음을 차단하고 나면, 잊고 있던 것들이 다시 들려오기 시작한다. 내 호흡 소리, 내 생각의 결, 오래된 기억의 잔향, 그리고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의 목소리. 이 작은 소리들이야말로 우리가 놓치고 있던 진짜 삶의 배경음이다. 결국 소음을 줄인다는 것은 불필요한 것을 걷어내고, 꼭 들어야 할 것을 다시 듣는 일이다.


완벽히 고요한 세상은 없다. 소음은 삶의 일부이며, 때로는 소음 속에서 새로운 자극과 기회가 싹트기도 한다. 하지만 소음에 끌려다니는 것과 내가 선택적으로 소리를 거르는 것은 다르다. 주도권은 내게 있어야 한다. 어떤 소리에 귀를 닫고, 어떤 소리에 마음을 열지 정하는 순간, 소음은 더 이상 나를 지배하지 않는다.


삶은 본질적으로 시끄럽다. 그러나 그 시끄러움 속에서도 순간의 고요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곧 성숙이다. 소음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서 의미 있는 목소리를 분별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어른이 된다는 것의 또 다른 이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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