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A to Z, 중년의 철자법

한 권의 삶을 덮고 다시 펼치며

by KOSAKA

알파벳은 스물여섯 글자에 불과하지만, 그 속에 담을 수 있는 이야기는 끝이 없습니다. 이번 여정은 A에서 Z까지, 중년이라는 한 시기를 관통하며 떠올린 단상들을 차곡차곡 적어 내려가는 일이었습니다.


노쇠와 기억, 집과 정체성, 실패와 고독, 시간과 후회 같은 단어들은 각자의 알파벳 자리를 빌려 서로 연결되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언어의 나열이 아니라, 하나의 인생을 서술하는 문장이었습니다.


글을 이어가면서 느낀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 자체가 이미 A to Z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A에서 시작해, 청춘의 B와 C를 지나, 중년의 M과 N을 건너며, 언젠가 마지막 Z에 도달합니다.


각 알파벳은 구체적인 사건이나 감정보다는, 한 사람의 내면에 새겨진 풍경과 흔적을 상징합니다. 따라서 이 글들은 특정한 경험담이 아니라, 누구나 공감하실 수 있는 중년의 풍경을 담고자 했습니다.


또한 한 글자, 한 주제에 집중할 때마다 삶의 단면이 의외로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Regret’이라는 글자를 붙잡으면 그동안 묻어두었던 기억들이 떠오르고, ‘Wisdom’이라는 주제를 생각하면 저도 모르게 부모 세대의 모습이 겹쳐졌습니다. 결국 알파벳은 거울이 되었고, 저는 그 거울에 비친 제 자신을 다시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글자 Z는 정점의 순간을 뜻합니다. 그러나 이 글을 모두 쓰고 나니, 정점이란 도달해야 할 단일한 지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작은 정점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그것들이 모여 하나의 산맥을 이룹니다. 그러므로 Z는 끝이 아니라, 다시 A로 이어지는 순환의 고리입니다.


책장을 덮으며, 저는 이 여정이 끝났다는 감각보다는 ‘다음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남깁니다. 인생은 알파벳처럼 정해진 순서대로 흘러가지만, 글쓰기와 사유는 언제든 다시 A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번 A to Z가 하나의 문장이라면, 앞으로 써 내려갈 또 다른 문장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삶은 알파벳의 연속입니다. 우리가 쓰는 한 글자 한 글자가 모여 결국 한 권의 책이 됩니다. 이 책을 읽으시는 독자님께서도 자기만의 A부터 Z까지를 써 내려가시기를 바랍니다. 정점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오늘의 한 순간, 지금 이 자리 역시 우리의 정점일 수 있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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