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비용에 얽매이지 말아야

지혜롭게 사는 법

by 송면규 칼럼니스트

오래전 얘기다. 어느 날, 친구가 말했다. "이제 와서 관두자니 너무 아깝잖아. 벌써 3년이나 준비한 거야." 그는 잘 맞지 않는 시험 준비를 억지로 이어가고 있었다.


성과는 없었고 마음은 지쳐 있었지만, 그가 스스로에게 가장 자주 되뇌던 말은 "이제 와서 포기하긴 늦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오히려 지금 그만두지 않으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허비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왜 못하는 걸까?


이처럼 사람은 흔히 이미 쏟아부은 노력이나 자원, 즉 매몰 비용(sunk cost)에 얽매여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경제학에서는 이것을 "매몰 비용의 오류(Sunk Cost Fallacy)"라 부른다. 이 오류에 빠지면,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과거의 투자에 현재와 미래를 붙잡혀 끌려가게 된다.


그러나 매몰 비용은 이미 사라진 자산이다. 더 이상 회수도 불가능하고, 현재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어선 안 되는 것이다.


매물 비용에 관한 내용은 투자의 규제 워런버핏이 자주 사용한 용어이기도 하다. 사례 몇 가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영화관에서 나올 줄 아는 사람


이 개념을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예는 영화관이다. 1만 5천 원을 내고 영화관에 들어갔다. 그런데 30분을 보니 너무 재미가 없다.


이야기 흐름은 늘어지고, 연출은 어설프며, 집중도 되지 않는다. 이때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한다. "그래도 돈 냈는데 끝까지 보고 나가자."


그러나 합리적인 선택은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것이다. 돈은 이미 지불되었고 돌려받을 수 없다. 하지만 남은 시간과 정신은 지킬 수 있다.


우리는 이처럼 일상 속에서 "이미 잃어버린 것"에 대한 미련 때문에, 또 다른 손해를 스스로 자초하곤 한다.


둘째, 정치와 행정: 잘못된 고집이 부른 공공의 낭비


이런 오류는 국가 차원의 의사결정에서도 흔하게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공공사업의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다.


이미 수천억 원의 세금을 투입한 프로젝트가 예산 초과와 실현 가능성 부족 등으로 문제점이 드러났음에도, "이쯤 왔으니 멈출 수 없다"는 논리로 계속 밀어붙이는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과거 한국에서 논란이 되었던 몇몇 지역개발사업이나 국책 연구 프로젝트들이 있다.


사업성 검토가 미비한 채 시작된 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완공 직전 폐기되거나, 완공 이후에도 방치된 경우가 많았다.


이 모든 것은 과거의 투자에 매달린 판단 미스에서 비롯되었다. 진짜 손실은, 지금 멈추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 이어가는 것이다.


셋째, 기업의 선택: 실패를 인정할 줄 아는 유연함


기업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신제품이 시장에서 반응이 없고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해도, "이미 수백억을 개발에 투자했는데"라는 이유만으로 철수를 주저한다면,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오히려 빠르게 철수하고 손실을 통제하는 기업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기술기업 구글은 2011년 "구글 플러스"라는 SNS를 야심 차게 출시했지만, 이용자 수가 기대치를 밑돌자 과감하게 서비스를 종료했다.


반면, 한때 잘 나가던 노키아는 구형 운영 체제에 대한 막대한 투자 비용을 의식해 변화 시기를 놓쳤고, 결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퇴출되었다. 결국 과거의 투자에 집착하지 않는 기업만이 생존한다.


넷째, 개인의 삶: 미련보다 선택이 중요하다.


매몰 비용의 오류는 개인의 삶에도 뿌리 깊다. 이미 3년을 다닌 직장을 그만두자니 아깝고, 오래 만난 연인과의 관계가 소모적이어도 "지금까지 함께한 시간"을 핑계로 관계를 끊지 못한다.


또는 이미 등록한 학원, 시작한 운동, 들어간 계약금 등을 이유로 계속 비효율적인 상황에 머무르기도 한다.


그러나 그 미련은 "손실을 줄이려는 노력"이 아니다. 오히려 손해를 키우는 자기기만일 수 있다.


과거의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는 것이 패배가 아니다. 진짜 용기는 더 큰 손실을 피하기 위한 결단에서 나온다.


다섯째, 매몰 비용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매몰 비용의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준이 필요하다.


1. 미래지향적 사고

지금 이 선택이 앞으로 어떤 가치를 만들 것인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과거의 감정이나 투자보다, 미래의 효율과 행복이 더 중요하다.


2. 중단할 줄 아는 용기

때론 멈추는 것이 가장 이성적이고 전략적인 행동일 수 있다. "지금까지 해왔으니까"라는 말이 습관적으로 나오고 있다면, 한번 멈춰서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계속 가는 것이 더 큰 손해 아닐까?"


3. 결과 중심 사고보다 과정 중심사고

결과가 나쁘더라도 그동안 내가 얼마나 배웠고 성장했는지 돌아본다면, 과거의 선택도 무의미하지 않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선택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여섯째, "지금 이 순간"을 기준으로 판단하자


매몰 비용에 얽매이는 순간, 우리는 과거의 포로가 된다. 그러나 인생은 과거에 의해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선택으로 만들어진다.


우리는 실패한 투자를 계속 이어가는데 에너지를 낭비할 수도 있고, 혹은 그 실패를 딛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따라서 진짜 중요한 것은, 앞으로가 더 나아질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이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가 아닌, 바꿀 수 있는 현재와 미래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매몰 비용의 덫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이미 늦었어"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더 늦어진다. 아직 늦지 않았다. 오늘이 가장 바로 가장 빠른 시점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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