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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의 효과

산만한 시대에 더욱 빛나는 깊이의 힘

by 송면규 칼럼니스트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어쩌면 수백 번 산만함의 파도에 휩쓸린다. 스마트폰 알림, 채팅 메시지, 이메일, 뉴스, 영상 스트리밍까지.


현대는 "주의력 고갈의 시대"라 불러도 무방하다. 이 시대에 가장 고귀하고 귀중한 능력이 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집중'이다.


집중은 단순한 작업 능률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질을 결정짓고, 깊은 통찰과 창조성을 이끌어내는 뿌리와도 같다.


1. 집중은 곧 '질'이다


집중이란, 한 가지에서 온 마음과 에너지를 기울이는 상태다. 이때 인간은 놀라운 효율성과 몰입의 힘을 발휘한다.


1시간 동안 집중해서 읽은 책 한 권은, 하루 종일 산만하게 넘긴 열 권보다 훨씬 오래 기억에 남는다.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깊은 집중 속에서 우리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연결고리를 발견하기도 한다. 집중은 단순히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그 시간의 '질'을 결정짓는 요소다.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는 이를 "플로우(Flow)" 상태라고 표현했다.


몰입이 극에 달할 때 인간은 시간의 흐름조차 잊고, 오롯이 하나의 활동에 자신을 내맡긴다. 이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창조, 사고, 실행은 단순한 효율을 넘어 존재의 깊이를 형성한다.


2. 단순한 반복보다 깊은 집중이 낳는 성과


집중이 만들어내는 성과는 반복 학습이나 양적인 노력과는 다른 차원에 있다. 예를 들어, 피아노를 하루 5시간씩 쳐도 딴생각을 하면서 기계적으로 반복하면 실력 향상은 미미하다.


그러나 1시간이라도 온전히 집중해 악보의 구조를 이해하고 손가락의 흐름을 느끼며 연습하면 놀라운 성장을 이룰 수 있다.


기업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하게 이슈를 전전하는 리더는 큰 성과를 내기 어렵다.


반면, 핵심 과제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는 리더는 때론 짧은 시간에도 결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낸다.


"선택과 집중"이란 경영 전략도 결국, "덜 중요한 것을 버리고, 중요한 것에 몰입하라"는 원리에서 출발한다.


3. 산만함이 지배하는 시대


하지만 지금은 집중하기 가장 어려운 시대다. 우리는 1분마다 울리는 알림 속에 살고 있다.


SNS를 열면 끝없는 정보가 흐르고, 유튜브 알고리즘은 끊임없이 우리의 시선을 붙잡는다.


뇌는 이 자극에 중독되고, 점점 짧고 얕은 정보에만 반응하게 된다. 이것이 "주의력 결핍 사회"의 실체다.


특히 청소년과 아이들에게 이 환경은 더욱 치명적이다. 숙제 도중에도 틱톡을 열고, 공부하면서 동시에 음악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


그러나 이렇게 나뉜 주의력은 깊은 이해와 창의적 사고를 방해한다. 뇌는 진정한 "멀티태스킹"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빠르게 이리저리 전환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 전환이 뇌의 피로를 가중시키고, 결국 집중력 저하와 학습 능력 저하로 이어진다.


4. 집중은 훈련 가능한 능력이다.


좋은 소식은, 집중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기를 수 있는 능력이라는 점이다. 명상, 몰입 독서, 계획적 디지털 디톡스, 일정 시간 집중하는 "포모도로" 기법 등의 방법은 집중력을 향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하루에 단 30분이라도, 휴대폰 없이 조용한 공간에서 책 한 권을 집중해 읽는 습관을 들이면, 뇌는 점차 그 상태에 익숙해진다.


학생이라면 공부보다 먼저 집중하는 법부터 익혀야 한다. 직장인이라면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려 애쓰기보다, 한 가지 중요한 일에 깊이 몰입해 완성하는 방식으로 업무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


집중은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은 결국 삶의 방향을 바꾼다.


5. 집중은 곧 삶의 깊이다


집중은 단지 생산성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태도의 문제다. 삶을 대충 흘려보내지 않고, 하루하루를 온전히 살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나의 생각을 기록하며 몰입하고, 한 권의 책을 조용히 읽는 시간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나를 삶의 중심으로 되돌려놓는 일이다.


산만함이 일상이 된 시대, 집중은 저항이며, 동시에 회복이다. 진짜 중요한 것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맑은 눈이며, 삶을 보다 깊게 만드는 가장 인간적인 능력이다.


집중은 말한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결과적으로, 집중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삶을 진지하게 대하는 태도이며, 지금 이 시대를 가장 인간답게 살아내는 방식이다.


세상은 빠르고 산만하게 흐르지만, 우리는 그 흐름에 휩쓸리는 대신,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 수 있다. 그 뿌리의 이름이 바로 '집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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