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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이긴다면?

관계에서는 진다

by 송면규 칼럼니스트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대화를 나눈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친구와의 자리에서, 때로는 낯선 이와의 짧은 순간에서도 말은 우리의 관계를 이어주는 다리이자 벽이 된다.


흥미로운 것은, 말의 힘이 크면 클수록 관계에서는 종종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는 점이다. 바로 "말로 이기면 관계에서는 진다"라는 역설이 여기서 나온다.


말로 이긴다는 것은 논리나 지식, 언변으로 상대를 꺾는 것을 뜻한다. 순간적으로는 승리감을 맛볼 수 있다.


내 주장이 옳고, 상대의 주장은 틀렸음을 입증했을 때 느끼는 우월감은 달콤하다. 그러나 그 달콤함 뒤에는 쓴맛이 따른다.


상대는 이해되기보다 꺾였다는 상처를 안게 되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기 때문이다. 결국 말로 이겼지만, 관계의 신뢰와 따뜻함을 잃게 되는 것이다.


인간관계는 단순히 옳고 그름의 게임이 아니다. 오히려 상대의 감정을 존중하고, 다름을 인정하며, 함께 설득되어 가는 과정이다.


말의 목적이 '승리'가 될 때 대화는 전장이 되고, 목적이 '이해'가 될 때 비로소 다리가 된다. 관계를 오래 이어가는 사람일수록 말을 통해 상대를 이기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 발 물러서서 상대의 감정을 보듬고, 상대가 체면을 잃지 않도록 배려한다. 그 여유가 관계를 지켜주는 힘이다.


물론 때로는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밝혀야 하고, 불의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상적인 대화에서는 "말의 승리"보다 "관계의 지속"이 더 중요하다.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를 이기려 들면 대화하는 단절되고, 부부 사이에서 언성이 높아지면 애정은 금세 상처를 입는다. 직장에서 상사가 늘 말로 이기려 하면, 부하 직원은 따라주지 않는다.


말은 칼이 될 수도, 빛이 될 수도 있다. 말로 상대를 꺾으면 칼날처럼 아프지만, 말로 상대를 세워주면 따뜻한 햇살처럼 관계를 살린다.


그러므로 진정한 지혜는 말로 이기는 데 있지 않다. 차라리 져주고,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는 데 있다.


말로 이겨서 순간을 차지하는 것보다, 관계를 지켜서 시간을 함께하는 것이 훨씬 더 값지기 때문이다.


결국 "말로 이기면 관계에서는 진다"는 말은 우리에게 이런 교훈을 준다. 말은 무기가 아니라 다리이어야 한다.


상대를 꺾는 대신 이어주는 말, 순간의 승리 대신 관계의 지속을 선택하는 말, 그것이 진정한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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