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되는 김동길 박사

국민의힘 당권파 향한 경고

by 송면규 칼럼니스트

"힘 있는 자가 수용하지 않으면 아무 쓸모없다. 따라서 힘없는 사람 주장은 자기 독백에 불과하다"


고 김동길 박사가 과거 한 시사 토론 프로그램에서 남긴 이 말은, 오늘의 정치 현실을 비추는 거울처럼 다시 소환되고 있다.


그는 권력의 본질을 간명하게 짚었다. 힘없는 자의 외침은, 힘 있는 자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공론이 되지 못한다는 것.


동시에 그것은 권력을 쥔 쪽에 대한 준엄한 경고였다. 수용하지 않는 권력은 스스로를 고립시킨다는 의미에서다.


보수 진영의 위기는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이해하기 어려운 계엄령 선포에서 시작됐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계엄은 극단적 선택이다.


그 결정이 남긴 정치적 후폭풍은 단순한 정권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보수 정치 전반의 신뢰를 흔드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후 이어진 혼란과 지지 기반의 이탈은 어쩌면 충분히 예견 가능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당권파 일각에서는 여전히 "윤 어게인"을 외치며 책임을 외부로 돌리는 듯한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여당 탓, 언론 탓, 찬탄 탓.


그러나 정작 성찰과 쇄신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김동길 박사의 어록을 빌리자면, 세간의 비판을 "힘없는 사람의 자기 이야기"로 흘려듣는 순간, 정치의 생명선은 끊어지기 시작한다.


국회 절대다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과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대통령에 맞서기 위해서는 야권의 전략적 결집이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내부 유력 주자였던 한동훈, 오세훈 등을 사실상 배제하거나 거리 두기를 하면서 6월 3일 지방선거 승리를 자신하는 계산은 시대착오적 낙관에 가깝다.


외연 확장 대신 진영의 울타리만 높이는 전략으로는 중도층의 마음을 되돌리기 어렵다.


더 가관인 것은 일부 영남 지역 중진 의원들의 태도다. 당의 위기 앞에서 당권파를 향한 쓴소리와 책임 있는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차기 공천을 의식한 듯한 언행으로 일관하는 모습은 국민 눈높이와 거리가 멀다.


권력 내부의 '침묵'은 때로 노골적인 동조보다 더 큰 책임을 남긴다. 공천을 염두에 둔 계산 정치가 당의 미래보다 앞설 때, 그 정당은 활력을 잃는다.


정치는 힘의 행사이기 전에 책임의 수용이어야 한다. 김동길 박사의 말은 단지 냉소적 현실 묘사가 아니다.


힘 있는 자가 스스로를 낮추고 비판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공적 권위가 완성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수용 없는 권력은 오만으로 흐르고, 오만은 몰락으로 이어진다.


지금 소환되는 김동일 박사의 어록은 과거의 회고가 아니다. 오늘의 정치가 여전히 그 경고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힘 있는 자가 듣지 않으면 민심은 다른 통로를 찾는다. 그리고 그 민심은 언젠가 또 다른 힘이 되어 정치의 지형을 바꾼다. 국민의힘 당권파를 향한 경고 다름 아니다.


권력은 영원하지 않다. 수용하는 힘만이 오래간다. 지금이 바로 그 단순한 진리를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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