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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연 Dec 04. 2018

질주 본능 아빠차의 완성판, 포르쉐 파나메라 4S

변절자로 불리던 포르쉐 파나메라가 진화를 거쳐 완성도를 높였다. 이전보다 뚜렷해진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그동안의 아쉬움을 잊게 한다. 달리기 실력도 늘었다. 파나메라를 골라야 하는 이유가 더욱 확실해졌다.


포르쉐의 신형 파나메라는 지난 3월, 서울 모터쇼에서 국내에 처음 등장했다. 카이엔과 더불어 큰 관심을 받는 차종이기에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무더웠던 여름만큼이나 길었던 반 년이 흐른 지난달, 포르쉐 코리아는 파나메라 4S의 공식 출시를 알렸다. 반박자 늦은 감이 있지만 포르쉐 미디어 시승회를 통해 2세대 파나메라의 가치를 확인해 봤다.

4도어에 입힌 911 감성


지난 2009년 1세대 모델이 출시된 파나메라는 먼저 빛을 본 SUV 카이엔과 함께 포르쉐의 대표적인 이단아로 불렸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15만 대 이상 팔리며, 대표적인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성공이 2세대 모델의 출시로 이어진 원동력인 셈이다.


이번 신형 파나메라는 디자인의 변화가 도드라진다. 특히, 뒷모습과 루프라인을 손에 꼽는다. 1세대 파나메라의 뒷모습은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와 어울리지 않았다. 필요 이상으로 살을 찌워 역동감을 떨어뜨렸다. 테일램프와 백도어 라인의 조합은 우스꽝스러운 가면을 쓴 캐릭터를 연상케 했으며, 램프안에서 이리저리 자리를 옮겼던 후진등도 혼란을 주었다. 신형은 이런 불만을 접수하고 911 스타일로 정리했다. 4 포인트 브레이크등이 포함된 LED 후미등으로 간결해졌으며, 어두운 곳에서는 센터를 가로지르는 붉은빛이 인상적이다.

포르쉐는 ‘플라이 라인’이라 일컫는 루프 라인을 파나메라에도 녹여냈다. 전 세대와 비교하면 오히려  리어 오버행이 길어졌지만, 날렵한 루프 라인 덕에 역동성이 살아났다. 측면 윈도 라인도 4인승이기에 면적은 늘었지만 911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공간이라는 현실과는 타협했지만, 포르쉐의 컬러는 놓치지 않은 것이다.

우려했던 터치 조작, 진동 반응으로 명료화


실내로 들어가면 12.3인치 대형 터치 디스플레이가 가장 눈에 띈다. 블랙 패널을 채택해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다. 제스처 컨트롤을 통해 조작이 가능하고 디스플레이를 터치하기 이전에 확장 메뉴를 펼쳐 사용성을 더욱 높였다.

인스크루먼트 패널에 기계식 버튼은 비상등뿐이다. 그외의 것들은 모두 터치로 구현했고 상하로 작동하는 토글스위치가 몇 개 있다. 기존의 터치 방식은 작동감이 확실하지 않아 운행 중에 사용이 불편하곤 했다. 하지만 파나메라의 터치 버튼은 동작시 미세한 진동(햅틱) 반응이 있어 동작의 유무가 확실히 전달된다.

실내 공간은 1열과 2열 모두 넉넉하다. 사실, 파나메라의 길이는 5m로 제네시스 G80보다 길며, 휠베이스는 2,950mm로 그랜저를 능가한다. 2열 탑승공간은 좌/우를 명확히 구분해 4인만 탑승할 수 있으며, 철저하게 독립된 공간을 제공한다. 뒤쪽의 시트 등받이는 40:20:40 비율로 접을 수 있으며, 495L의 적재공간은 시트를 접어 1,304L로 확장된다. 아쉬운 점은 세단과 비교해 적재공간의 턱이 높다는 것. 무거운 짐을 싣기에 큰 힘이 필요하다.

날렵한 움직임을 돕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


시승을 진행한 2세대 파나메라 4S는 출력을 높인 V6 2.9L 바이터보 가솔린 엔진과 8단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PDK)을 손질해 품었다.이전보다 20마력 이상 증가한 440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하며, 최대토크는 56.1kg.m이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는 4.4초가 필요하며,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를 추가하면 0.2초 앞당겨진다. 국내에서 인증받은 복합연비는 L당 8.8km다.


시승 행사는 12월 오픈을 앞둔 용산 포르쉐 센터에서 가평 일대를 오가며 진행됐다. 약간의 고속도로가 포함된 코스지만 440마력을 품는 파나메라의 진가를 발휘하긴 역부족. 최대한 일상 주행에 집중하기로 마음먹고 뒷좌석에 먼저 탑승했다.

신형 파나메라의 2열 시트는 플래그십 세단에서 전해주는 소파와 같은 안락함과는 질감이 다르다. 1열에 버금가는 단단함으로 탑승자를 감싼다. ‘차에 실려가는 기분이 아닌,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무조건적인 컴포트는 지양했다. 적당히 노면의 상태를 전달하고, 듣기 좋은 배기음으로 귀를 자극한다. 급격한 차선 변경에도 몸은 좌우로 흔들리지 않는다. 시트의 역할보다는 롤이 억제된 차체의 거동이 극도의 안정감을 만들어 낸다.

운전대를 잡고서는 구간에 따라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를 고루 사용했다. 엔진과 스티어링 휠의 반응은 물론, 3 챔버 에어 서스펜션도 성격을 달리한다. 440마력에 이르는 고출력 모델이라 컴포트 상태에서는 가속페달의 반응을 최대한 억제했다. 자칫, 반응이 느리다고 느낄 수 있지만 드라이브 모드에 따른 차별화로 해석해야 한다.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리어 액슬 스티어링’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50km/h 이하에서는 전륜과 반대로 조향해 회전반경을 줄이고, 70km/h 이상에서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민첩한 몸놀림을 구현한다. 따라서 차체의 앞부분이 먼저 움직이고 뒤가 따라오는 기존보다는 반응속도가 빠르다. 이는 운전자를 비롯한 모든 탑승자의 주행 안정감으로 이어진다. 저속에선 회전반경을 최대 0.6m까지 줄일 수 있다.

한시간 남짓, 65km의 퇴근길이 겹친 시승구간에서 파나메라의 많은 퍼포먼스를 경험할 순 없었다. 하지만, 짧은 경험으로도 1세대보다 크게 진화한 완성도를 느끼기엔 충분했다. 잽 만으로도 묵직한 펀치의 존재감이 전달되는 것처럼 말이다. 뛰어난 연비를 확인한 것도 수확이다.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음에도 L당 8.85km를 주행할 수 있었다. 차가 완전히 정차하기 전 미리 개입하는 오토 스톱&스타트의 역할도 컸다. 신형 파나메라는 달리기 성능뿐만 아니라 연비까지 챙긴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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