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면 저절로 집이 생기는 줄 알았지
우리의 집은 어디인가. 결혼한 지 1주년 하고 몇 달이 조금 더 지난 지금, 남편과 내가 가장 궁금한 것이다. 결혼하면 저절로 집이 생기고 거기서 살아갈 거라 생각했는데 1년이 지나서도 우리의 집을 찾아 표류하게 될 줄은 몰랐다.
결혼하기 전 나는 혼자서도 잘 먹고 잘 살 생각으로 작지만 볕이 잘 드는 빌라를 매매해 거실을 오피스 삼아 열일하며 살고 있었고, 남편과 소개팅을 할 시점에는 혼자서도 야무지게 더 잘 살아보자는 생각으로 동생과 함께 고향 안동에 작은 카페까지 열었다. 일주일의 반은 안동, 절반은 서울에 머물며 사는 삶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정신이 없었고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갈수록 더 요원해 지는 듯 했다. 그러다 안동 찜닭골목에서 아주 우연히, 오랜만에 만난 친한 언니의 소개로 갑자기 소개팅을 하게 되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식장 예약을 하고 있었다.
오 마이 갓.
결혼을 하고 싶을 땐 그렇게 할 사람이 없더니 혼자서 아주 야무지게 잘 살아 보기로 결심하자 결혼할 사람이 나타났다. 간절히 바랄 땐 안 되고 어느 정도 마음을 내려 놓으면 이루어지는 게 인생의 법칙인가? 그나저나 동생에겐 아주 미안하게 됐다.
이렇게 갑자기 결혼을 하게 될 줄 몰랐던 건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정도로 예상하지 못했냐 하면 소개팅 이틀 뒤가 바로 그의 이삿날이었다. 회사와 출퇴근 하기 적당한 거리에 살고 있던 집의 전세가 때마침 만기 되었고, 새로운 집으로의 이사를 앞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이사를 앞두고 소개팅을 하러 안동까지 내려왔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남편도 자신의 소개팅이 이렇게까지 잘 될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만나서 사귀고 결혼까지 약 11개월. 1년도 채 안 되어 결혼까지 클리어 하느라 그 사이에 집까지 구할 마음적, 시간적(+물질적) 여유까진 없던 우리는 전세 만기가 1년 남짓 남은 남편의 집에서 일단 살기로 했다. 남편도 '혼자이지만 잘 살아 보겠다'는 야심찬 마음으로 1인 가구가 살기에는 여러모로 충분한 집을 구한 터라 우리 둘이 살기에도 아무런 부족함이 없었다. 게다가 위치가 마음에 쏙 들었다. 집 바로 앞에 스타벅스가 있었고, 1분 거리에는 지하철역이 있는 스세권, 역세권 집이었다.
아쉬운 점을 찾자면 살면서 점점 늘어가는 나의 옷과 책을 수납하기가 점점 빡빡해 진다는 것이었다. 금방 이사갈 생각으로 식탁과 소파를 사지 않아 자취 시절 쓰던 밥상에서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도 불만이긴 했다. 식탁과 소파가 없는 게 불편했지만 우리는 조그만한 밥상에서도 늘 맛있는 걸 와구와구 잘 챙겨 먹었다.
'나중에 지금 이 시절을 생각하면 너무도 재미있을 것 같아. 그치?'
'맞어. (키득키득)'
하면서.
그렇게 우리는 1년 남은 전세 기간을 채우고 이사를 할 예정이었다. 1년 뒤면 우리가 직접 고른 식탁에서 밥을 먹고 푹신한 소파에 누워 넷플릭스를 볼 수 있...을줄 알았지만...
그렇다. 2025년 가을은 집 사려는 사람이 슈퍼 '을'인 매도인 우위 시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