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일까? 그리움일까?
낮인데 뿌연 회색의 대기가 온통 축축하다.
창밖의 봄비가 오락가락하며
비를 뿌렸다가 금방 햇빛을 보이면 바삐 움직이던 발걸음들이 느려지는 걸 반복하는 날이다.
변덕을 부리며 빗줄기가 굵어졌다 가늘어졌다 하여 언제 그칠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분명 해가 비치는데 우산을 들고 걷는 사람들을 보며 엄마는 자꾸 물으셨다.
"지금 비 오나 봐, 우산 쓰고 다니지?"
"네, 지금 비 와요"
"무슨 꽃인지... 날리네"
'난 오래 못 살 것 같아"
"엄마, 무슨 걱정이 있으세요? 왜 그런 생각을 하세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밝은 표정에 그다지 웃을만한 이야기도 아닌데 어린아이처럼 크게 소리를 내어 웃으셨다.
나도 같이 웃었다.
그러다가 한동안 먼산을 바라보시고 무슨 생각인가 골똘히 하신다.
"여기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네, 아니 차 타고 왔구나"
자주 기분이 바뀌시는 엄마의 기분을 살피게 된다.
엄마의 치매가 여기쯤에서 그대로 멈출 수는 없을까?
4개월 전 엄마는 치매진단을 받으셨다.
엄마가 웃으시면 나도 웃는다.
엄마 혼자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드리고 안심시켜드리고 싶어서다.
엄마가 무언가 회상하시는 듯 조용히 계시면 궁금하면서도 불안해진다.
막연하고도 희미한 혼돈 상황에서 당황하시는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한주를 바삐 살다가 숨좀 돌릴만하면 주말이 되었다.
시간의 보상이 주는 휴식의 시간은 또 빠르게 흘러가서 애를 태웠다.
의례 휴일엔 화창하길 기대하는 이유가 된다.
오늘은 엄마를 만난 날
어설피 크기만 한 성근 나뭇가지에도 꽃은 피었다.
보일 듯 말 듯 가는 가지가 바람에 휘어질 듯 위태롭게 흔들렸다.
창틀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고서야
비가 온다는 걸 알 정도로 뿌연 창밖은 엄마의 시선에 인식되었다.
기억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아셨을 때는 당신이 바보가 되었다며 우울해하셨었다.
지금은 기억을 못 하고 자꾸 질문하는 것을 이상하다 여기지 못하시는 것 같아 내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엄마가 왠지 외로워 보이 신다.
엄마도 엄마를 그리워하고 계신 것 같아 보였다.
엄마는 피곤하시다며 좀 눕고 싶다 하셨다.
잠이 드신 엄마의 표정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벌써 또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