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페이스북 연례 개발자 회의인 ‘F8’이 열렸다. 본 글에서는 페이스북의 최고 경영자 마크 저커버그가 'F8 2018'에서 소개한 세 종류의 가짜 뉴스와 그 대응책을 개략적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한국의 가짜 뉴스 유통 현황을 살펴보고 미디어교육 차원에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알아본다.
최원석(핀란드 라플란드대학 미디어교육 석사과정 및 연구조교)
지난 5월 1일, “올해 정말 만만치 않네요!”라는 농담을 던지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 경영자(CEO)가 F81) 무대에 등장했다. 최근 페이스북의 제3자 개인정보수집 사태를 의식한 듯 보이는 씁쓸한 인사말에 이어 “페이스북의 책임감을 더 넓게 봐야겠다는 점을 배웠다. 누군가 페이스북을 악용하지 않도록 계속 노력하겠다.”는 말과 함께 강연을 시작했다.
이날 30분가량 이어진 저커버그의 모두발언(keynote speech) 중 첫 번째 주제는 페이스북의 가짜 뉴스(fake news) 대응책이었다.2) 저커버그는 선거 공정성 보호(Protecting Election Integrity)를 화두로 꺼내며 페이스북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어떻게 각종 선거에서 가짜 뉴스를 걸러내려 했는지, 또 얼마나 많은 인력을 사실 확인(팩트체크)에 투입할 계획인지 소개했다.
가짜 뉴스의 폐해가 적지 않은 한국 온라인 미디어 환경을 생각해봤을 때, 우리는 어떤 내용을 참고할 수 있을까? 본 글에서는 페이스북의 가짜 뉴스 대응책을 개략적으로 정리하고, 미디어교육 차원에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제안하고자 한다.
저커버그는 F8 2018에서 그동안 페이스북이 어떻게 가짜 뉴스에 맞서 싸워 왔는지 소개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피싱이나 해킹과 같은 수법이 선거판에 등장할 것을 예상하고, 이를 관련 기관에 알리는 식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조직적인 정보 유포나 대규모 가짜 계정 활동에는 재빠르게 대처할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페이스북은 이런 경험 이후 프랑스 대통령 선거와 독일의 하원의원 선거, 그리고 미국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본격적으로 가짜 뉴스 차단 기술을 시험해 왔다. 예를 들어 선거를 앞두고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계정(accounts)을 찾아내 활동을 막는 식이었다.
그렇다면 페이스북은 어떤 정보를 가짜 뉴스로 분류할까? 저커버그는 이번 F8 강연에서 페이스북이 집중적으로 대응하는 가짜 뉴스 세 종류를 소개했다. 바로 스팸(spam: 불특정 다수에게 일방적으로 전파하는 메시지),3) 가짜계정(fake accounts), 거짓 정보·괴담(hoax)이다. 저커버그는 각 가짜 뉴스의 특징과 함께 해결책을 간단히 제시했다.
그는 거짓 정보(false news)를 막기 위해 지난 1년 반 동안 많은 작업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양한 언어로 작성된 허위 정보를 검토할 수 있도록 전 세계 팩트체커와 협업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홈페이지에 추가로 홍보한 내용을 살펴보면, 페이스북은 가짜 뉴스 색출에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계학습)을 활용하고 있다. 이세돌과 대결했던 알파고(Alphago)가 기보를 통해 바둑을 익혔듯이, 가짜 뉴스의 반복된 패턴이나 전파(viral) 속도, 이용자 반응과 검토 결과 등을 분석해 걸러낸다. 전 세계 페이스북 이용자 20억 명이 매일 주고받는 정보량을 생각하면 이런 인공지능 기반 기술은 가짜 뉴스 대응에 꼭 필요한 조건이다.
한국의 폐쇄적인 가짜 뉴스 유통, 유튜브도 무방비
페이스북만큼이나 SNS와 포털 사이트 이용량이 많은 한국의 온라인 환경에서도 가짜 뉴스가 큰 문제가 되고 있을까? 한국의 가짜 뉴스는 특히 안보 관련 이슈에서 기승을 부리며, 사회적 갈등을 고조시켜 의견 양극화 현상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있다.4) 주로 중‧장년층 사이에서 선거철에 퍼지는 허위·비방성 ‘카톡’ 메시지 문제, 민간인 ‘댓글 부대’를 고용해 친정부 여론을 조성한 국정원의 불법 행위, 매크로(자동 입력) 프로그램을 사용한 대규모 댓글 추천 행태도 모두 넓게는 가짜 뉴스와 다를 바 없는 폐해를 일으켰다.
다만, 한국의 가짜 뉴스 폐해는 페이스북의 상황보다 조금 더 복잡해 보인다. 정보 소비의 중심에 페이스북이 있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각종 포털 사이트와 SNS가 이용자 사이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포털 사이트는 ‘네이버’와 ‘다음’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만, SNS만 놓고 보면 연령별로 인기 있는 플랫폼이 다르다. 최근 10~20대에게 가장 사랑받는 SNS 채널은 유튜브다. 때문에, 밴드(Band)와 카카오톡을 즐겨 쓰는 40~50대와 다른 경로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고, 가짜 뉴스 형식이나 전파 양상도 다를 것이다.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현황 몇 가지를 언론 보도에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가짜 뉴스가 유통되는 공간이 공개된 곳인지 폐쇄된 곳인지에 따라 적발 가능성이 달라진다. 페이스북에서는 개인 이용자의 게시물이 대중에게 기본적으로 공개된다. 반면, 카카오톡 채팅방이나 네이버 밴드에선 서비스 이용자들 중 모임에 들어가 있는 사람만 게시물을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카카오는 ‘카카오나 제 3자 등에 대한 허위의 사실을 게시하는 정보’의 발송 및 게시 금지 항목을 서비스 이용약관에 추가했다. 다만, 카카오톡 이용자가 주고받는 내용은 제한‧삭제하는 조치에서 제외했다. 카카오톡에서 오가는 가짜 뉴스를 이용자가 신고하더라도 기존 ‘스팸 메시지’와 다르지 않은 기준에서 제한하겠다는 방침이다.
10대 이용자가 많은 유튜브도 가짜 뉴스에 무방비한 상태다. 비디오라는 형식(format) 때문이다. 글로 된 게시물은 특정 검색어나 표현을 제한하는 식으로 가짜 뉴스를 걸러낼 수 있지만, 영상이나 자막, 음성은 검색이 쉽지 않다. 유튜브를 이용하다보면 자극적 제목을 단 게시물이 추천 영상으로 올라온다. 실제 내용은 라디오 방송이나 팟캐스트를 짜깁기한 불법 제작물이고, 출처와 제작자도 불분명하다. 조회수를 늘려 광고 수익을 내는 계정이므로 정확성보다는 선정성과 화제성에 더 집중한다.
미디어교육 차원에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앞서 살펴본 사례들을 보면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포털 사이트와 카카오톡, 유튜브 등 각종 온라인 플랫폼에서 다양한 형태로 가짜 뉴스가 퍼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페이스북처럼 기술적인 탐지와 차단으로 가짜 뉴스를 막을 수 있는 서비스도 있지만, 카카오톡처럼 신고에 의존해야 가짜 뉴스를 줄일 수 있는 플랫폼도 있다. 기술 기반의 대응뿐만 아니라 이용자 개개인의 적극적인 이해와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페이스북의 가짜 뉴스 대응과 한국의 가짜 뉴스 유통 현황을 참고해 볼 때, 미디어교육 차원에서는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까?
1. 페이스북은 하지만 뉴스는 안 본다?
먼저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뉴스를 예전보다 덜 보는 대신 뉴스보다 더 흥미로운 정보를 많이 소비한다. 또한, 정보를 찾을 때 전통적인 매체가 아닌 인터넷을 이용한다. 한국의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종이신문을 이용한다고 답한 사람은 열 명 가운데 한 명뿐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본다고 답한 비율은 무려 66%였고, 이들이 SNS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보나 소식 등을 빠르게 접할 수 있어서’였다. 교과서적인 뉴스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바탕으로 미디어교육을 기획해야 한다. 페이스북이 넓은 시각으로 스팸(spam), 가짜계정(fake accounts), 거짓 정보(hoax)를 가짜 뉴스 진원지로 잡은 배경을 참고해볼 수 있다.
2. 가짜 뉴스(fake news) 용어에 집착하지 않기
“뉴스는 가짜일 수 없고, 만약 허위라면 그것은 뉴스가 아니다.” 가이 버거(Guy Berger) 유네스코 정보·커뮤니케이션(CI) 섹터 국장의 표현은5) 현재 국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가짜 뉴스에 대한 논의의 쟁점을 잘 보여준다. 가짜 뉴스라는 단어는 그 자체가 가진 대중적인 인상과 달리, 뉴스 전반에 대한 불신을 일으키거나 정치적 공격을 위한 도구로 쓰이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하는 CNN을 가짜 뉴스라며 폄훼한 사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나집 전 총리가 재임 중 가짜 뉴스 방지법(anti-fake news act)을 만들었지만, 언론은 이를 부패 정권이 언론 통제를 목적으로 만든 법안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3월 공개된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의 자문 보고서에서도 가짜 뉴스 대신 허위정보(disinformation)라는 표현을 썼다.
3. 쏟아지는 허위 정보, 기술과 협업하기
현재 우리 일상을 위협하는 허위 정보들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소셜미디어 알고리즘과 광고 시스템, 그리고 이를 통해 돈을 벌어들이는 갖가지 요령을 통해 퍼진다. 이러한 이유에서 ‘가짜 뉴스’ 대응 전략이나 미디어교육 방안을 세울 때는 정책이나 법안을 잘 아는 사람뿐만 아니라 개발과 분석 기술을 갖춘 전문가 또한 함께해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하루 수백 건, 수천 건씩 나타나는 가짜 뉴스를 신고만으로 모두 적발할 수 없다. 언어학자가 인터넷 이용자의 언어 습관을 분석하면, 개발자는 일정 기준으로 가짜 뉴스를 판단해 자동 차단할 수 있는 감시망(필터)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기계적으로 분류한 정보 가운데 잘못 선정된 것은 없는지 확인하고, 허위 정보 대신 신뢰할 수 있는 배경과 정보를 추가 제공할 수 있는 다수의 담당자가 가짜 뉴스 대응에 참여해야 한다. 대응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는 일 역시 사회적으로 가짜 뉴스 대응 전략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6)
가짜 뉴스 대응, 사회 전체가 의견 모아야
정리하자면, 이 글에서 살펴본 가짜 뉴스에 대한 논의는 결국 사회 각계가 함께 참여해 진행해야 할 내용이다.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인터넷 기업이 세우는 가짜 뉴스 전략이 건전한 서비스 환경 마련에 초점을 두는 것이라면, 그 바깥에서는 사회적 차원에서 세대·지역·분야·인종별로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 미국에서도 페이스북과 구글이 가짜 뉴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다른 쪽에서는 공교육과 민간 차원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이루어져 왔다. 정보 유통 공간을 제공한다는 이유로 기업의 법적 책임을 강조하는 일부 정치인도 있지만, 현재 더 시급한 것은 어릴 때부터 어떻게 좋은 정보(quality information) 감별 능력을 기를 것인지, 또 이런 비판적 시각을(선거와 같은) 사회 참여로 이어지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이다. 참고로 유럽위원회가 ‘가짜 뉴스 및 온라인 허위 정보에 관한 대중자문 보고서’를 내는 과정에서 여러 이익 단체가 낸 관련 의견이 2,986건이나 모였다.7) 이와 같이 사회적으로 공개된 미디어교육 논의를 통해야만 가짜 뉴스를 정의하고 이에 대응하는 활동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참고 한국의 각종 포털 사이트 및 SNS 이용 현황에 관한 언론 보도
(*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기사로 이동합니다.)
- 19대 대선 가짜 뉴스 유통 경로 1위 네이버 밴드, 2위 페이스북 (중앙일보, 2017.4.27)
- SNS 판치는 '가짜 뉴스'…모바일 메신저는 단속 사각지대 (뉴스1, 2017.4.28.)
- 가짜 뉴스와 언급된 매체 '카카오톡'... '카카오톡 단체방'도 896회 (연합뉴스, 2017.3.20)
- 유튜브(YouTube), 카카오톡, 네이버 제치고 이용시간 1위 (중앙일보, 2018.3.7)
- 한국인 10대 TV보다 '1인 미디어'에 호감도 높아(시사인, 2018.2.22)
- 10대는 동영상 보려고 인터넷 이용...20대 이상은 '서핑' (미디어오늘, 2018.4.23)
- “가짜 뉴스 올리면 카톡 못해” 기사는 오보 (미디어오늘, 2018.4.2)
- "댓글 보며 여론확인" 70% "베댓 읽고 의견 바꾼다" 50% (매일경제, 2018.4.24)
1. 페이스북이 주최하는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로, 2007년부터 시작해 중요한 발표가 있을 때 행사를 열어오다가 2014년 이후 매년 개최하고 있다.
2. 페이스북은 해마다 여는 F8 컨퍼런스를 통해 새로운 기능이나 각종 서비스 개선 사항을 주요하게 소개한다. 올해 핵심적으로 다룬 주제는 온라인 만남(dating) 서비스 출시와 개인기록(history) 삭제 기능, 또 인스타그램(Instagram)과 메신저(Messenger)에 증강현실(AR)을 접목한 서비스 등이다. F8 2018에서 페이스북은 기자와 개발자를 비롯한 참석자에게 20만 원 상당의 VR 신제품 오큘러스 Go(Oculus Go)를 한 대씩 무료로 제공했다. 때문에, 각종 매체에서는 ‘가짜 뉴스 대응책’보다 신제품과 기술에 중점을 두고 기사를 작성했다.
3. 스팸(spam)을 사용해 금융정보를 빼내는 사기 범죄는 피싱(phishing)이라고 한다.
4. 오세욱, 정세훈, 박아란. 『가짜 뉴스 현황과 문제점』 (한국언론진흥재단, 2017). p.101
5. 가이 버거(Guy Berger) UNESCO 표현의자유 및 미디어개발 국장이 2017년 11월 13~14일 유럽위원회가 주최한 ‘가짜 뉴스에 관한 관련 기관 컨퍼런스’ 발표에서 소개한 내용이다. 영어 원문은 <“If it is news, then it isn’t fake; and if it is false, then it is not news” is our ADF’s view> 자세한 내용은 https://en.unesco.org/sites/default/files/fake_news_eu_berger.pdf를 참고
6. 네이버와 다음 및 일부 인터넷 기업이 참여하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서는 최근 ‘가짜 뉴스 신고센터’를 만들어 운영하며, 신고 받은 가짜 뉴스를 처리 요건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로 언론사를 사칭하거나 도용한 게시물에 집중하고 있어 국내‧외 다양한 플랫폼에서 문제가 되는 가짜 뉴스에 대응하기는 어렵다.
7. 유럽위원회는 2017년 11월 13일부터 2018년 2월 23일까지 가짜 뉴스의 성격과 현황 및 대응책에 관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받았으며, 약 3천 건(개인 2,784건, 기관 202건) 가량의 의견이 모였다.자세한 사항은 https://ec.europa.eu/digital-single-market/en/news/summary-report-public-consultation-fake-news-and-online-disinformation를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