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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디어리터러시 Jul 01. 2020

코로나19와 학부모 미디어교육

엄마·아빠, 아이들의 나침반이 되어주세요 


<사진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자녀들의 올바른 미디어 이용을 위한 방법 


코로나19와 학부모 미디어교육 


얼마 전부터 순차적 등교 수업이 진행됐지만 아직도 정상 등교는 어려운 상황이다.

갑자기 시작된 원격수업은 가정 내 인터넷 이용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런 상황에서 자녀의 올바른 미디어 이용을 위한 부모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며,

따라서 부모들의 미디어 리터러시 역시 중요해졌다. 학부모 대상 미디어교육 사례를 공유한다. 


글 김선영 (미디어교육 강사)  




학부모 김진미 님은 연수에서 배운 내용을 가정 내 미디어교육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뉴스 읽고 생각 나누기, 인터넷 댓글 예절, 희로애락으로 감정 표현하고

공감하기, 사진 기사로 관점 읽기, 뉴스 일기 쓰기 등 꾸준히 실천 중이다.    






코로나19로 학생들은 상반기의 대부분을 가정에서 보냈다. 순차적인 개학이 이루어졌지만 확진자가 나온 일부 지역의 학교는 등교가 미뤄졌다. 불안감에 학교에 보내지 못하겠다며 한 달 체험학습을 신청한 부모도 있다. 


코로나로 인한 교육의 변화는 가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인터넷 사용 시간이 증가하면서 자녀의 미디어 사용 시간이 늘어났고, 개학 후에도 온·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한다. 종일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자녀의 행동을 보며 부모는 감정이 폭발하고 종종 불화가 생기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 교육의 역할이 더욱더 민감하고 중요해졌다미디어는 긍정적인 측면도 많지만 미디어의 콘텐츠가 미성숙한 자녀에게 여과 없이 전달되는 것은 교육적 측면에서 조심스럽다. 미디어교육 역시 부모와 자녀가 함께할 수 있다면 긍정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필자는 2016년에서 2019년까지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으로 강릉교육지원청 학부모 대상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은 신문에 대한 이해를 기본으로 하브루타 토론, 진로, 회복적 생활 교육을 독서 토론에 접목하여 진행했다. 교육이 끝난 뒤에 학부모들은 동아리를 구성하고, 스터디를 하며 신문활용교육 봉사를 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상황에 부모님들이 자녀들의 미디어교육을 이끌어주기를 기대하며, 약 4년간의 학부모 교육 과정을 담아보았다. 


미디어와 첫 만남의 시간. 자신을 닮은 미디어와 똑똑한 미디어 소비자로서의 역할과 미디어란 무엇인지 정의 내리기를 모둠 활동으로 진행했다. <사진 출처 : 필자 제공>



미디어와 만나기 


첫 수업을 시작하면서 먼저 자신의 감정 표현하기 활동을 했다. 참가자들은 희로애락으로 나누어 감정을 표현한 뒤 발표한다. 참가자 모두 자연스럽게 들어주고, 공감하고 다독여주며, 마음을 풀어내고 이런저런 정보도 함께 공유할 수 있다. 


부모님들은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어떤 미디어를 이용하는지 궁금했다. 인터넷(네이버, 유튜브, 밴드), 책, 신문, 스마트폰, TV 등 부모님들의 대답은 다양했다. ‘나를 닮은 미디어는 무엇일까?’ 질문한 뒤, 미디어를 선택하고 이유를 찾아보게 했다. 자신이 페이스북을 닮았다는 한 참가자는 “뜬금없고 새로운 것”, “짧고 얇게 아는 것”이 닮았다고 한다. 그리고 금방 그 흥미가 사라지는 것도 닮았다며 웃는다. 이어서 즐겨 찾는 미디어는 무엇인지, 그 미디어를 즐겨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평소에 내가 즐겨 사용하는 게 뭐였지? 이것저것 많다는 대답도 있었고, 딱히 생각나는 건 없지만 스마트폰 정도라는 반응도 돌아왔다.

 

짝꿍과 내용 나누기를 하고, 서로 소개한 것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미디어의 장점과 단점,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카톡을 선택한 팀에서는 장점으로 ‘소통이 잘된다’, ‘전달이 빠르다’, ‘은행 업무도 가능하다’를, 단점으로는 ‘원하지 않는 정보에 노출된다’, ‘내 의사와 상관없이 단톡방에 강제 초대된다’, ‘보이스피싱에 유출되기 쉽다’ 등을 꼽았다. 카톡을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경우에만 이용한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무음으로 설정한다’, ‘잠자리에 들 때는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는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가정에서도 자녀들과 함께 각자 좋아하는 미디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이와 같은 방법으로 장·단점과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찾고 실천해보길 권했다. 자녀가 찾은 내용을 노랫말로 개사하여 부르면 즐겁게 활동할 수 있다는 팁도 알려드렸다. 어떤 미디어를 사용하는지 어떨 때 사용하는지, 하루에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지 등 미디어 사용 습관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미디어를 잘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각자가 찾은 방법을 가족 약속으로 정해 실천해보면 건강한 미디어 습관을 기를 수 있다. 


우리 가족 미디어 사용 규칙 정하고 실천하기. <사진 출처 : 필자 제공>


우리 가족 미디어 사용 규칙 정하고 실천하기. <사진 출처 : 필자 제공>



미디어 읽기, 미디어 일기 


가정에서 자녀와 꾸준히 할 수 있는 활동으로 ‘미디어 일기’ 쓰기를 제안했다. 교육청 담당자가 실습에 필요한 신문을 준비해 주셨다. 신문의 제호와 구성요소에 대해 간단히 알려준 뒤, 신문 한 부씩을 선택하도록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넘겨보면서 제목과 사진을 훑어보고 시선을 끄는 제목 옆에 표시를 하도록 했다. 2~3개의 기사를 골라 내용을 파악한 뒤, 최종 한 개의 기사를 선택했다. 자녀가 관심 가질 만하거나 좋아하는 분야의 주제로 제한했다. 


활동지에 기사를 붙이고 출처(신문의 제호와 날짜, 지면)를 적는다. 생각 쓰기 전 단계로 먼저 적극적 읽기를 알려드렸다. 


<적극적 읽기 과정>                              

1. 기사를 훑어 읽기 하면서 모르는 단어에 표시를 한다.

신문이나 뉴스에는 축약어나 신조어, 어려운 낱말이 있어 뜻을 정확히 알아야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2. 메모하며 읽기는 친구와 수다떨 듯 기사 옆에 구어체로 쓴다.

맞장구치기, 공감하기, 궁금한 것, 추측, 내 생활과 연결된 것 등. 이것은 생각 쓰기로 연결된다.


3. 구조를 분석하며 읽는다. 기사의 흐름이나 방향 의도를 체크할 수 있다.


4. 핵심어를 찾아 동그라미를 하고 중심 문장엔 밑줄을 그으면서 읽는다.


‘단계별 읽기’ 방법을 적용하여 읽는다. 읽기를 싫어하는 자녀는 부모와 함께 읽거나 부모가 대신 읽어주어도 좋다. 자녀의 관심 정도에 따라 적용하면 된다. 읽기가 끝나면 핵심 키워드를 이용하여 자신만의 방법으로 요약한다. 제목을 새롭게 바꿔보고, 기사 내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쓴다. 글쓰기를 싫어하는 자녀는 다른 방법으로 시작해도 좋다. 만화나 그림으로 생각을 표현해도 좋고 시를 쓰거나 노랫말로 적어도 좋다. 한두 달 적응 기간이 지나면 글쓰기와 병행하여 생각 쓰기를 하면 된다. 모르는 단어나 용어는 뜻을 찾아본다. 단어를 이용하여 문장 완성하기를 하면 단어의 뜻을 정확히 알고 잊어버리지 않게 된다. 지속적으로 일기 쓰기를 하다 보면 정보를 선택하고 텍스트를 독해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향상된다. 사회에 관심을 갖고 시민으로서 참여의식도 높아진다. 꾸준한 읽기와 일기 쓰기의 장점이다. 


한 참가자가 자녀가 올해 쓰기 시작한 ‘뉴스 일기’의 내용을 소개했다. <사진 출처 : 강릉교육지원청 학부모 김진미 제공>



‘댓글 쓰기’로 배우는 미디어 예절 


인터넷에 새로운 정보가 쉴 새 없이 쏟아진다. 이슈가 되거나 관심 있는 뉴스에 사람들의 의견이 달린다. 이렇게 인터넷 게시물 아래에 남길 수 있는 짧은 글이 댓글이다. 댓글을 통해 게시물 이외의 지식을 알게 되기도 하고, 토론과 소통에 참여하기도 한다. 댓글은 여론을 형성하는 기능도 있지만 여론 조작으로 악용되거나 광고성 댓글로 혼선을 가져오기도 한다. 댓글에 비방이나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진실을 왜곡하기도 한다. 잘 모르거나 관심 없는 사람들은 댓글이나 추천 수를 대중의 의견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그래서 댓글로 상처받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부모님들께 뉴스를 볼 때에 댓글을 읽는지 물어보았다. 댓글을 읽는 사람도 있지만 신경 쓰지 않는 쪽이 더 많았다. 


이슈가 되는 뉴스를 제공하고 내용 파악하기를 먼저 했다. 자신이 느낀 공감 정도와 일치하는 이모티콘에 표시를 하고, 의견은 댓글로 썼다. 그다음 인터넷에 올라온 관련 댓글을 보여주며, 자신의 댓글과 비교해 보도록 했다. 댓글에는 진심으로 걱정하는 목소리, 나름의 근거를 제시하며 질타하는 목소리, 탓만 하는 목소리, 무작정 욕하듯 쓴 목소리 등 다양했다. 


기존의 댓글 중 답글을 쓰고 싶은 것을 골라 적어보라고 했다. 어떤 부모님은 걱정하는 목소리에는 공감의 답글을, 무작정 탓하는 목소리에는 일침을 놓기도 했다. 이런 댓글을 내 자녀가 본다면 어떨까 걱정된다고 했다. 이번에는 학부모님이 직접 댓글이 달릴 만한 기사를 골라보기로 했다. 댓글은 익명과 실명 두 가지 방법으로 썼다. 참가자들은 댓글 쓰기 내용을 발표하면서, “익명의 보장이 사람을 더 대담하게 책임감 없이 글을 쓰게 한다는 것을 실감한다”, “아이들과 댓글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어 봐야겠다”고 말했다. 


선플의 좋은 점과 악플의 문제점을 토의를 통해 짚어보는 시간도 가졌다. 댓글은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 고민하는 시간이 됐다. 댓글 예절의 중요함과 내가 올린 글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 모두 공감했다. 마무리로 댓글에 대한 생각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보았다. 


“댓글은 가면이다. 왜냐하면 나를 조커로 만들기 때문이다.”

“댓글은 벌집이다. 왜냐하면 각자 바쁘게 이야기하고 모이면 시끄럽지만 건드리면 뿔뿔이 흩어지기 때문이다.” 


직접 기사를 고르고 내용을 나눈 다음 댓글 쓰기 한 것과 댓글에 대한 모둠 토의 내용. <사진출처 :필자 제공>



미디어교육, 민들레 씨앗이 되어 


강릉교육지원청의 첫 학부모 교육은 신문활용교육(NIE)이었다. 과정이 끝나고 NIE 동아리반이 만들어졌고, 매주 모여서 공부한 결과 실력이 향상된 부모님들은 지역사회에 나가 봉사도 했다. 학부모 교육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미디어교육 심화 과정과 보수 교육, 미디어 리터러시 연수도 이어졌다. 신문활용교육을 시작으로 미디어 리터러시까지 교육까지 빠르게 변화하는 교육의 흐름에도 부모님들은 열심히 참여해 주셨다. 


첫 교육 당시 학부모 회장이라는 의무감에 참여했던 김해경 님은 미디어 수업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고 했다. 그는 결국 15여 년의 ‘경단녀’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학부모교육지원단 자격으로 지역 학교에 나가 미디어교육을 하는 선생님이 됐다. 자신의 수업을 듣고 나서 뉴스는 어른들만 보는 것이고, 어렵고 지루한 것인 줄 알았는데 뉴스가 재미있다는 친구들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지금 시기에 꼭 필요한 미디어교육을 하고 있어서 스스로 만족감도 크다고 한다. 


또 다른 학부모 김진미 님은 지방이라 강의 들을 기회가 별로 없는데, 교육청에 좋은 강의가 있어 듣게 됐다고 했다. 그는 연수에서 배운 내용을 가정 내 미디어교육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뉴스 읽고 생각 나누기, 인터넷 댓글 예절, 희로애락으로 감정 표현하고 공감하기, 사진 기사로 관점 읽기, 뉴스 일기 쓰기 등 꾸준히 실천 중이다. 자녀들이 뉴스 일기 쓰는 시간을 즐거워한다며, 아직은 스마트폰을 통해 세상 보기를 좋아하지만 종이신문 읽기를 통해서도 더 넓은 시야로 사회를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두 분께 미디어교육이 어떤 의미가 됐는지 물었다. 명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미디어교육은 제2의 인생이 됐다. 기꺼이 즐기면서 하는 즐거운 일이 됐다.”, “미디어는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놀잇감이다. 남자아이들만 키우다 보니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데 뉴스 일기 쓰기를 통해 한두 시간은 거뜬히 놀 수 있다.” 


이 글을 쓰는데 반가운 전화가 한 통 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진행한 ‘제 1회 <뉴스읽기 뉴스일기> 공모전에서 아이가 상을 받았다는 기쁜 소식이다. “선생님 덕분에 좋은 기회를 얻어서 우리 아이들과 멋진 추억을 만들었어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뉴스 일기장을 신청했어요. 다시 두 번째 멋진 추억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부모가 모르면 도움을 요청하는 자녀에게 바른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 되어줄 수 없다. 가정에서 미디어 선생님 역할을 잘 실천하고 있는 부모들은 말한다. 알아야 ‘강요’가 아닌 ‘함께’ 하기가 가능하다고. 


필자의 학부모 교육에 참가했던 한 참가자는 교육이 끝난 뒤 미디어교육 강사로 변신했다. <사진 출처: 강릉교육지원청 학부모 김해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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