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전염병이 무서워요!
사진 출처 : 클립아트 코리아
코로나19 인포데믹과 미디어 리터러시
인포데믹(infordemic)은 정보를 뜻하는 information과 유행병을 뜻하는 epidemic의 합성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위험이 증가하면서 잘못된 진단과 전망이
전염병처럼 급속히 퍼져 오히려 혼란을 초래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의미가 됐다.
인포데믹의 원인은 무엇이고,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진단해본다.
글 구본권(<한겨레> 선임기자, 《뉴스를 보는 눈》 저자)
현재의 인포데믹 현상은 검증 도구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 같은 편리한 도구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생겨난 부작용이다.
정보와 의견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정보리터러시 능력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까닭이다.
지구촌을 공포로 몰고 간 코로나19 ‘팬데믹’은 사실상 최초의 정보전염병이라는 ‘인포데믹(Information + Epidemic의 합성어)’으로도 불린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허위정보가 심각하다며 공개적으로 ‘인포데믹’을 경고했을 정도다. 인류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초연결 세상에서는 치료법 없는 신종 바이러스만이 아니라 의도적 왜곡 정보와 미확인 루머 또한 개인과 사회의 보건을 위협하는 감염원이 되고 있다.
2020년 3월 경기도 성남시의 한 교회는 소금물 소독이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믿고 신도들 입에 소금물 분무를 한 뒤 예배를 강행했다가 70여명의 감염자를 발생시켰다. 경기도 남양주의 한 주민은 공업용 알코올(메탄올)을 물과 섞어 소독제로 썼다가 가족 3명이 중독 증상을 일으켜 병원 치료를 받았다. 이란에서는 수십 명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죽인다며 메탄올을 마시고 사망했으며,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약효가 있다고 홍보한 클로로퀸 성분의 소독제를 먹고 숨진 일도 있다.
온 국민이 감염원 차단과 개인위생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왜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졌을까. 해결책과 정체를 모르는 불안한 상황일수록 새로운 정보에 대한 욕구는 크다. 신종 코로나 관련 왜곡 정보가 창궐하는 배경이다. 더욱이 누구나 마음껏 주장을 펼치고 유통할 수 있는 1인 미디어, 소셜 미디어 환경의 초연결 세상에서는 왜곡 정보, 가짜뉴스를 원천 차단할 수도, 발본색원할 수도 없다. 가짜뉴스는 변종 바이러스처럼 계속해서 진화하고 빠르게 확산되기 때문에 박멸도 어렵다. 황당한 주장도 인터넷에서는 손쉽게 근거를 장만한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사실이 자신의 가치와 충돌할 때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를 고수할 수 있고 반대 증거를 기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고 말했다.1) 각국 전문가와 지도자들도 천차만별이다. 코로나를 독감과 비교하고 일상생활을 지속하자며 ‘집단면역’을 거론하던 미국, 영국, 스웨덴 등은 큰 희생을 치렀다.
진짜 정보와 가짜정보가 섞여 있는 정보 더미에서 정보 이용 주체 스스로 진짜-가짜를 감식할 줄 아는 능력이 가장 효과 높은 ‘면역력 강화법’이라고 볼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법으로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과 같은 개인위생과 면역력 강화가 요구되는 것처럼 인포데믹 상황에서도 개인적 대응 능력이 관건이다. 이는 정보의 진위와 신뢰성을 판별할 줄 아는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이다. 2)
어느 때보다 모바일 환경에서 미심쩍은 정보를 검증하기 간편해졌지만 왜곡 정보의 영향력과 위험성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인포데믹 상황은 거짓 정보를 가려내는 능력이 정보사회에서 핵심 능력이 됐다는 것을 알려준다. 중요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온 정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능력은 본능이다. 그러나 그런 정보를 비판적으로 따져보고 수용하는 능력은 비본능적이다. 비판적 사고를 길러 정보 판별 능력을 갖추는 게 생존을 위한 개인적·사회적 과제가 된 이유다.
미국 애리조나대 크리스 임페이 석좌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대학교육을 받은 성인들의 기초과학 지식엔 큰 구멍이 있으며 사람들은 아무런 증거도 없는 신념과 미신에 매우 취약하다고 말한다. 문제는 ‘평평한 지구(flat earth)’설처럼 근거 없는 황당 음모론이 최근 5년 새 인터넷을 기반으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잘못된 과학상식과 허위정보는 건강과 기후변화 차원에서 개인과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문제되기 시작한 2019년 1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90일 동안 인터넷에서 사람들은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나 WHO의 정보보다 관련 허위정보를 142배 많이 이용했다. 3)
가짜 과학 지식과 허위정보 확산 배경은 인터넷 이용과 관련이 깊다. 임페이 교수에 따르면, 미국 18~24세의 성인은 과학지식 습득의 80%를 인터넷에 의존한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무작위로 추출한 200개 유튜브 영상 중 대부분은 인간 영향을 부정하거나 음모론에 기반한 비과학적 내용이었다. 기후변화에 관한 트위터 글의 4분의 1 이상은 과학적 사실을 부인하는 봇에 의해 작성된 것이었다.
비과학적 정보와 음모론을 좀 더 쉽게 판별하는 도구가 개발된다고 해서 허위정보와 음모론의 폐해가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도 위험하다. 음모론 추종자나 보건당국의 방역지침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행동이 정보 신뢰도의 판별 어려움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의 인포데믹 현상은 검증 도구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 같은 편리한 도구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생겨난 부작용이다. 정보와 의견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정보리터러시 능력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까닭이다.
정부와 사회, 언론이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요구되지만 그 한계는 분명하다. 과거 매스미디어 환경과 달리 디지털 무한 미디어 환경에서는 공공 부문이나 일부 언론이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방대한 정보의 유통에 영향을 끼치는 수준이 지극히 미미하다. 이용자들은 점점 더 무한 정보 환경에서 진짜와 가짜가 뒤섞인 혼란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결국 공공 부문의 노력과 별개로, 정보를 직접 이용하는 개인들의 주체적이고 비판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이 필요한 이유다. 정보의 신뢰성과 유용성을 스스로 판별할 줄 아는 능력이다. 소셜 미디어나 커뮤니티에서 접한 정보를 덥석 받아들이는 대신 스스로 신뢰성을 검증해봐야 한다. 누가 그 정보(뉴스)를 만들었는지, 최초의 정보 출처가 어디인지, 이 뉴스가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지, 왜 이 뉴스가 믿을 만한지를 설명하게 하는 방법이다. 궁극적 목표는 모든 뉴스와 정보를 이용할 때 더 정확하고 나은 뉴스가 가능하다는 ‘지적 회의주의’를 품는 것이다.
무엇보다 개방적 정보 이용 태도가 필수적이다. 코로나19에서 보듯 시시각각 달라지는 감염증 상황에서 어느 한 시점에서 정보와 판단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경되고 서로 충돌할 수 있다. 불투명한 상황의 진전과 그에 따른 변화를 수용하는 열린 태도가 필요하다. 코로나19 사태는 불확실성과 미확인 정보로 인해 불안과 두려움의 상황일수록 출처와 신뢰성을 확인하는 미디어 리터러시가 필수적인 생존 능력이라는 것을 일깨운다.
참고자료
1) Jonathan Haidt, “The Dark Psychology of Social Networks”, The Atlantic, 2019.12.
2) 구본권, “거짓 판치는 ‘정보전염병’ 판별하는 4가지 방법”, <한겨레>, 2020.3.5.
3) Chris Impey, “How technology can combat the rising tide of fake science”, The Conversation, 202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