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 책 - 『저널리즘, 가짜뉴스 & 허위정보』
새로 나온 책-‘저널리즘, 가짜뉴스 & 허위정보’
최근 많이 회자되는 ‘가짜뉴스’라는 용어는 흔히 사용되지만 동시에 매우 부정확한 표현이다.
“뉴스란 공중이 관심을 갖는 것 중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의미하는데,
이런 기준에 맞지 않는 거짓 정보를 ‘뉴스’라고 부를 수 없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 문제로 떠오른 허위정보 문제와 구별법 등을 깊이 있게 다룬 신간
《저널리즘, 가짜뉴스 & 허위정보》를 소개한다.
글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
이론과 실습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각 모듈별로 명확한 학습 목표와 학습 결과, 그리고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저널리즘 교재로 그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된 점도 눈에 띈다.
‘가짜뉴스’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원래 가짜뉴스는 ‘언론사 뉴스처럼 교묘하게 꾸민 허위정보’를 일컫는 용어였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가짜뉴스가 많이 유포되면서 사회문제가 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가짜뉴스는 정략적인 용어로 바뀌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보도를 ‘가짜뉴스’로 매도하는 현상이 일반화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트럼프는 <뉴욕타임스>, <CNN> 등 언론을 ‘가짜뉴스 유포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내에서도 불리한 보도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매도하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가짜뉴스 담론’은 사회 갈등을 조장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유네스코 저널리즘 교육 시리즈로 출간된 《저널리즘, 가짜뉴스 & 허위정보》는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짜뉴스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이 책은 가짜뉴스 현상에 대한 이론적 접근뿐 아니라 직접 실습해 볼 수 있는 각종 자료들까지 제시하고 있어 저널리즘 종사자나 교육생들에게 특히 유용하다.
책 저자들은 ‘가짜뉴스’라는 용어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으로 접근한다. 최근의 여러 현상들을 호도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아예 “뉴스란 공중이 관심을 갖는 것 중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의미하는데,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정보에는 뉴스란 명칭을 붙일 수 없다”고 단언한다. 가짜뉴스라는 용어가 정치적으로 이용될 뿐 아니라 뉴스 산업에 대한 공격 무기로 악용될 우려도 적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가짜뉴스가 혼란한 정보 생태계를 묘사하는 데 적합하지 않은 이유는 콘텐츠 유통 형태와도 관련이 있다. 최근 들어 ‘진짜’ 콘텐츠들이 원래 맥락에서 벗어난 채 재유포되면서 사실상 ‘허위정보’를 퍼뜨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개별 뉴스 자체가 허위는 아니지만 엉뚱한 상황에 이용되면서 결과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확산하는 것이다. ‘가짜뉴스’라는 용어는 이렇듯 복잡한 허위정보의 문제를 표현하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진짜/가짜’, ‘진실/거짓’이라는 이분법에 빠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널리즘, 가짜뉴스 & 허위정보》에서는 가짜뉴스 대신 허위정보(disinformation),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 유해정보(mal-information) 등 세 가지 용어를 제안한다. 허위정보와 잘못된 정보는 ‘진실이 아닌 정보’를 의미한다. 둘의 차이는 정보 유포자의 인지 여부다. 허위정보는 진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고의로 배포되는 정보인 반면, 잘못된 정보는 유포자는 진실이라고 믿었지만 틀린 정보를 뜻한다. ‘선의의 오보’가 잘못된 정보에 해당된다. 유해정보는 틀린 정보는 아니지만 공익적인 가치가 없는 정보다. 공직자 가족에 대한 과도한 사생활 침해 보도가 대표적인 유해정보다.
이 책은 이와 같이 광범위한 가짜뉴스 현상을 ‘정보 무질서’라고 규정한다. 저자들은 정보 무질서 현상을 크게 일곱 가지로 분류한다. ‘사기성 콘텐츠’나 ‘날조된 콘텐츠’처럼 명확한 거짓 콘텐츠뿐 아니라 ‘거짓 연결’, ‘거짓 맥락’ 등도 정보 무질서에 해당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런 정보 무질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창작, 생산뿐 아니라 배포 과정까지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이런 관점에 따라 이 책에서는 허위정보 현상이 확산된 기술적 배경과 최근의 상황, 그리고 허위정보 구분을 위한 각종 노하우를 꼼꼼하게 짚어준다. 허위정보가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제작되며, 또 대표적인 허위정보 유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도 자세하게 소개한다.
허위정보의 공세는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부작용을 유발한다. 가뜩이나 약해진 저널리즘에 대한 대중의 신뢰에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저널리즘 종사자들이 먼저 허위정보와 잘못된 정보를 추방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이 책에서 윤리적이고 책임감 있는 저널리즘을 위한 직업 기준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배경이다.
《저널리즘, 가짜뉴스 & 허위정보》는 유네스코가 꾸준히 출간해온 저널리즘 교육 시리즈에 속한다. 그런 만큼 이 책은 허위정보 현상의 심각성에 대한 이론적 탐구나 현상을 설명하는 수준에서 한 발 더 나가 허위정보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각종 방법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모듈5’에서는 최근의 팩트체크 동향을 짚어주고, ‘모듈6’에서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유통되는 각종 콘텐츠를 검증할 수 있는 방법론을 다룬다.
물론 콘텐츠 검증은 저널리즘의 오랜 임무였다. “의심을 갖고 편집하라” “익명 취재원에 주의하라”는 말은 저널리즘 게이트키핑 작업 때 늘 강조되는 금언들이다. 이런 일반적 방법론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덕목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저널리스트와 수용자의 혼란을 유발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옛날에 만들어진 시각물을 새로운 주장에 맞춰 재공유하는 등의 방식도 널리 사용된다. 이런 시각물을 제대로 걸러내기 위해서는 각종 첨단 기법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 책은 구글 리버스 이미지 검색이나 EXIF 뷰어 등을 활용해 조작된 시각 정보를 걸러 내거나, 지리 위치정보, 그림자 분석, 이미지 포렌식 같은 기법을 활용해 거짓 정보를 찾아내는 방법도 소개한다. 수용자들이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다.
이론과 실습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각 모듈별로 명확한 학습 목표와 학습 결과, 그리고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저널리즘 교재로 그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된 점도 눈에 띈다. 좀 더 깊이 있는 학습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각 모듈 뒤편에는 추가 자료도 실려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짜뉴스 문제가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이런 때일수록 허위정보를 제대로 걸러낼 수 있는 ‘리터러시 능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허위정보 위기 시대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제작된 《저널리즘, 가짜뉴스 & 허위정보》는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교육 현장에서 활용할 때는 교재에 제시된 각종 사례 대신 한국에서 벌어진 현상들을 설명 자료로 제시해주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번역 출간한 《저널리즘, 가짜뉴스 & 허위정보》의 번역자다.